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최경환 부총리가 정부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과세가 폐지된 2001년 이후 8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그룹은 사내유보금이 12배나 증가했고, 현대자동차도11배나 증가했다.
반면 한진은 해운업이 장기간 침체에 빠지는 등 주력분야가 전체적으로 어렵다보니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사내유보금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2001년과 올해 3월 말 실적이 비교 가능한 10대 그룹 상장계열사는 73곳(금융사 제외)이고, 이들의 올 3월 말 현재 사내유보금 총액은 479조952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폐지된 2001년의 52조6985억 원에 비해 810.8%(427조2536억 원)나 증가한 금액이다. 이에 유보율도 183.9%에서 787.7%로 603.8%포인트나 상승했다.

2001년 과세 폐지 후 기업체 사내유보율 급증
정부는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조세회피 등을 규제하기 위해 ‘적정유보최고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를 시행, 초과분에 대해 25%(93년부터 15%로 인하)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했다. 이에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쌓는 것 자체를 꺼려했다.
그러다 2001년에 정부가 이 세금을 폐지한 것은 과세의 실효성이 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997년 IMF 사태를 거치면서 기업의 재무구조를 견실하게 만들 필요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가 2011년 서울대학교에 의뢰해 생산한 ‘법인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1년까지는 국내 전체기업의 사내유보율이 5% 내외였으나 과세가 폐지된 2002년에는 유보율이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올라갔다.
또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잠시 주춤했으나,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2001년에 비해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올 3월말 현재 182조2773억 원으로 2001년 13조6808억 원과 비교해 168조5966억 원(1232.4%)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사내유보금이 같은 기간 152조6703억 원(5조7369억 원 → 158조4072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또 핵심계열사인 삼성중공업과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등도 사내유보금을 1조원 이상씩 늘렸다.
다음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이 9조752억 원에서 111조6217억 원으로 102조5465억 원(1130%) 늘어나 2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증가한 사내유보금의 80% 이상이 현대자동차(46조원)와 현대모비스(20조원), 기아자동차(17조원), 현대제철(10조원) 등 핵심계열사에서 늘어난 금액이었다.
또 SK그룹은 SK브로드밴드의 사내유보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됐음에도 전체적으로는 38조7806억 원 늘렸고, LG그룹은 34조5542억 원 증가했다.
이 밖에 포스코 34조2898억 원, 롯데그룹 22조9147억 원, 현대중공업 15조9679억 원, 한화그룹 6조828억 원, GS그룹은 4조5623억 원이 각각 증가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주력 분야인 해운업과 항공업이 모두 업황 부진으로 인해 사내유보금이 3조7608억 원에서 2조7189억 원으로 1조418억 원(27.7%) 감소했다.
유보율은 삼성그룹이 올 1분기 말 1497.6%로 2001년보다 1207.4%포인트 상승해 증가폭이 가장 높았다.
이어 현대자동차 915.8%p, 한화그룹 603.9%p, LG그룹 515.3%p, GS그룹 466.9%p, SK그룹 279.6%p, 현대중공업이 211.8%p 상승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860.7%에서 416.5%로 444.2%p 하락했고, 포스코 399.3%p, 한진그룹은 375.2%p 각각 유보율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통상 유보금이 많고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배당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하는 반면, 투자나 배당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따른다"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사내유보금을 임금 및 배당 등으로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