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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거래세 폐지는 만병통치약?

고승주 기자
▲ 고승주 기자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외환위기, 금융위기, 최근의 코스피 하락세 등…. 증시 위기 우려가 높아지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라는 아우성이 높아진다.

 

증권거래세 폐지 담론은 고전적 래퍼곡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숲길 통행료(세금) 부담이 크면, 여행자(국민)는 숲을 우회해서 갈 것이니 오히려 통행료를 적정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정부나 여행자(국민) 양쪽에 이익이란 것이다.

 

증권거래세 폐지로 인한 부담감소가 추가 투자 여력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여윳돈을 한국증시에 투자할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실제 한국증시에서 증권거래세가 달러·위안화·엔화·유로화의 변동, 다우지수 변동, 중국 경제성장률 등보다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분석가들도 글로벌 경기 호조, 국제통화 움직임 등을 코스피 변동의 주요인으로 꼽지 법인세 인하나 인상을 꼽지 않는다.

 

세금제도 측면에서 보면, 양상은 더 복잡해진다.

 

증권거래세 폐지론의 또 다른 담론은 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양도세를 적용하면 당국과 시장 모두 수용하기 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은 간단치 않다. 

 

지난해 정부는 거대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에게 22%의 양도차익세율을 부과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현재는 내국인 대주주만 주식양도세를 내는데 외국인 거대 기관투자자들은 개미 투자자들처럼 비과세 적용을 받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잦았다. 그러나 여론은 등을 돌렸고 정부는 포기해야 했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대만은 실명제도 안 한 상태에서 양도세를 도입하다가 조세회피처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스웨덴의 경우 대만의 역사례라고 볼 수 있다. 스웨덴은 증권거래세를 도입하려다가 투자자금이 세금을 피해 국내 증시에서 런던거래소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증권사를 통하지 않는 매매는 비과세란 점을 이용한 결과였다. 

 

거래세 폐지, 양도세 전환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일본의 경우도 간단치 않다.

 

일본이 거래세를 폐지한 시기는 거품경제가 종국에 다다르기 직전이었다. 일본 정부는 거래세 폐지와 투금계정 합법화로 내국기업들에게 자본투자의 길을 열어주었다. 거품이 꺼진 후 거래세 폐지와 0.1~0.5%를 오가는 초저금리에도 1985년 1만2000선이었던 니케이225 지수가 2만대 초반까지 올라 오는 데 20년이 걸렸다.  그리고 일본의 거래량 대비 증권 관련 세수는 `거래세 부과 이전보다 쪼그라 들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금융거래세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는 금융세제의 복잡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는 금융산업 특성과 국제환경, 국경을 넘어 다자화된 조세저항까지 함께 고려해 볼 때 해외 사례는 참고이며, 결국은 우리 금융시장에  맞는 옷을 찾아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증권거래세가 완전무결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래퍼곡선만으로는 한국증시에 맞는 옷이 거래세 폐지라고 말하기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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