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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대법 "'정신장애 주장' 이유 양형가중 안돼"…소년범 파기환송

'살인미수' 고교생 2심서 "반성부족" 형 가중…"장애인 방어 못하게 만들어, 면밀 심리해야"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적장애 소년이 법정에서 정신적 장애를 주장한 것을 두고 '반성하지 않는다'며 형을 가중한 2심 판결은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최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18)군에게 장기 9년·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A군은 2024년 8월 19일 오전 안산시 상록구의 한 중학교 부근에서 등교 중이던 B양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치고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양은 피를 많이 흘린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B양을 좋아하게 됐으나 만나주지 않자 범행을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1심에서 혐의를 인정하되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그는 지적장애 3급으로 2018년 무렵 공격성과 폭력성이 심해져 범행 전까지 여러 차례 입원·통원 치료를 반복했다. 그러나 1심은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장기 8년·단기 5년에 처했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는데, 2심은 첫 공판에서 변론을 종결한 뒤 1심의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장기 9년·단기 6년으로 형을 가중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1, 2심이 소년이자 장애인인 A군에 대해 충실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소년법의 목적, 장애인인 소년의 절차적 지위와 권리 등을 종합하면 정신적 장애인인 소년의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그가 호소하는 정신적 장애나 사법적 조력 요청 등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장애 내용과 정도, 범행에 미친 영향,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의 필요성 등에 대해 감정을 하는 등 구체적 사정을 충실히 심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행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는지,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한 적합한 처분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2심이 첫 공판에 바로 변론을 종결하며 충실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 A군의 치료 경력, 병원 퇴원 후 불과 20일 만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감안할 때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단순히 징역형을 복역하다 출소해 복귀하면 여전히 정신질환으로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개연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심이 A군의 정신적 장애 주장에 대해 "정신의학과적 병력을 핑계로 책임을 경감하려 하며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의문"이라며 형을 가중한 점도 문제 삼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적 장애를 이유로 심신장애 등을 주장하는 것을 '반성하거나 후회하고 있지 않다는 인격적 비난 요소'로 봐 가중적 양형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피고인이 장애를 밝히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장애인이 충분한 방어행위를 못 하게 해 비장애인과 관계에서 실질적 평등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형사처벌을 모면하고자 그런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 판단을 위해선 장애 상태에 대한 면밀하고 충분한 심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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