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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신탁세미나] 배정식 화우 수석 “708만 재외동포 시대…신탁이 국제상속 해법”

공증·송달 지연·분쟁 위험 커져…상속유형별 신탁 활용 필요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전 세계 181개국 708만 재외동포 시대, 상속은 더 이상 단일 국가의 절차로 설명되지 않는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정식 법무법인 화우 수석전문위원은 10일 조세금융신문·법무법인 화우 신탁세미나에서 “해외 거주 상속인이 포함된 경우 공증·송달·재산관리 지연이 반복되며 갈등 요인이 된다”며 “신탁을 활용하면 상속 구조를 미리 정리해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수석은 먼저 국제상속 환경의 변화를 짚었다. 그는 “2000년 이후 재외동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족의 국제화가 일상화됐다”며 “상속은 더 이상 단일한 국내 법률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 행정·법률 이슈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시민권자의 상속세·증여세 문제, 상속재산 해외 반출 규정, 상속포기·한정승인, 국내 부동산 상속 등 관련 상담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 상속유형별 주요 쟁점

배 수석은 재외동포가 직면하는 상속 상황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부모는 국내, 자녀는 모두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다. 그는 “장례식 참석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고, 코로나 시기에는 상속절차를 국내 가족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고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 수석은 상속인 간 협의 불능, 공증·송달 지연 등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두 번째는 여러 상속인 중 일부만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다. 배 수석은 “해외 거주 상속인은 국내 재산 상황이나 과거 자산 이전 내역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유산 정리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피상속인이 한국과 해외 두 곳에 재산을 보유한 경우다. 이 경우에는 거주자 판정이 불명확해져 과세범위 충돌 문제가 발생하고, 각국의 공증·인증 절차에 따른 비용·지연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배 수석은 “신탁 설계를 통해 국내 재산의 관리·상속 내용을 명확히 해두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신탁 활용 3가지 사례

배 수석은 신탁이 실제로 활용된 사례도 3가지로 소개했다.

 

첫째, 역이민 1인 가구 사례다. 그는 “국내 체류 외국국적동포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역이민 흐름도 확인된다”며 “오랜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에 정착하는 1인 가구의 경우 신탁을 통해 자산관리와 상속을 동시에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분 제도 개편 이후 특정 조카나 기부단체에 사후 기부를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해외 자녀가 한국의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다. 배 수석은 “직장 등으로 인해 국내 재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신탁을 통해 임차관리·임대료 수납·세무 대응 등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 거주 자녀의 자녀(손자녀)가 현지 시민권자인 경우 2차 상속까지 고려한 플랜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셋째는 한국과 해외를 오가는 이중 거주자의 신탁 활용 사례다. 국내 재산은 한국 신탁으로, 해외 재산은 해외 신탁으로 각각 관리하고, 필요하면 한쪽 재산을 다른 지역 신탁으로 이관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플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필요한 제도 개선 과제

배 수석은 재외동포가 신탁계약의 위탁자로 배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신탁법에는 재외동포가 위탁자에서 제외된다는 조항이 없고, 실무에서도 시민권자·영주권자를 구분하지 않고 신탁 설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소재 재산은 한국 신탁법에 따른 신탁에만 편입될 수 있으며, 해외 신탁에는 직접 편입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두 가지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첫째는 한국형 CRT(Charitable Remainder Trust·기부형 신탁) 도입이다. 배 수석은 “현재의 신탁은 사익신탁과 공익신탁으로만 구분돼 있어 기부 활성화에 제약이 있다”며 “연금 수입과 사후 기부를 동시에 구현하는 CRT 모델에 대한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채무신탁 허용이다. 그는 “채무신탁 허용은 금융위가 2022년 신탁법 제도혁신안에 포함한 바 있다”며 “적극재산과 채무를 함께 신탁에 편입할 수 있다면, 위탁자 사후 해외 상속인의 절차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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