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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환불약정 무효여도 사업 정상진행 땐 분담금 반환 안돼"

"약정목적 달성돼 진행중인데도 계약무효 주장은 신의칙 위반"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주택조합의 계약금 환불 보장 약정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 해도 주택 건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수년 전 약정의 무효를 들어 분담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경남 창원의 한 지역주택조합원이던 장모씨 등이 조합에 납입금을 돌려달라며 낸 반소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판결을 깨고 최근 사건을 창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장씨 등은 2015년 6월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하고 조합 가입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2016년 3월∼2017년 11월 추가 분담금을 내고 은행 대출을 받아 중도금도 납부했으나 만기일까지 갚지 않아 연대보증을 섰던 조합이 대출금을 갚았다.

 

조합은 장씨 등을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내는 한편 제명했다. 그러자 이들은 가입계약 당시 환불약정이 무효인 점을 들어 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분담금 반환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당시 환불 약정은 '2015년 12월까지 사업승인 신청 접수를 하지 못할 경우 계약금 일체를 환불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는 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었음에도 그러지 않아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1심에 이어 2심도 주장을 받아들여 가입계약이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보고, 조합이 분담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환불 약정이 무효라 하더라도 분담금 반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조합원이 조합가입계약과 함께 환불보장약정을 체결하는 주된 목적은 계약의 목적 달성 실패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이지 분담금 반환을 절대적으로 보장받으려는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환불보장약정이 무효로 돼 환불받을 수 없게 됐더라도 약정과 계약의 궁극적 목적인 '신축 아파트 소유권 취득'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결국 사업승인이 이뤄져 환불보장약정의 목적이 달성되고 나아가 주택 건설 사업이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 "이후 그 목적과 취지를 벗어나 환불보장약정의 무효나 그에 따른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거나 권리의 남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계약과 같이 일정한 법률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우리 민법의 기본원리다. '권리의 행사나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고 총칙편에 일반원칙으로 제시돼 모든 사인(私人)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한다.

 

당초 환불 약정에서 정한 2015년 12월 무렵에는 사업승인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장씨 등이 상당 기간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분담금을 추가로 낸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주택건설은 그 성패에 따라 다수 조합원의 안정적 주거 마련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사업 재원으로 사용되는 분담금은 상당한 공공성을 띠게 된다"며 "약정 목적이 달성되고 사업이 정상 진행되고 있음에도 분담금을 전액 반환해 재원 부족이 발생한다면 피해는 나머지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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