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 오늘(31일) 전국 230만 농민 대표를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열린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몰리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였다.
오늘 투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전국 조합장 1118명 가운데 선출된 대의원 292명이 참여해 진행된다. 투표에 앞서 후보자 소견발표 시간도 잡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될 오늘 선거 결과는 오후 2시쯤이면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앙회장에 도전장을 던진 10명의 후보들은 모두 완주를 결심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죽기를 작정하고 돌진 하는 치킨게임을 연상케 할 정도다.
어느 선거든 투표일자가 임박하면 상당수의 후보들이 유력후보와 합종연횡을 도모하거나 자기의 지지 세력을 등에 없고 다른 후보와 거래를 시도하려 하는 것이 선거판의 생리다.
선거에서 학연 지연을 엮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지역 별 후보 간의 단일화는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선거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술 중 하나다. 지난 구정 명절 동안 몇몇 후보들이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성사를 이룬 후보는 단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면에는 끝까지 완주하여 뚜껑을 열어 결과를 봐야 하겠다는 후보들의 비상한 각오가 담겨있다.
이번 선거에 키를 쥐고 있는 유권자(대의원)는 총 292명으로 70%가 초·재선 조합장들로 구성, 평균연령도 5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의 표는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정책과 실리를 따라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선거가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2차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이 때 낙선자를 찍었던 표들이 어느 후보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2차에서 상당수의 후보들이 실리를 따져 권리를 행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언론에 유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인물 상당수가 괴문서 유포 협의, 불법 선거개입 및 부정대출 의혹 등에 휘말려, 경찰이나 선관위, 금융 감독기관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소식에 후보들의 마음은 좌불안석이다.
최근 전북과 경남 등지에서 나돌던 괴문서는 결국 후보들의 발목을 잡게 될 족쇄가 될게 뻔하다. 여기에 前 중앙회장들 까지 선거전에 끌어들여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들쑤셔 놨다.
이번 선거에서 모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는 농협출신 A씨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1차 투표보다는 결선 투표를 치르기 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놓고 투표에 참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1차 투표에서는 과반수 표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2차 결선 투표에서 합종연횡을 도모, 헤쳐 모이려는 꼼수가 깔려있다”고 덧붙였다.
오늘 중앙회장 선거에는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 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 조합장 ▲문병완 전남 보성 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 조합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 조합장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천호진 전국농협경매발전연구회 고문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야 조합장 (이상 가나다순)등 총 10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종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후보는 비상근 명예직으로 4년 동안 농협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게 된다. 중앙회장은 230만 명의 전국 농민 대표로 농협 산하 계열사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 까지 갖고 있어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농협은 자산 규모만 봐도 400조원에 달한다. 때문에 농협중앙회장을 ‘농민대통령’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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