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임시국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주요 골자로 한 제3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움에 따라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다만 상법 개정에 앞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이 있는 반면 현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매각을 실시한 기업 등 둘로 나뉘자 시장 반응은 갈리는 추세다.
자사주 소각의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주가가 즉각 반응함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의 효과가 크다.
이에 반해 자사주 매각은 추후 시장에서 팔릴 주식 물량(오버행)이 늘어나는데다 회사가 자금 부족으로 인해 당장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현금 보유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이기에 주가하락 또는 그간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은 호재로 인식하지만 자사주 매각은 경계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 시장, 자사주 소각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진정성 인식…주가 상승 효과 발생
실제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들은 주가 상승 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 5일 컴투스가 자사주 총 64만6442주(약 581억원)를 오는 12일 소각하겠다고 공시하자 6일 오후 2시 35분 기준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93% 오른 3만850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 역시 지난 5일 자사주 총 32만836주(약 362억원)를 이달 15일에 소각하기로 결정하자 같은날 전거래일 대비 1.51% 오른 11만4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1월 27일 자사주 총 323만674주(약 383억원)를 같은해 12월 5일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소각 발표 당시 주가는 변동이 없었지만 소각 당일 2만1850원이었던 주가는 올해 1월 5일 2만550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7월 24일 KB금융은 자사주 총 572만4197주(6600억원)를 올해 1월 9일까지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같은달 24일과 25일 KB금융의 종가는 전거래일 대비 1.65%, 1.37% 각각 오른 11만7200원, 11만8800원을 기록했다
◇ 자사주 매각 기업, ‘꼼수’ 동원해 자사주 본질적 의미 훼손하기도
지난해 12월 2일 이차전지 소재 기업 엘앤에프는 장 마감 후 보유 중이던 자사주 총 100만주(약 1281억원)를 해외기관 투자자에게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방식은 시장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장 개시 전 대량매매하는 블록딜 형태로 처분단가는 2일 종가 대비 약 5% 할인가격으로 전해졌다.
이에 다음날인 12월 3일 주가는 전날 12만9100원 대비 2~3% 하락한 12만6000원대에서 거래됐고 결국 전날 보다 1.70% 떨어진 12만6900원에 장을 마쳤다.
켐트로닉스 또한 지난해 11월 5일 반도체 소재 및 유리기판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총 42만8915주(약 182억원)를 블록딜 방식으로 외부투자자에게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다음날인 11월 6일 켐트로닉스의 주가는 그간 상승세에서 하향세로 전환됐고 이날 종가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8.86% 급락한 3만5500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된 반도체 전공정 장비업체 테스는 자사주 기반 EB(교환사채) 발행으로 인해 ‘꼼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테스는 지난해 10월 22일 자사주 30만주(총 발행주식 대비 1.68%)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에 나서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당시 금융감독원은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상법 개정을 회피하는 ‘꼼수’로 보고 관련된 공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즉 테스는 자사주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형태(EB 발행)를 취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채권’ 형태로 묶어둔 것이다. 여기에 당초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데 EB로 발행돼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의결권이 부활한다. 때문에 추후 대주주 우호세력이 EB를 인수한다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결국 금감원은 테스에 대해 두 차례의 정정공시를 요구했고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같은해 10월 28일 테스는 전날에 비해 10.46% 급락한 4만4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 민주당 “제3차 상법 개정 처리 관련 구체적 일정은 아직”
한편 제3차 상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오기형 의원실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에서 이달 중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현재까지 법사위원회에서 언제까지 검토한다는 등의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같은당 안도걸 의원이 별도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안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은 코스피5000 특위에서 논의한 뒤 제출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는 상법 관련 당의 대표 법안은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으로 추후 안도걸 의원의 법안을 취합할지 여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안도걸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오기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과 달리 창업기업·벤처기업은 지분을 재정비하는 경우가 잦아 자사주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창업기업·벤처기업은 자사주 소각의무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3차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이사 충실의무 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이라며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돌파 기대감 형성, 지주사·저 PBR주 급등 등 이른바 코리안 디스카운트 해소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들이 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확대 및 각종 소송리스크, 경영권 방어 수단 훼손에 따른 단기 변동성 증가 등 부작용도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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