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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조미료’ vs ‘술’…베트남 요리술, 72% 주세 부과 사연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베트남산 ‘조미용 술’의 품목분류를 두고 수입업체와 세관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업체는 해당 물품이 요리에 쓰이는 ‘기타 주정음료’라며 낮은 세율을 주장했지만, 세관은 곡물이 발효된 ‘술(발효주)’이라며 약 7배에 이르는 주세를 부과했다.

 

쟁점이 된 물품은 베트남에서 제조된 액상 주류다. 쌀과 입국(누룩의 일종)을 사용해 전분을 당으로 분해한 뒤, 여기에 주정(에틸알코올) 등을 첨가해 만든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음식의 잡내를 없애고 풍미를 더하는 조리용으로 유통된다.

 

업체는 이 물품을 ‘기타 주정음료’(HSK 2208.90-9000호)로 수입했다. 이 경우 주세율은 10%다. 일정 요건을 갖추면 0%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세관은 해당 물품이 제조 과정에서 실제 발효가 일어난 ‘기타 곡물 발효주’(HSK 2206.00-2090호)로 분류했다. 이 경우 주세법상 주세율은 72%에 달한다. 이에 불복한 업체는 관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했다.

 

◆ ‘섞은 술’ vs ‘발효된 술’…품목분류 쟁점은?

 

이번 분쟁의 핵심은 겉보기에 비슷한 술이라도 그 본질을 ‘주정을 섞은 혼합물’(제2208호)로 볼지, 아니면 ‘곡물을 발효시킨 술’(제2206호)로 볼지 여부다.

 

관세율표 제2208호는 ‘기타 주정음료’를 포괄한다. 주정을 기본으로 하여 향료·감미료 등을 섞어 만든 술 등이 여기 속한다. 반면 제2206호는 곡물·과일 등을 실제로 발효시켜 얻은 알코올이 ‘본질’인 술을 다룬다.

 

HS 해설서는 “발효주에 알코올을 첨가하여 도수를 높인 경우(알코올 강화)에도 발효주의 성격을 유지하는 한 제2206호에 분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관세율표 제22류 주 규정은 ‘조리용’이라 하더라도 알코올 도수가 0.5%를 넘고 음료로 마실 수 있을 정도라면 원칙적으로 ‘주류·음료’ 안에서 품목분류를 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관건은 ▲쟁점 물품이 실제로 곡물 발효 과정을 거쳤는지 ▲음료로 마실 수 없는 수준으로 변성된 조미료인지 여부였다.

 

◆ 업체 “물 한 방울 안 넣었다…발효 없는 ‘조미용 알코올’”

 

업체는 쟁점 물품이 발효주가 아닌 ‘주정을 섞은 조미용 음료’라고 주장했다. 업체는 근거로 제조 공정을 들었다. 주세법상 발효주를 만들려면 반드시 ‘물’이 필요한데 쟁점 물품의 제조 공정에는 알코올 발효의 필수 요소인 물을 투입하는 단계가 없다는 것이다.

 

업체는 “쌀과 입국을 이용해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당화’ 과정만 거쳤을 뿐, 이후 주정을 섞었기 때문에 곡물 자체의 발효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조 과정에 효모가 사용된 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업체 측은 “효모는 발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베트남 쌀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고 잡균 오염을 막기 위한 품질 관리 목적”이라며 “발효를 억제하기 위해 탱크를 밀봉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업체는 이 물품이 ‘술’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전문 기관의 관능검사 결과 바로 마시기에는 맛과 향이 역하고 조미용으로만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업체는 “음용이 불가능한 조미용 첨가물을 단지 제조법을 이유로 고세율의 발효주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 세관 “고급 알코올 다량 검출…발효주이자 음료”

 

반면 세관은 정밀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업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와 중앙관세분석소가 쟁점 물품을 분석한 결과, ‘고급 알코올’ 성분이 다량 검출됐다. n-프로판올, i-부탄올, i-아밀알코올 등으로 구성된 고급 알코올은 전분이 효모에 의해 알코올 발효를 일으킬 때만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세관은 “고급 알코올이 검출됐다는 것은 제조 과정에서 명백히 발효가 일어났다는 과학적 증거”라며 “업체가 주장하는 단순 당화나 주정 혼합만으로는 생성될 수 없는 성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음용 부적합성’ 주장에 대해서도 세관은 선을 그었다. 쟁점 물품은 알코올 도수가 0.5%를 초과하고, 음료로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별도로 변성시킨 상태도 아니라는 것이다. 세관은 “맛이 없거나 조리용으로 쓰인다는 사실이 관세율표상 주류에서 제외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관세청 “발효 성분 검출…‘알코올 강화 발효주’ 맞다”

 

관세청은 양측의 주장과 분석 결과를 검토한 끝에 세관의 과세 처분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결정의 근거는 ‘성분 분석’이다. 관세청은 “업체가 당화 과정만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분석 결과 발효의 결정적 증거인 고급 알코올이 다량 검출됐다”며 “이는 쟁점 물품이 쌀, 입국, 효모를 통해 실제 발효 과정을 거쳤음을 입증한다”고 판단했다.

 

관세율표 해설서에 따르면 발효된 술에 주정을 첨가했더라도 발효주의 특성을 잃지 않았다면 제2206호(기타 발효주)로 분류해야 한다. 관세청은 이를 근거로 이 물품은 곡물 발효주에 주정을 섞어 도수를 높인 ‘알코올 강화 곡물 발효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세청은 “주세법 시행령상 쟁점 물품과 같은 발효주류는 조리용으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주세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관세청은 쟁점 물품을 ‘기타 주정음료’가 아닌 ‘기타 곡물 발효주’(HSK 2206.00-2090호)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업체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결정으로 해당 베트남산 조미용 술에는 72%의 주세율이 확정됐다.

 

[참고 심판례: 관세청-심사-2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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