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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데스크칼럼]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냉전 때 등장한 건 우연일까?

인터넷은 지구촌을 연결시켰지만, 인터넷 분절 상황에서 맞은 AI는?  

 

(조세금융신문=이상현 편집국 부국장) 인간의 예측을 폭발적으로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 이전까지는 인공지능(AI)이 그나마 인류의 통제 아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내왔다. 그리고 이것이 AI의 최대의, 유일한 위협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AI)의 군사·외교·안보 분야 활용에 대해 취재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터넷’처럼, AI도 결국 미국의 군사적 필요성이 만들어낸 ‘야뉴스(Janus)’ 같은 기술이라는 작은 결론에 닿았다.

 

한국 정부는 현시대를 인공지능(AI) 중심의 ‘디지털 심화’의 시대로 정의한다. ‘디지털 심화’는 ▲플랫폼의 전방위 확산 ▲전면적 자동화 ▲가상화 기술 급발전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등 4가지 큰 변화 방향을 함축하는 말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4가지 큰 변화 방향은 인터넷혁명 이후 인류 진보에 커다란 획을 긋는 징표”라고 했다.

 

인터넷은 여러 측면에서 혁명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 공히 가장 많은 인구 구성비를 자랑하는 포스트베이비부머 세대 사람들, 그 중에서도 남성들을 더 이상 성인잡지에 의존하지 않게 해준 게 인터넷이다. 개인성장사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혁명이었다.

 

하지만 이 인터넷의 시초는 미군에서 시작됐다. 미군의 목적 달성을 위해 전 인류가 사용해야만 했던 것이다. 1960~1970년대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 연구국(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ARPA)은 핵전쟁 등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연구했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은 대외적인 명분이고, 미 육군 보병 저격수인 병사가 처음 가보는 작전지역에서 군사령관의 명령을 실시간 직접 듣고 요인 사살 임무를 완수하는 장면이 인터넷 기능을 더 잘 설명해준다.

 

1960~1970년대는 구소련과 미국 중심의 서방이 첨예하게 맞섰던 냉전기다. 2023년은 오랜 탈냉전기를 마무리 하고 신냉전의 시대로 다시 접어드는 길목이다. 최근의 AI 발전도 미국의 군사적 필요성이 가장 큰 동력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구냉전기에 인터넷이 필요했다면, 신냉전기에는 AI가 필요하다.

 

인터넷이 범용화 된 이후 AI가 나온 게 합목적적이다. 외교안보적 진영화에 정확히 조응해 인터넷이 분절(分節,segment)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류 미래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고한다. 인터넷 기술이 창궐한 시대에는 탈냉전 시대로 전 지구가 연결됐는데, 신냉전이 도래하면서 동서 양대 진영으로 인터넷이 분절된 시점에서 AI가 본격 군사·외교·안보 분야에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해커는 “군사안보 분야에서 AI가 진짜 무서운 점은 공격용 알고리즘을 짜주는 분야보다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처럼 믿도록 만드는 딥페이크(deepfake)나 피싱(fishing) 등 비군사 영역의 상용화 기술”이라고 했다. 두 개로 쪼개진 진영에서 한 진영은 다른 진영의 미디어를 접할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런 환경은 상대 진영 사람들의 모든 맥락과 서사(Narrative)를 전혀 접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면 서방 진영의 인터넷 네트워크에만 접속돼 있는 한국인들은 “저 나라 대통령은 사람고기(인육)만 먹는다”는 가짜뉴스가 <뉴욕타임즈>에 실리면 그 즉시 가감없이 믿게 된다. 저 너머 단절된 세계는 악마의 진영이며, 인류의 형상을 했지만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거나 반드시 굴복시켜 다뤄야 할 악마다. 

 

누군가 ‘음모론’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외 군사전문가들이 현대전쟁을 ‘하이브리드(hybrid)전’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피스타치오 맛있게 하는 식당 얘기를 5분가량 하는 동영상을 보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뇨리타(Señorita)를 부르는 영상이 나온 것은 이미 몇 년 전 일이다. 누가 이 영상들이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박문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인력연구센터장은 최근 막을 내린 ‘2023 서울안보대화(SSD)’에서 “AI가 무기체계에 결합될 때 소위 ‘게임 체인저’가 돼 기존의 어떤 전쟁 양상과는 완전히 다른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가 지구촌 양극화, 진영화 시대에 사이버 전쟁을 위해 개발되고 있다는 혐의를 벗으려면, 신냉전을 좌절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인류사회를 근원적으로 와해시키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지난 10월초 개봉한 <크리에이터(Creator)>는 AI 영화다. 자세히 보면 이 영화는 참 독특하다.

 

극중 중국계 배우와 일본계 배우가 미군 특수부대 흑인 병사와 함께 AI를 옹호한다. AI를 파괴하려는 하웰 대령(앨리슨 제니의 배역)은 “우리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하고야 마는 사람이지”라고 냉혹하게 말한다. 미국은 어떻게든 모든 AI를 폭파하는 나쁜 세력으로 등장한다. 미국과 아시아(극중 뉴아시아), 서방과 동양, 유색인종과 백인, 약자(아이 형상의 AI)와 초강자가 대립하는 구도에 슬그머니 ‘친AI’와 ‘반AI’ 구도를 끼워 넣는다. 미국의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극중에서 미국을 ‘악의 축’으로 묘사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투자해 제작한 회사가 자그마치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자회사인 ‘20세기 스튜디오’가 제작사,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모션 픽처스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배급사다.

 

디즈니가 어떤 회사인가. 미국의 6대 미디어그룹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디즈니그룹은 <ABC> 방송은 물론 수천 개의 자회사나 지분투자 등 갖가지 방법으로 사실상 미국 전체 미디어를 쥐락펴락하는 회사다. 디즈니 때문에 미국은 물론 동맹국 어린이들의 뇌리에는 ‘미국은 강하고 옳은 나라’로 각인돼 있다. 나머지 나라는 사악한 세력들일 뿐이다. 때로 자기 나라도 그 사악한 나라로 인식된다.

 

그래서, AI는 이제부터 무조건 옳은 것(선)이다. 아니, 옳아야 한다. 영화 내용과 달리 디즈니, 곧 미국이 ‘AI는 이제부터 무조건 옮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미국이 제시하는 AI 발전경로를 부정하면 필연코 음모론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미국이라도 기자에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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