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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벤처신화의 추락, ‘시계 제로’ 카카오 후폭풍 어디까지?

(조세금융신문=박완규 논설위원)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전격 구속되면서 탄탄대로를 달려온 카카오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벤처신화’의 아이콘이었지만 잇단 인수·합병(M&A)과 과도한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경고음에도 과속 페달을 밟다 결국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IT(정보기술) 대기업 창업주 구속이라는 오욕의 주인공이 됐다.

 

선장인 총수의 부재로 카카오가 올해 야심차게 추진하려던 체질개선과 신사업 항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CA협의체를 중심으로 중앙집권 경영체제를 구축했지만 이제 신속한 의사결정이 사실상 어려운 처지다.

 

우선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추진이 무기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앞서 카카오는 금융사업 확장을 위해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및 신용카드 사업 등의 본허가를 신청했으나 금융위원회가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지난해 5월 허가절차를 중단했다. 시시콜콜 과정을 차치하고,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적격성을 이유로 카카오라는 대주주를 잃을 수도 있다.

 

해외사업 확장을 계획 중인 자회사들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 하반기에 에스엠과 협업으로 북미 등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웹툰도 북미 플랫폼 ‘타파스’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카카오게임즈도 올 하반기에 다수의 신작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었다.

 

이제 막 시동을 건 체질개선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김 창업자는 CA협의체 공동의장과 경영쇄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영쇄신위원회는 카카오그룹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자회사들의 주요 의사결정은 모두 CA협의체를 거치도록 한 상황에서 김 창업자의 부재로 그룹 전체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는 올해 취임한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을 이끌겠다는 의지다. 카카오는 김 창업자가 구속된 직후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래저래 카카오그룹의 시련은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 공정위가 그룹 차원의 여러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까닭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 가맹택시 콜차단 의혹, 가맹택시를 관리하는 KM솔루션의 부당수수료 부과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업체 부당수수료 부과 의혹 등이 그것이다.

 

검찰은 최장 20일인 구속 기간에 김 위원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시세조종 지시·관여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한 뒤 기소한다는 방침인데, 향후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오너 리스크’의 카카오가 몰고올 후폭풍이 IT업계와 금융권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까 저으기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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