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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통화 다극화] 글로벌 통화시장 재편의 서막…박지원 전문위원 “신흥국 중심 탈달러화 지속”

천연가스 교역 루블화로 가치 높아져…러‧중, 구심력 서방에 비해 약해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맞서 국제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 무력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금본위제 화폐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탈달러화의 범위는 신흥국 중심으로 제한되고 있다. 따라서 탈달러화가 생각 보다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4일 박지원 KOTRA 전문위원은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무역결제통화 변화에 따른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1주제 발제자로 나선 박 전문위원은 ‘탈달러 국제통화시스템 추진 방향과 경과’라는 주제로 러시아의 탈달러화 추진 배경과 기축통화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러시아의 탈달러화 추진 배경은 2014년 서방의 경제제재가 시작되면서 본격화됐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기점으로 탈달러화 기조가 강화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SWIFT 결제망 배제 ▲해외계좌 및 국부펀드 동결 ▲자금조달 금지(채권발행 중단 포함) 등의 금융제재로 러시아의 금융자산 무력화를 추진했다.

 

이에 러시아는 ▲금(金) 기반 통화시스템 재편 ▲에너지 교역의 탈달러화 ▲러시아‧중국 통화 창설 등 정책을 중심으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응에 맞섰다.

 

◇ 금(金) 기반 통화시스템 재편

 

러시아 내부적으로 서방과 분리된 금융시스템 구축의 한 방편으로 금본위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서방의 대(對)러 금융제재 및 금(金) 매매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및 금보유고 활용에 제약이 발생하면서 러시아의 독자적이고 안정적 통화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러시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외화보유고의 일부로 금을 매입해왔으며, 현재 금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3년 3월 러시아중앙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고 구성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7390만 온스(Oz)로 금액으로는 1355억6410만 달러다. 비중은 23.6%를 차지하고 있다.

 

박 전문위는 “이같은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 러시아중앙은행은 최근까지도 자국 내 시중의 금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는 금에 기반한 디지털자산과 코인 활용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호국과 금을 기반으로 한 공동통화를 창설해 상호 교역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이란과 무역 결제용으로 금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발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란은 수년 전부터 암호화 화폐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 구축을 완료한 나라다.

 

◇ 에너지 교역의 탈달러화

 

지난해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대응정책의 일부로 가스대금 지급을 루블화로만 가능하도록 제한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천연가스 구매 대금을 러시아 루블화로만 지급 가능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전까지는 에너지 거래에서 주로 달러화나 유로화로 거래돼 왔다.

 

이같은 행정명령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에 가스관을 통해서 판매되는 천연가스에 한정됐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기업인 가즈프롬(Gazprom)은 루블화 결재를 거부한 핀란드, 덴마크, 폴란드, 루마니아, 라트비아 등의 국가에 대해 가스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방국가들은 초기에는 러시아의 조치에 대해 반발했지만 이후 러시아의 조건을 수용 할 수밖에 없었다.

 

박 전문위원은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도록 하는 조치는 러시아의 서방제재 초기 불안한 루블화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루블화 수요를 촉발시켜 평가절하를 방지하는 데 기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을 대비해 수입 비중을 점차 축소 시켰다.

 

◇ 글로벌 탈달러화

 

러시아는 대외 교역에서 루블화 결제뿐만 아니라, 중국 위안화 이란 리알화 등의 화폐로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브라질 등과 ‘자원-위안화’ 거래를 시도하며 탈달러화 거래의 구도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러시아는 중국과 연대한 탈달러화를 가속화 했다. 러-중 양국은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대금을 루블과 위안화 각각 50%의 비중으로 결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역시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교역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러시아‧중국 동조 세력의 연대는 서방에 비해 구심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와 중국의 양자관계는 최근 수년간 정치·경제·군사 등의 측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미국 씽크탱크인 CSIS는 양국 간 분열 요인으로 ▲역사적·구조적 문제 ▲비대칭적 관계 ▲중국의 이익에 반(反)하는 러시아의 도발을 선정하는 등을 갈등요소를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블록화의 진행 속에서 탈달러화의 추세는 강화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에너지 제재 등이 계속되고 양 진영의 대립이 심화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서구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탈달러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탈달러화의 범위는 당분간 신흥국 중심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속도 역시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박 위원장은 강조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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