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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 2기 상호관세 시대, 한국은 어디까지 준비되었나

(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명예교수,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트럼프 2기 상호관세의 등장

 

2025년 4월,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는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Liberation Day/Liberation Tariffs)’를 발표했다.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일본‧대만‧EU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해서는 상호관세 명목으로 20~30%대에서 최대 50%까지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한국은 25%의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분류되었다.

 

여기서 ‘상호관세’란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비관세장벽만큼 되돌려 부과하겠다는 협상의 레토릭이자 정치적 슬로건이다. 관세 인상 폭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조치가 WTO 체제의 최혜국대우(MFN) 원칙을 벗어나고 양국 간 상대성(상호성)과 안보, 무역적자 등을 앞세운 새로운 관세질서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 관세정책의 법적 경계선

 

이 과정에서 미국 관세조치의 법적 정당성이 주목된다. 미국 법원들은 대체로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인정해 왔다.

 

대표적으로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 232조(안보관세)를 근거로 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2025년 미 국제무역법원(CIT)에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을 제한하는 것은 행정부 권한”이라며 합헌 판결을 받았고, 같은 해 미 연방대법원도 산업계의 위헌 소송 상고를 기각하여 대통령 재량을 유지했다.

 

무역법(Trade Act of 1974) 301조(대중국 추가 관세) 역시 연방순회항소법원(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CAFC)이 리스트 3‧4A 관세의 적법성을 인정하여 정부 승소로 결론되었다. 이 판결은 불공정 무역 시정을 위한 대통령의 폭넓은 권한을 확인한 것이다.

 

반면,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근거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는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 무제한적‧전면적 관세 부과가 IEEPA의 위임 범위를 넘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IEEPA에는 ‘관세(tariff)’나 ‘세금(duty)’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에 전례 없는 규모의 영향을 미치는 점에서 중요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 정치적‧경제적으로 거대한 정책결정(중요 질문)은, 의회가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현재 이 사안은 미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가 있어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요약하면 안보(무역확장법 232조)나 불공정무역(무역법 301조)을 이유로 한 관세는 다수 판례에서 합헌으로 평가되는 반면, IEEPA를 활용한 일괄 관세는 의회 위임 한계를 넘는 조치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 관세조치의 법적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때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세전쟁에서 공급망전쟁으로

 

또 하나 분명한 축은 미중 갈등이 단순 관세전쟁을 넘어 공급망 전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면서 반도체 제조장비‧소프트웨어, 배터리 핵심 광물, 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전략 산업이 미국의 수출통제와 투자제한,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한‧미 상호관세도 단순히 세율 조정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재편과 투자‧안보 협력을 묶어 진행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반도체‧배터리‧자동차‧철강‧조선‧바이오‧의약품 등 주요 산업이 관세‧수출통제‧보조금(인플레이션감축법 IRA)‧안보를 포괄하는 미국의 정책 틀 안에 동시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미 관세협상의 큰 틀(관세‧투자)

 

공개된 대통령실 브리핑과 공동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관세 완화와 맞물린 대규모 투자 패키지를 합의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ⅰ)상호관세: 기존 25%에서 15%로 인하, ⅱ)자동차 및 부품(232조): 25%에서 15%로 인하, ⅲ)자동차 및 부품(232조): 25%에서 15%로 인하, ⅳ)제네릭 의약품‧항공기 부품‧비생산 천연자원: 전면 무관세 합의, ⅴ)반도체(232조): 한국의 반도체 교역 규모와 비교해 미래 합의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 보장. 관세 측면에서 보면 현재까지 드러난 윤곽은 이렇다.

 

즉, 상호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각각 15%로 낮추고, 의약품은 15% 이내로 제한했으며, 일부 전략 품목은 무관세로 하는 한편, 반도체는 주요 경쟁국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확보했다.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패키지를 약속했다. 이 중 조선 분야 1500억 달러는 이미 미국 승인을 거친 직접 투자이며, 전략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라 20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직접투자 자금은 연간 200억 달러로 상한을 정해 10년에 걸쳐 분할 집행하며, 사업 진척도에 따라 실제 납입된다.

 

모든 투자는 상업성을 우선하며, 개별 사업을 특수목적법인(SPV) 우산형 구조로 묶어 투자‧수익‧위험을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한다. 수익 배분 기본 비율은 한‧미 각각 50:50이나, 20년 이내 원리금 회수가 어려운 경우 한국 측 몫을 늘리는 조항도 포함됐다.

 

투자 실행 과정에서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해 달러를 조달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필요 시 조달 시기나 금액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양국이 협의하기로 했다.

 

요컨대 3500억 달러 전액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것은 아니며, 그중 연 200억 달러를 한도로 한 직접투자 2000억 달러와 나머지 조선‧해운 협력 금융‧보증을 포함하는 구조다.

 

엇갈리는 국내 평가

 

같은 사안을 두고 국내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관세율 인하와 반도체‧의약품 분야 조건 확보, 분할‧상한 구조의 투자 안전장치 등을 들어 “외환 및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3500억 달러가 한국 GDP의 20%에 달할 정도로 과도하고, 사업 선정이나 수익성에 따라 손실 위험이 크다며 “관세 인하에 비해 대가가 너무 크다”는 비판이 있다.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지는 관세 인하 효과, 투자 부담, 장기 공급망‧세제 전략 등 여러 요소를 어떻게 저울질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관세 이후의 과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합의를 관세 협상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관세뿐 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BEAT(Base Erosion Anti-abuse Tax), CAMT(법인 대체최저한세) 등 자국의 세제를 관세‧투자 패키지와 함께 운용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이나 공장 이전, SPV 구조 등의 변화는 이전가격(TP) 과세, 한‧미 FTA의 원산지 기준, 관세평가 방식, 글로벌 최저한세(Pillar 2)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수입품의 HS 코드, 원산지‧부가가치 비율, 가격‧마진 구조, 정부 보조금‧세액공제 수령 내역 등을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상호관세 조사나 우회수입 분석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이 한국을 수출 주도형 국가에서 보다 능동적인 공급망 전략 국가로 이끄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향후 부담으로 돌아올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정부 발표 한 줄이나 숫자 몇 개로 즉각적인 ‘성공‧실패’를 판단하지 말고, 관세뿐 아니라 세제‧이전가격‧공급망‧데이터 거버넌스까지 포괄적인 시각으로 냉정히 따져보는 일이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 법대 명예 교수

•(현)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현)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전)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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