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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국세청, 공익법인 ‘기부 비과세’ 빈틈…사실상 기업승계 위법 지원

법조문 미비 틈타 자의적 해석…자격 없는 데도 비과세 최대 적용
세율‧비과세 눈금은 국회 입법 사항…행정부 재량해석은 권한 남용
법조계 등 제도 만들어질 때부터 빈틈 인지, 보완입법 건의했으나 묵살
진선미 의원 “국세청 결정의 심각한 문제점 노출…법 미비 보완할 것”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공익법인에 기부한 돈이나 재산은 원칙적으로 비과세다. 하지만 주식은 아니다. 기업 사주일가들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공익법인 주식기부 비과세를 악용했고, 국회는 편법을 막기 위해 비과세 한도를 씌웠다.

 

그렇기에 국세청은 공익법인 주식 기부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세법을 적용해야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국세청은 법에 빈틈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십수년간 편의적 해석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에서는 최대한 합리적인 해석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세율이나 비과세‧감면 등 돈과 직결되는 영역은 제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해도 재량적 해석은 금지하고 있다.

 

세율은 어떤 합리적 기준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바꾸는 인위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하기에 세법의 기본 원칙은 합리나 불합리를 떠나 법조문 그대로 해석하라는 조세법률주의이며, 유추해석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의 책무는 원칙을 지키고 감시하는 것이지, 스스로 그 원칙을 어긴다면 법은 있을 필요가 없다. <편집자주>

 

미국은 유독 기부 부자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속 사정을 뜯어보면 선한 마음이 아니라 끝도 없는 탐욕을 발견하는 경우가 잦다.

 

거액의 재산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만들고 자녀나 가족들이 대대로 이사장이나 임원에 앉혀 평생 공짜 월급을 챙겨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자기가 소유해야 사용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돈과 권력의 세상에선 그렇지 않다. 주식 소유자가 누구든 그 의결권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소유자가 누구냐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소유자로서 부담해야 할 거추장스러운 의무를 벗어 던질 수 있다.

 

주식 기부도 비슷하다. 국내 기업도 사주일가가 공익법인을 만들어 거기에 주식을 기부하고, 그 공익법인의 이사장이나 임원을 사주일가가 맡으면, 대대로 세금없이 기업을 승계받을 수 있다.

 

무제한은 아니고 지분율 5%까지만 세금 없는 주식 기부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지분율 20%까지 허용했다가 5%로 바꾼 것인데 이렇게 했다가는 대기업 가운데 상속세 내고 승계하는 곳이 거의 없게 된다는 이유로 5% 비과세 제한을 둔 것이다.

 

◇ 허술한 법망, 열어 둔 뒷문

 

그런데 국회는 슬금슬금 지분율 5%, 주식 기부 비과세 제한을 풀어줬다.

 

2007년 국회는 좀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익법인의 경우 사주일가로부터 지분율 10%까지 기부받아도 비과세를 허용하는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들여왔다. 이사장이나 임원을 사주일가가 맡지 않고, 회계감사를 받으며, 기부받은 주식으로 일정 규모의 공익사업을 하도록 하면 편법 우려를 끊으면서 기부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안일한 생각이라는 게 금세 드러났다. 주식도 차명보유할 수 있는 마당에 공익법인 역시 차명보유를 못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사장이나 임원에 사주일가와 연관 있는 사람을 넣으면, 사주일가가 얼마든지 뒤에서 공익법인 이사회를 조종해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부받은 주식을 팔든 배당 받든 해서 공익사업에 써야 하는데 공익법인 보유 내내 주식을 팔아서 공익사업에 쓴 사례는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공익법인 상당수는 공익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기부받은 주식만은 신주 단지 모시듯 손대지 않았다. 주식기부의 목적이 공익사업이 아니라 차명보관 임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또 숟가락을 얹는 일이 발생했다. 국회는 2021년 말부터는 성실공익법인이면서 의결권 제한을 받는 곳의 경우 지분율 20%까지 주식 기부 비과세가 가능하도록 법을 바꾸었다.

 

새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면서 재벌 회사(상호출제제한기업집단)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의 경우 의결권을 쓸 수 없게 됐는데 의결권을 못 쓰게 하는 대신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지분율 20%까지 비과세 기부 한도를 올려준 것이다.

 

이 역시 허술한 건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주식 100개짜리 회사에서 대주주가 20개를 쥐고 있다면, 대주주 의결권 지분율은 20%다. 그런데 만일 이 회사 주식 중 20개가 의결권이 제한돼 있다면, 명부상으로 대주주 지분율은 20%지만, 실질적인 의결권 지분율은 25%까지 솟구친다.

 

왜냐하면 회사 주식은 100개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식은 80개가 되기 때문이다. 의결권을 제한하면 할수록 기존 대주주의 지배력이 커지게 되며, ‘의결권 제한 성실공익법인’은 기업 사주일가의 편법승계 악용 가능성을 막을 수 없다.

 

고법 2019누41340 판결에서는 위 제도의 악용가능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지적하고 있다.

 

“악용 가능성은 공익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수’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일 뿐 (중략) 등에 비추어 보면,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일반공익법인에 비하여 악용 가능성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략)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성실공익법인의 보유 주식을 통한 지배력 악용 가능성을 일반공익법인 보유 주식의 1/4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 (후략)”

 

 

◇ 법에 없는 법해석

 

현재 대주주 일가의 공익법인 기부 주식과 관련한 증여세 비과세 법률은 단 세 개다.

 

▲일반공익법인에 지분율 5%까지 주식 기부는 비과세, ▲성실공익법인에 지분율 10%까지 주식 기부는 비과세, ▲의결권 제한 성실공익법인에 지분율 20%까지 주식 기부는 비과세.

 

일반은 5%, 일반보다 자격을 갖춘 성실은 10%, 성실보다 더 엄격한 의결권 제한 성실은 20%가 적용된다는 뜻인데 이는 비과세 한도가 자격에 따라 부여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사주일가가 일반공익법인과 성실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성실공익법인을 섞어서 주식을 증여한 경우 비과세를 어떻게 계산해야 한다는 법조문은 없다.

 

일단 국세청은 일반공익법인에 5%, 성실공익법인에 10%, 의결권 제한 성실공익법인 20% 등으로 나누어 총 35%를 비과세 주는 것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익법인 기부 주식 비과세 제한은 사주 일가의 악용 가능성 때문에 들어왔는데 위에처럼 비과세를 줬다가는 국내 상장 대기업 가운데 세금 내고 승계할 곳은 사실상 거의 없다.

 

여기서 국세청은 기막힌 해석을 내놨다.

 

2010년 4월 13일, 국세청 ‘재산세과-235’번 해석예규에 따르면 지분 10%를 공익법인에 증여한다고 할 때, 일반공익법인에 5%를 먼저 내주고 그 다음에 성실공익법인에 5%를 내주면 비과세가 된다고 해석했다.

 

국세청은 일반 5%, 성실 10%까지 총 15%까지 비과세를 줄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하면 국세청이 해석으로 세법을 짓밟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법 제도 변천사를 보면, 주식 기부는 지분율 5%까지 비과세였지만, 2007년 국회가 일반공익법인보다 엄격한 관리를 받는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지분율 10%까지 기부 비과세 문을 열어두었을 뿐이지 둘을 합쳐 지분 15%까지 기부 비과세를 허용한 건 아니었다.

 

따라서 국세청은 원래 법에서 일반공익법인에 지분율 5%까지 비과세를 주고 있으니 거기까지는 비과세를 인정하되, 그 이후 성실공익법인에 대해 주식을 기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공익법인과 성실공익법인을 합쳐 최대 10%, 즉 일반에 먼저 기부 지분 5%, 그 이후 성실에 기부 지분 5%까지 주식 기부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나름 합리적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일반공익법인에 먼저 기부를 했다고 하여 이후 성실공익법인에 기부하는 주식에 대해 전혀 비과세를 주지 않으면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만든 보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세청의 해석에는 네 가지 치명적인 빈틈이 있다.

 

첫 번째는 국회에서 성실공익법인에 지분율 10%에 기부 비과세를 허용한 것은, 이 법인들이 법에서 정한 ‘의무와 자격’을 지키고 의무이행을 정부가 관리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식으로 원래는 성실공익 자경이 있는 곳에만 10%를 받을 수 있는 것을, 일반공익 5%, 성실공익 5%로 쪼개면 일반공익법인이 슬그머니 성실공익법인 혜택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해석으로 뒷문을 열게 된다.

 

두 번째는 과세실질의 위배다. 국세청은 일반공익법인에 먼저 지분 5%를 기부한 경우, 그 다음에 성설공익법인에 지분율 5%까지 기부했을 경우에 비과세를 주도록 집행하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기부자가 성실공익법인에 먼저 지분 5%를 기부하고, 그로부터 1초 후 일반공익법인에 지분 5%를 기부한 경우 일반공익법인에 기부한 지분 5%에 대해서는 전액 증여세를 과세한다.

 

국세청 식 공익법인 기부 주식 비과세 해석법은 눈금이 10칸짜리 비커에 물을 붓는 경우를 생각하면 대단히 이해하기가 쉽다. 밑에서 5칸까지는 일반도 붓고 성실도 부을 수 있지만, 그 다음 6~10칸까지는 성실만 부을 수 있다.

 

위 비커의 예에 따르면 위에 쓴 첫 번째 문제점도, 두 번째 문제점도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왜냐하면 주식 기부 비과세는 행위 순서에 따라 적용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로 보면 겨우 1초 차이로 누구를 먼저 주고 나중에 주는 것 때문에 과세, 비과세가 달라지는 것이 실질과세 원칙에 맞는다고 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조세법 원칙 위반이다.

 

모든 상황을 가정해 법을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와 같은 법제기능과 국세청과 같은 집행기구들은 법을 해석하는 기능을 가진다.

 

다만, 이는 적용례에 대한 것이고, 돈을 낼지 안 낼지, 과세 여부와 세율과 관련해서는 오롯이 국회 합의 대상이다. 주식 기부 비과세 비커에 눈금을 어떻게 그을지. 어디까지 무엇을 비과세로 할지도 국회에서 합의한 법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법에서 행정부에 해석재량을 부여하지도 않았는데, 일반공익과 성실공익이 섞였을 때 어떻게 계산하라는 법이 없다고 하여, 국세청이 가상의 비커에 눈금을 긋고 일반‧성실 먼저 다섯 칸 붓고, 그 다음 다섯 칸은 성실만, 이렇게 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설령 해석 방식이 합리적이어도 법조문에 없으면, 자의적 해석은 하면 안 된다. 이것이 조세법률주의와 유추해석금지 원칙이며, 이는 세법의 뿌리다.

 

네 번째는 의결권 제한 성실공익법인 문제다.

 

국세청식 비커에 따르면, 일반공익법인에 5 먼저 붓고, 다음에 성실공익법인에 5 부으면, 의결권 제한 성실공익법인에 10을 추가로 부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반에 5 붓고, 그 다음에 의결권 제한 성실 15 붓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지, 성실에 10 붓고, 의결권 제한 성실공익에 10을 부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021년 12월 30일부터 재벌회사 주식을 보유한 성실공익법인들은 의결권 제한이 됐으므로 추가 기부 비과세가 허용되는데 이것에도 국세청 식 주식 기부 비과세 비커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나온다.

 

 

◇ 알고 있던 사람은 다 아는 빈틈

 

국세청 고급 관리자들 사이에서도 주식 기부 비과세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법에 없는 집행이라며 문제점을 인정하는 모습이지만, 실무부서 등에서는 완강히 현 국세청 해석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커 찬성 측도 어느 법조문에서 국세청에 그러한 해석 권한을 주는지 답을 못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세청의 해석이 합리적이긴 하다면서도 실질과세 원칙 및 유추해석 금지 원칙에서 하자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언젠가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모 변호사는 성실공익법인 제도가 나온 후 일반공익법인과 성실공익법인을 섞어서 주식을 기부했을 때 어떻게 비과세 한도를 계산하라는 법조문이 없다는 것을 현업에서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으나, 실제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십수년 넘게 부실 운용이 되어 왔다고 전했다.

 

문제는 법령이 부실운용되는 동안 막대한 증여세를 비과세 처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 사주일가의 기부 주식 비과세는 악용 가능성이 높은 것을 전제로 법제가 짜여 있으므로 최대한 열어주는 것이 아닌 최대한 법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열어주는 식으로 법을 적용했고, 이는 막대한 세금 손실을 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실‧일반공익법인에 동시에 이루어진 주식 증여에 대한 국세청의 과세 결정의 심각한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공익법인 출연 재산과 관련한 정부의 과세 결정 근거를 따져보고 세법의 미비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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