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계전기(RELAY)의 관세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서울세관이 맞붙었다.
쟁점이 된 물품은 2020년 3월부터 7월까지 총 12건에 걸쳐 수입된 계전기다. 업체는 이를 ‘전압 60볼트 이하의 계전기’인 HSK 제8536.41-0000호로 신고해 FTA 협정관세율 3.2%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서울세관이 2024년 10월부터 관세조사를 실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관은 해당 물품의 접점전압이 60볼트를 초과한다고 보고 품목을 ‘기타의 계전기’(HSK 8536.49-0000호)로 재분류한 뒤 부족한 세액을 경정·고지했다. 이에 불복한 업체는 2025년 6월 12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 계전기 품목분류, '전압 60볼트'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계전기를 관세율표 제8536호 아래의 어느 ‘소호’로 분류할 것인지다. 양측 모두 해당 물품이 큰 틀에서 전기회로 개폐용 기기인 ‘제8536호’에 속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제8536.41호는 ‘전압이 60볼트 이하인 계전기’를, 제8536.49호는 ‘기타의 계전기’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분류 기준인 ‘전압’을 계전기를 구동하는 ‘코일전압’으로 볼지, 아니면 계전기가 개폐하는 회로의 ‘접점전압’으로 볼지 여부였다.
계전기는 단자에 전기적 신호를 입력하면 접점이 작동해 자동으로 전원(On/Off)을 제어하는 스위치의 일종이다. 쟁점 물품 역시 회로기판(PCB)에 조립돼 12V 직류(DC) 전압이 가해지면 내부 부품이 작동해 세탁기나 건조기의 모터·히터 전원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 업체 “릴레이를 움직이는 건 코일전압…제8536.41호가 맞다”
업체는 계전기가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코일전압 공급이 필수적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산업표준(KS C IEC 61810-1) 등에서도 동작전압(코일전압)과 개폐전압(접점전압)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제조사들 역시 코일전압을 기준으로 모델을 나누고 가격을 달리 책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접점전압은 부수적으로 연결되는 외부 기기의 전압일 뿐, 계전기 자체의 핵심 작동 기준은 코일전압이라는 논리다.
업체는 과거 세관의 품목분류 사례들을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해외 동향과 관련해서도 2022년 미국의 분류 사례와 독일을 비롯한 일부 EU 회원국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코일전압을 기준으로 삼은 선례들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업체는 2024년 3월 관세품목분류위원회 결정 이후에야 비로소 접점전압 기준이 확립됐다며, 그 이전 수입분까지 새로운 기준을 소급해 과세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 및 소급과세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항변했다.
◆ 세관 “계전기의 본질은 회로 개폐…접점전압이 핵심”
반면 세관은 계전기의 본질적 기능이 전기회로의 개폐 제어에 있으므로 품목분류의 기준은 당연히 ‘접점전압’이라고 반박했다. 코일전압은 기기를 작동시키기 위한 단순 ‘신호’에 불과하지만, 접점전압은 계전기가 실제로 제어하는 주 회로의 전압이므로 분류의 핵심 잣대라는 입장이다.
관세율표의 전체 체계도 세관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제8535호와 제8536호는 전기회로 개폐용 기기를 ‘사용되는 전기회로의 전압이 1,000볼트를 초과하는지’ 여부로 대분류한다. 세관은 이 1,000볼트 기준이 개폐 대상이 되는 전기회로의 전압(접점전압)을 의미하는 것이지 기기를 구동하는 신호 전압(코일전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하위 소호의 전압 기준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논리다.
아울러 세관은 과거 쟁점 물품과 동일한 사안(코일전압 60V 이하, 접점전압 60V 초과)에서는 예외 없이 ‘접점전압’을 기준으로 품목분류를 해왔다고 맞섰다. 미국 2020년 사례와 WCO 규정 등을 보더라도 접점전압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 조세심판원 “접점전압 기준 타당…분류 기준 바뀐 적 없다”
조세심판원은 심리 결과 세관의 품목분류 결정이 옳다고 결정했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의 본질적 기능이 단자에 전기적 신호를 입력받아 전원을 통제하는 전기회로 간의 ‘중계자’ 역할에 있다고 판단했다.
국제적인 품목분류 기준도 중요한 근거가 됐다. WCO 품목분류 협의체가 제8536.41호의 ‘60볼트 이하’를 전자석(코일)에 인가하는 전압이 아니라 접점에 적용되는 전압임을 명시하고 있는 점, EU 관세율표 역시 코일전압이 60볼트 이하이더라도 접점전압이 60볼트를 초과하면 다른 소호로 분류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업체가 제기한 ‘신의성실 원칙 및 소급과세금지 원칙 위배’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원은 업체가 신뢰의 근거로 제시한 과거 품목분류 사례들은 다른 업체가 신청한 사전심사 회신일 뿐이므로 청구법인에 대한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2024년 3월 관세품목분류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도 전압 기준을 새롭게 바꾼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쟁점 물품이 수입된 2020년 3월 이전부터 과세관청이 유사 물품에 대해 이미 접점전압을 기준으로 품목분류를 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최종적으로 조세심판원은 쟁점 물품을 제8536.49호로 분류하여 과세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아 업체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참고 심판례: 서울세관-조심-20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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