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국회ESG포럼 공동대표)이 8일 상장기업의 지속가능성(ESG) 정보를 자율공시에서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SG 정보 공시는 수십년간 국제적으로 다져온 지속가능한 성장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재무 공시가 아니라 비재무 공시를 통해 기업의 성장가능성, 사회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 개념이 ESG 개념으로 정립된 이후 유럽연합(EU)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따라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공시하고 있으며, 일본·영국·호주 등 영미계 체제를 따르는 국가들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반영한 법정 공시 체계를 도입했다.
하지만 한국은 ESG 정보 공시는 한국거래소 자율공시, 사실상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어 외형만 들어오고 실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시의 핵심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정보의 비교가능성인데 공시 기준과 책임이 분산돼 있으니 비교가능한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시가 어렵다.
우리 기업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해외 규제에서 ‘동등성(equivalence)’을 인정받지 못해, 해외 기준에 맞춰 다시 공시를 올려야 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정안은 의무 공시 및 정부의 공시기준 제정으로 나뉜다.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금융위원회가 공시기준을 제정 주체가 됨과 동시에 국제 기준간 정합성을 확보할 책임을 부여했다.
다만, 공시기준 제정 작업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제도 시행 초기 3년간 고의적 허위 공시를 제외하고 민사·형사·행정 책임을 면제하는 세이프하버(safe harbor) 조항을 마련했다. 처음 해보는 공시이고, 쉽지 않은 측면이 있어 초기 오류는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뜻이다. 이는 기업들이 초기 부담없이 제도에 들어오게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이밖에 성실 공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준다. 발행분담금 50% 감면, ‘지속가능성 공시 성실법인’ 지정에 따른 제재 감경, 은행 리스크 평가·BIS 기준 우대 등 혜택을 제공한다.
공시 범위·시기 등 세부 기준을 시행령으로 위임했다. 안정성보다 정부 대응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국제적 ESG 동향이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시행령 위임이란 완충제를 넣었다.
민 의원은 “지속가능성 공시는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 인프라”라며 “공시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부담을 최소화해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금융위 제출 의견서를 통해 ‘ESG 공시가 장기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도입 시기를 2026회계연도(2027년 공시)로 1년 앞당기고 적용 대상을 연결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당 요구 실현시 약 500개 기업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한, 국민연금은 “현재 제시된 공시 대상이 협소하면 산업 전환 리스크를 반영하기 어렵다”며 스코프3(공급망 전체 탄소배출량) 공시 유예기간도 1~2년으로 단축해 보다 이른 시점에 의무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국민연금 등 장기 투자자의 요구는 결국 ‘신뢰할 수 있는 ESG 공시’를 확보하라는 시장의 메시지”라며 “법정공시 기반의 공시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국제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ESG포럼에서 장기간 논의 끝에 마련됐으며,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공동발의에는 더불어민주당 강준현‧김남근‧김남희‧김문수‧김승원‧김윤‧김태년‧김현정‧박민규‧박정현‧박지혜‧박홍배‧복기왕‧서영교‧송재봉‧안태준‧양부남‧오세희‧이강일‧이수진‧이연희‧이용우‧임미애‧장철민‧전용기‧전진숙‧조계원‧한준호 의원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신장식‧황운하‧진보당 윤종오‧기본소득당 용혜인‧사회민주당 한창민‧무소속 최혁진 의원 등 총 35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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