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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 · 판례

[예규·판례] 유언대용신탁 통한 부동산매각대금에 취득세 부과가 정당한가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신탁제도는 위탁자(소유자)가 수탁자(관리자)에게 어떤 재산의 명의를 맡기고 수탁자는 그 재산을 관리하고 운영해서 이익을 얻은 후에 그 이익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공제하고 남은 금액을 당초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소유자는 재산을 맡긴 위탁자 겸 그 재산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취득하는 수익자가 된다. 한편 최근 유행하고 있는 유언대용신탁은 당초의 소유자가 사망한 후 사후수익자로 제3자가 지정된 경우로, 피상속인이 수탁자에게 부동산 등을 맡기고 생전에는 그 이익을 취득하다가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 부동산은 생전에 위탁자인 피상속인이 지정한 수익자에게 명의가 이전되거나 처분되어 수익금이 귀속되는 방법이다.

 

문제가 된 사안은 피상속인 사망 후에 이러한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부동산이 처분되어 그 수익금이 수익자에게 귀속한 사례에서 과세관청이 이를 상속으로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수익자에게 취득세를 부과한 사안이다.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의 고모는 생전 재산관리 및 사후 분배를 목적으로 생전에 수탁자인 은행에 고모 소유의 금전, 부동산 등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였고(부동산에 대해서는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짐), 원고의 고모가 사망하자, 수탁자인 은행은 수탁재산 중 아파트를 매각하고 그 처분대금을 수익자인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그러자 과세관청은 위 아파트를 원고가 상속으로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고 취득세와 가산세를 부과하였고, 원고는 신탁계약에 의해 부동산의 소유권이 이미 수탁자인 은행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상속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취득세와 가산세의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신탁계약에 따른 은행 명의로의 소유권이전을 법적으로 완전한 소유권이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신탁재산의 처분으로 인해 수익권을 취득한 것이 과세 대상이 되는지 여부, 지방세법과 상속세법의 적용범위와 차이점은 무엇인지라 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2024. 10. 25. 선고 2023구단62970 판결 취득세등부과처분취소 사건

 

법원은 “지방세법에 있어서 부동산 취득세는 재화의 이전이라는 사실 자체를 포착하여 거기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부과하는 유통세의 일종으로서 부동산의 취득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 수익, 처분함으로써 얻어질 이익을 포착하여 부과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방세법 ‘부동산의 취득’이란 부동산의 취득자가 실질적으로 완전한 내용의 소유권을 취득하는가의 여부에 관계없이 소유권 이전의 형식에 의한 부동산 취득의 모든 경우를 포함하고(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두7896 판결 등 참조), 지방세법은 부동산의 취득에 있어서 민법 등 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등기 등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사실상 취득한 때에는 이를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위 규정 소정의 사실상 취득이란 일반적으로 등기와 같은 소유권 취득의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는 못하였으나 대금의 지급과 같은 소유권 취득의 실질적 요건을 갖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대법원 2001. 2. 9. 선고 99두5955 판결 등 참조).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므로(신탁법 제1조 제2항), 부동산의 신탁에 있어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이와 같이 신탁의 효력으로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것이고, 다만,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여야 하는 제한을 부담함에 불과하다(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밝혔다.

 

그러면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은 수탁자인 은행에 대내외적으로 완전히 이전되어 원고가 직접 상속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원고가 수익권을 취득한 것은 신탁계약에 따른 처분 대금에 대한 권리일 뿐, 부동산 자체를 취득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며, 지방세법에는 상속세법과 달리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취득세 과세규정이 없으므로 원고의 수익권 취득을 취득세 과세대상에 포함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또한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을 존중해야 하고, 이러한 신탁계약 구조는 조세 회피 수단으로 볼 수 없다고도 판시하면서, 과세관청의 취득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결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법개정을 통해 ‘상속’의 정의에 유언대용신탁을 포함시겼고, 사후수익자를 수유자로 보아 위탁자가 신탁한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본다는 간주규정을 명문으로 둠으로써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과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취득세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지방세법에는 이와 같은 정의규정이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준용규정이 없고 상속세와 취득세는 그 과세대상과 목적이 달라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위 상속세 및 증여세법 규정을 곧바로 적용할 수 없다.

 

그런데 법원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신탁법상의 신탁으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망인이 사망한 이후에 수익자가 곧바로 등기없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도 없다.

 

즉 지방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속으로 인하여 취득하는 경우’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부동산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처분에 대한 수익권을 취득한 것이므로, 이에 대해 취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타당해보인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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