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낭송 홍성례)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시인 신경림] 1936년 충북 충주 출생 동국대학교 영문학 졸업 1955년 《문화예술》로 등단 2009년 호암상 예술상 수상 등 다수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갈대』, 『뿔』, 『농무』 등 시그림집『달려라, 꼬마』 [감상 양현근] 이 시는 한 도시 근로자의 가난한 삶과 고뇌를 노래한 작품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해서 고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