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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조세금융신문=김용주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제주시에 있는 이 사건 빌라를 매수한 뒤 2014년 2월 24일 경 소외인에게 이 사건 빌라를 임대하면서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위임하였다. 소외인은 2015년 5월경 세무사인 피고에게 이 사건 빌라를 포함하여 소외인이 숙박업을 운영하는 빌라 6채에 관한 세금신고업무를 위임하였다.

 

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2015년 5월 31일 2014년 종합소득세, 2015년 7월 21일 2015년 상반기 부가가치세, 2016년 1월 22일 2015년 하반기 부가가치세, 2016년 5월 26일 2015년 종합소득세, 2016년 7월 21일 2016년 상반기 부가가치세, 2016년 8월 25일 2016년 하반기 부가가치세, 2016년 9월 27일 이 사건 빌라의 양도소득세, 2017년 5월 26일 2016년 종합소득세를 각 신고하였다.

 

피고는 2019년 12월 17일 수원지방법원 용인시법원 2019차전7498호로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이 수행한 세무대리 업무에 대한 용역비 4,29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피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지급명령(이 사건 지급명령)이 내려져 확정되었다. 원고는 위 지급명령 정본에 기한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법원의 판단

 

원심은,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을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세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3년인 것과의 균형상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도 민법 제163조 제5호를 유추적용하여 3년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뒤, 피고의 위 용역비 채권 중 2017년 5월 26일 신고한 2016년 종합소득세 관련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2022. 8. 25. 선고 판결

 

가. 민법은 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되면서 제163조를 두어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을 규정하였고, 그중 제5호에서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계리사 및 사법서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을 규정하였다.

 

그 후 민법이 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개정되면서 계리사를 공인회계사로, 사법서사를 법무사로 법령에 맞게 용어를 바꾸었을 뿐 그 내용의 변경은 없었다. 한편 세무사 제도는 민법 제정 이후인 1961. 9. 9. 법률 제712호로 세무사법이 제정되면서 마련되었다.

 

이러한 법령의 제․개정 경과 및 단기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는 취지에다가 ‘직무에 관한 채권’은 직무의 내용이 아닌 직무를 수행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 점,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자격사 외의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도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어떤 채권이 그 적용대상이 되는지 불명확하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민법 제163조 제5호에서 정하고 있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만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세무사와 같이 그들의 직무와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3조 제5호가 유추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세무사의 직무에 관하여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무사법의 여러 규정에 비추어 보면,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세무지식을 활용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세무사의 활동은 간이·신속하고 외관을 중시하는 정형적인 영업활동, 자유로운 광고·선전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 도모, 인적·물적 영업기반의 자유로운 확충을 통한 최대한의 효율적인 영리 추구 허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상인의 영업활동 및 그로 인해 형성된 법률관계와 동일하게 상법을 적용하여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 내지 요청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세무사를 상법 제4조 또는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고,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하여는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4. 검토 및 평가

 

민사 채권은 10년간,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민법 제162조 제1항, 상법 제64조). 그런데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발행하고 그 금액도 소액이며 대개 영수증이 교부되지 않거나 교부되더라도 오래 보존되지 않는 채권은 단기간에 결제되는 것이 거래관행이므로 민법은 3년, 1년의 단기소멸시효 채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163조, 제164조).

 

대상판결은 세무사인 피고의 용역비 채권은 민법의 3년의 단기소멸시효나 상법의 5년 상사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고 일반민사채권인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았다. 즉 대상판결은 피고의 채권은 2015년 5월 31일부터 2017년 5월 26일까지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지급명령을 신청한 2019년 12월 17일로부터 역산하여 10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채권 전부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민법 제164조 제5호는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한 채권이 곧바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고 위 채권과 성질이 같다면 유추적용이 가능한지가 문제될 것이다.

 

그런데 단기소멸시효규정을 유추적용하게 되면 권리행사를 제한하게 되므로 대상판결이 그러한 점을 지적하며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해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면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 있을 것이나, 소멸시효기간을 정함에 있어 변호사나 법무사 등의 직무에 관한 채권과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본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의 설시와 같이 세무사의 직무와 관련한 채권이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되지 않은 이유는 민법 제정 이후인 1961년 9월 9일 법률 제712호로 세무사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세무사 제도가 마련되었기 때문이지 소멸시효기간을 정함에 있어 그 직무의 성질이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대상판결이 세무사를 상인으로 볼 수 없다고 한 논거와 변호사나 법무사를 상인으로 볼 수 없다고 한 논거가 달라 보이지 않는데, 직무를 수행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보아 변호사,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과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무엇이 다른 것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아가 변호사나 법무사는 대체로 독립된 사건을 수임하고 그에 따라 사건별로 독립된 채권이 발생함에 비해 세무사는 일정기간 정기적으로 그 직무와 관련한 채권이 발생하므로 오히려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할 경우로 볼 수 있다.

 

즉 세무사에게 기장이나 세무신고를 의뢰하게 되면 분기별 부가가치세신고, 매년 종합소득세 신고 등으로 이어지게 되므로 이를 모두 별개의 일반 민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하급심보다 민법의 해석과 적용의 폭을 스스로 좁혀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프로필] 김용주 법률사무소 런 대표변호사

• (현)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전)사단법인 한국프로배구연맹 감사
• (현)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 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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