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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㉑] 글로벌 자산버블, 붕괴와 조정 사이<下>

(조세금융신문=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부동산·증시 충격은 신흥국 부채리스크로 전이

가계부채, 양적 팽창·질적 저하는 모두가 아는 “known knowns” 리스크

자영업대출, 가계부채 부실을 초래하는 “known unknowns”리스크

자영업·소상공인 “이자감면 프로그램” 가동해야

“선제적 금리인상”, “unknown unknowns”리스크(디레버리징)에 대비

 

▌ 가계부채는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

 

가계부채를 키운 주범은 자산버블이 7할이며, 나머지 3할은 펜데믹이 쏘아올린 자영업 위기일 것이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은 증시 및 부동산 버블이 부추긴 측면과 코로나 충격으로 인해 자영업대출이 크게 증가한 측면이 상존한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는 자산버블의 생멸주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의 물길을 바꾸는 금리 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알게 모르게 몸집을 불려온 가계부채의 리스크 특성을 살펴보자.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은 이미 다 알고 있는 ‘known knowns’(알려진 사실을 아는 것) 리스크다. 2020년 기준 가계부채 잔액은 1,726조원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대출(386조원)도 엄밀히 따지면 가계부채다. 하여,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실질 가계부채는 2,112조원으로 GDP에 견줘도 110% 수준에 육박한다. 이 정도면 OECD 국가 중에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최근 정책당국이 LTV·DTI·DSR 등 대출규제를 이중, 삼중으로 무리하게 강화하는 이유도 대출총량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무리 대출규제를 강화한다 해도 이미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버블로 존재하는 부채 위험을 제어할 수는 없다. 버블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 대출이 문제의 본질이기 때문에 신규대출을 억제하는 정책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특히, 부동산자산은 부채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으로 주택경기 하락시 가계의 부채건전성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나 갭투자로 이용되는 전세자금 등도 자산의 부채화과정을 촉진시키는데 일조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가계자금이 부동산에 묶이면 자금 가용성이 떨어져 유동성 제약에 직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내수의 축인 소비가 위축되면 경기 활력이 둔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에 편중된 가계자산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된다면 가계부채의 잠재리스크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계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 투자 등과 같은 생산적인 분야로 유입될 수 있다. 물론, 자본시장의 체질개선이 전제되어야한 가능한 일이다.

 

가계부채 문제 중에서도 ‘known unknowns’(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리스크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다. 내수업황의 중심에 있는 자영업대출은 가계부채 중에서도 부채 충격에 취약한 고리다.

 

특히, 자영업대출을 매개로 주택, 건설, 제조, 소매 등 관련 업종이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어, 일단 부실이 발생하면 가계부채 부실로 발화할 개연성이 높다. 더욱이, 우리 경제는 선진국 경제에 비해 자영업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시장을 통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자영업대출이 가계부채 부실을 초래하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 중요한 점은 자영업자대출은 다양한 형태로 도처(기업대출, 개인사업자대출, 가계대출 등)에 흩어져 있어, 실태 파악조차 쉽지 않다. 자영업대출을 종합적으로 관리,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가 부재해 대출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련 대출이 700조원, 800조원 등으로 추정 기관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하기 어렵다.’

 

가장 시급한 대책은 자영업·소상공인을 위한 “이자감면 프로그램”부터 가동하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기관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금융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미 3차례에 걸친 이자유예와 만기연장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자유예 조치는 오늘의 위험을 내일로 미루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폐업 자영업자를 양산하는 정책 실패로 귀착될 수 있다. 매달 이자도 못 내고 있는데 1~2년치 이자를 몰아서 내라는 것은 그냥 죽으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자유예 조치 대신 “이자감면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행정명령을 내린 정부나 자영업 대출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금융기관 모두 자영업·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경감해줄 책임이 있다. 정부가 이차보전 방식으로 금리차를 지원하고, 금융기관이 금리 수준을 정책금리 수준으로 낮춰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자감면이 단순한 구제책이 아니라 가계부채 부실을 막는 부채대책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known unknowns’리스크는 주택금융 규제다. 정책당국이 LTV·DTI·DSR 등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중·삼중 규제로 실거주자에 대한 주택금융이 막혀버리면, 실수요자는 단기 대출과 고금리시장으로 밀려나게 된다.

 

즉, 가계대출의 양적 팽창을 제어하는 정책이 오히려 부채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장기 주택모기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안정적인 장리 저리대출이 줄고 단기 고리대출이 늘어나 금리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끌대출’현상이 대출규제가 부채의 질을 악화시키는 단적인 예다.

 

모기지금융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재편하는 이유는 살면서 빚을 덜어내고 내집을 마련하는 건전한 주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함이다. 지금처럼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금융을 규제해버리면 모기지금융 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일반 대출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되, 장기 주택모기지는 규제를 완화해 충분한 주택자금이 실수요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금리인상을 예고해 “디레버리징 충격” 완화해야

 

‘unknown unknowns’(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리스크는 가계부채 경착륙을 초래하는, 언제든 위기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는 부채 리스크다. 얼추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사이클(주택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과정)은 강도와 시점의 차이가 있을 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실치유 과정이다.

 

먼저, 미국의 가계부채는 ‘주택의 버블주기’를 추종한다. 즉, 경기활력이 둔화되는 구간에서 부채를 덜어내는 디레버리징 사이클이 존재한다. 부채를 줄여 체력을 비축해야 경기 상승시 경제주체들이 대출 여력을 높일 수 있다. 미국의 가계대출이 고강도 디레버리징 이후 경기 상승국면과 맞물려 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다.

 

일례로, 국내 상황에 비유해 설명하면 가계부채 총량이 1,726조원에서 1,500조원 수준으로 감소한 후 다시 증가 추세로 전환하는 주기변동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부채 수준이 높다고 해서 위험한 것은 아니다. 경제 상황이나 금리 환경이 녹록치 않을 때, 부채를 덜어내 힘을 비축하지 못한 것이 위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디레버리징 사이클을 비교해 보자. 미국의 가계부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간에 걸친 디레버리징이 진행되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는 2008년 99%에서 2018년 75%로 꾸준히 하락하다 2020년에는 79%로 재차 상승 전환했다.

 

가계부채 총량에 있어서도 2008년 12.7조 달러에서 2012년 11.3조 달러로 11% 이상 감소했다. 부채총량이 감소하는 고강도 디레버리징이 진행된 것이다. 이후 미국의 가계대출은 주택경기가 상승 전환한 2012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경기와 맞물려 부채를 덜어내고 일으키는 주기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08년 이후 디레버리징을 통해 부채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다. 가계부채는 2008년 724조원에서 2020년 1,726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디레버리징을 가늠하는 GDP 대비 가계부채 역시 2008년 63%에서 2020년 90%로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즉, 가계부채가 증가하기만 했지 제대로 된 채무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리 인상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자산의 부동산 쏠림이 심해 가계부채의 ‘소득보전’기능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강한 편이다. 금융위기 수준의 부채충격이 아니고서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가계부채 리스크는 금융규제나 대출총량 규제 등과 같은 단선적인 접근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올바른 금리정책으로 건전한 부채사이클을 바로 세워야만 시장을 통한 자율조절 기능을 복원할 수 있다.

 

가계부채 연착륙(soft de-leveraging)을 위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보다 큰 틀에서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통화정책의 관점에서, 10년 단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금리주기를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계부채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금리인상 로드맵을 예고해 시장 참여자의 예측력을 높여야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금리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며 가계부채가 빠져나가는 물길을 만들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대책은 소실된 금리정책의 역동성을 살려내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시적으로는, 주택금융정책(모기지금융 정착), 자본시장 활성화정책(부동산 편중 해소), 소득정책(소득분배구조 개선), 산업정책(자영업 과잉) 등 가계부채를 둘러싼 정책 변수간 피드백구조가 작동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정책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복합적인 경제 현안이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

• 전) Visiting Assistant Prof.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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