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와 13년간 이어온 국제 분쟁(ISDS)에서 전면 승소했다.
외환은행 매각 지연 책임을 이유로 2억1650만 달러(한화 기준 약 2800억원)의 배상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기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판정이 18일(현지시간) 취소되면서, 정부가 부담해야 할 약 4000억원 규모의 책임이 완전히 해소됐다.
이날 정부는 ICSID 산하 취소위원회가 한국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이고, 기존 중재판정 전체를 무효화했다고 밝혔다.
취소위원회는 나아가 취소 절차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사용한 소송비용 약 73억원을 론스타가 3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무총리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오후 3시22분쯤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아 약 4000억원 규모 정부 측 배상 책임은 모두 소급해 소멸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의 의미에 대해 “국가 재정과 국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이며 대한민국의 금융감독 주권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절차 위반’ 파고든 정부 전략 통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국제 분쟁에서 승소한 핵심 요인은 ‘절차적 하자’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 제기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ICSID 판정 취소는 1972년 이후 약 500여건 중 25건만 인정됐고, 원판정을 전부 뒤집은 사례는 8건에 불과할 정도로 문턱이 높다.
이번 취소 절차 실무를 총괄한 정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가장 주요한 것은 중재 절차 과정에서 적법 절차 위반이 상당히 신중하게 발생했다는 점이 (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취소 신청을 받아들일 결정적인 계기”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가 취소 신청 근거로 제시했던 세 가지 문제인 중재판정부의 월권(권한유월), 중대한 절차 위반, 이유 불기재 등이 모두 검토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대통령과 장관이 부재했던 지난해 1월, 법무부 국제법부국장을 비롯한 담당 직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ICSID 구술 변론에 임했고 그 노력들이 모여 이번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매입한 후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승인 절차를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2012년 ISDS를 제기했다. 처음 요구한 배상 금액은 46억7950만 달러(약 6조원)에 달했다.
ICSID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한국 측 일부 책임을 인정하고 2억 1650만 달러만을 배상하라고 판정했으나, 판정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 여부가 이후 취소절차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와 론스타는 모두 판정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제기했고, 3년간의 추가 법적 공방 끝에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
◇ 승소 이후 남은 과제: 결정문 분석과 제도적 후속 조치
이번 승소로 정부는 거액의 배상 부담을 피했을 뿐 아니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 관련 책임 공방에서도 일정 부분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취소 소송 제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론스타 소송 대한민국 승소!”라고 밝히며, 과거 민주당이 취소 신청을 반대했던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아직 결정문을 직접 수령하진 못했다”며 “방대한 결정문을 상세히 분석해 국민들에게 보고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결정문이 공개되는 즉시 추가적인 법적 의미, 국내 금융감독 체계와 국제 분쟁 대응 전략 등에 대한 후속 평가를 내놓을 계획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