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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번복 없는 해외직구 해명자료, 이걸 믿으라고?

법인세‧소득세 세수펑크 우려 가운데 해외직구 부가가치세 면제 '들썩'
총선 후 '서민 쥐어짜기' 본격화되나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16일 기습 발표한 전방위적 해외직구 금지조치는 연 6.8조 해외직구 이용자들을 들끓게 했다.

 

해명자료도 근무시간이 끝난 17일 밤 10시께에 기습 배포됐다. 18일은 휴일이라서 담당자하고 통화 연결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하루 만에 번복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런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무엇 하나 번복한 게 없다.

 

 

◇ 1. ‘품목 전체‧당장’ 뒷문 열어둔 표현들

 

해명 첫 줄은 ‘80개 품목 전체에 대해서 해외직구가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로 시작한다.

 

정부가 위해성 조사해보고 문제없으면 들여올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인데, 그 위해성 조사를 어떻게 한다는 설명이 없다.

 

단서를 찾자면, 산업부 1급 고위공무원이 기관장을 하는 국가기술표준원 밑에 제품안전기술협회란 곳이 있다.

 

협회는 그간 세관이랑 안전성 협업검사라는 걸 해왔는데, 그 검사라는 게 샘플을 하나 까서 KC인증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고 없으면 통관보류, 폐기 등을 한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KC인증이 없으면 안 들여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80개 품목 전체에 대해 당장 금지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대단히 빈틈이 많은 말이다.

 

50개를 금지해도, 79개를 금지해도 성립되며, 80개를 금지해도 순차적으로 금지하면 지적을 회피할 수 있다.

 

약속이 아니라 뒷문 선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 2. 피규어 무제한 지연 작전

 

두 번째 해명에서는 ‘성인용(만 13세 초과 사용) 피규어는 어린이 제품에 포함되지 않고, 어린이 피규어만 위해성 검사를 한다’라고 나와 있다.

 

이건 하나 마나 한, 현행 법령을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하다.

 

애초에 13세 이하 물품은 KC인증을 확인하게 되어 있다.

 

해외직구 금지 이전이든 뭐든 관계없다. 어린이 제품안전특별법 제22조가 그 내용이다.

 

그러면 13세 초과라고 써서 수입하면 안 걸릴까.

 

안 걸릴 수도 있겠지만, 걸릴 수도 있다.

 

어떤 물품이 13세 이하라고 규정한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규정할 수도 없다.

 

13세 초과는 누가 판단하나. 세관에서 하게 된다.

 

이 해명이 말하지 않는 핵심은 ‘지연’이다.

 

중앙에서 위해성 검사를 세게 하라고 지시를 보냈으니 관세청으로서는 세게 할 수밖에 없는데, 통관 여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통관 시기가 점점 길어지게 되고, 지연이 한 달 두 달 되면 거래가 끊기게 된다. 또 보세구역에 계속 물건을 쌓아 둘 수 없으니 반송‧폐기 등이 안내될 우려도 있다.

 

 

◇ 3. KC 인증기관 민영화 고백

 

세 번째 해명은 ‘KC인증은 현재도 민간 인증기관이 시행하고 있습니다’인데 이 대목은 정부가 KC인증 민영화를 고백해 버렸다.

 

현 KC인증은 (KTC)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등 비영리기관이 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 마음대로 손댈 수 있는 시행령으로 풀어서 영리기업도 인증사업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관 간 경쟁 촉진을 통한 인증 기간 단축, 인증 서비스 개선 등이 명분인데 돈 벌려고 들어온 기업이 가격인상에 손을 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인증시장은 업계가 좁아서 담합이 일어나기도 쉽고 공공성이 높고, 소비자와 정보비대칭이 매우 큰 영역이라서 경쟁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KC인증은 공공성을 위해 인증을 강제하는 제도다.

 

정부의 인증 민영화 고집은 민영기업 돈벌이를 위한 강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 4. ‘골프채‧낚시’ 생색내기 해명

 

골프와 주류, 낚시품들처럼 고위공무원, 상류층 취미는 왜 안 막았냐는 지적에 대한 해명으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제품들도 위해성이 확인된다면 반입 차단 등 대책을 추가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이대로 제도가 가면 관세청은 80개 품목 위해성 검사로 다른 일을 할 여력이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정말 위해성 확인을 하고 싶으면 80개 품목에 골프채랑 낚시를 집어넣으면 된다. 지금 통관영역에 과부하가 걸어놓은 상태에서 ‘추가로 위험한 거 있으면 막겠다’도 아니고, ‘막는 걸 검토해보겠다’라는 말은 공수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 5. 기습 쳐놓고 국회와 논의?

 

이번 대책의 가장 이상한 지점은 왜 총선이 끝난 이 시기에, 이러한 대형 이슈를, 기습적으로 내놨느냐는 점이다.

 

이번 대책에 걸려 있는 부처와 기관은 총 15개나 된다.

 

국무총리실 빼고 이번 해외직구 금지조치에 유관기관이 14개나 걸려 있다는 건 이번 조치를 위해 적어도 수 개에서 열 몇 개 영역에 걸친 무수한 법령과 규정을 바꿔야 하는 조치란 뜻이다.

 

그런데 정부가 언론에 뿌린 해외직구 위해물품 보도자료는 내용 전체가 8페이지이고, 설명 내용은 5페이지가 고작이다.

 

이 정도면 수십 페이지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사항인데 통상 범정부 공조를 할 때처럼 보도자료 내 배경과 목적, 타당성과 효과, 사후 파급효과, 그리고 이를 위한 법령개정사항 등이 일절 포함돼 있지 않다.

 

그마저도 국내유통업자 챙기겠다는 게 한 페이지다.

 

말로는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국회는 상임위 구성, 상임위원장 구성 때문에 여력이 없는 상태다.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과 충분한 숙의 및 협의 과정을 거쳤는지가 의문이다.

 

법개정 필요한 사항에 정부 혼자 달리는 거 이런 게 폭주다.

 

본 사안의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국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핵심 고려 대상일 텐데 80개 품목이 금지되었을 때 해외직구 규모가 어떻게 변동되는지에 대한 분석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 결론. 물가상승‧서민증세를 각오하라

 

속기기록을 보면 정부의 의도는 더 선명해진다.

 

“지금 저희가 얘기하는 건 뭐냐면 개인적으로 혼자서 자가 사용을 위한 직구를 금지하겠다.”

“국민들의 싼 가격으로 소비자가 물건을 살 수 있는 권리 그런 소비자의 편익이나 권익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안전이 확보된 물건을 사게 그런 정보를 제공하고 국가가 그런 것들은 들어오지 않게 만드는 게 국가의 기본 책무가 더 크다고.”

(이정원 국조실 국무2차장)

 

“소액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과세 문제는 일반 국민 그리고 관련 업계 등의 영향이 굉장히 큰 사항입니다. (중략) EU 27개국, 영국, 호주, 그다음에 뉴질랜드 이런 나라들은 현재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EU 같은 경우는 작년에 발표를 했습니다만 2028년 3월부터 관세도 과세를 하겠다, 이렇게 발표를 하였습니다.”

 

“방향성은 지금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 해소 이게 큰 방향성입니다.”

(이형철 기재부 관세정책관)

 

지난해 해외직구는 6.8조원에 달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로 나간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유통업자들이 불합리하게 가격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 자유만 35번을 외쳤고, SNS를 좋아하는 대형유통업자 역시 자유를 외쳤다.

 

여론은 그 자유에, 직구 소비자의 자유가 있는지 묻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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