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금)

  • 맑음동두천 -6.0℃
  • 맑음강릉 1.6℃
  • 맑음서울 -3.8℃
  • 맑음대전 -1.1℃
  • 맑음대구 0.3℃
  • 맑음울산 1.4℃
  • 맑음광주 2.5℃
  • 맑음부산 2.0℃
  • 맑음고창 1.9℃
  • 구름많음제주 7.3℃
  • 맑음강화 -2.7℃
  • 맑음보은 -2.9℃
  • 맑음금산 -0.9℃
  • 맑음강진군 3.7℃
  • 맑음경주시 0.8℃
  • 맑음거제 3.2℃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도로 표시 하자에 의한 사고,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조세금융신문=임화선 변호사) 교차로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가 없었으나 표지판에는 좌회전시 유턴하도록 기재되어 있어 직진 신호시 유턴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표지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사실관계]

 

사건은 A씨가 원동기장치자전거(이하, ‘오토바이’라고 한다)를 운전하던 중 ‘ㅏ’ 형태의 교차로에서 유턴하다가 발생하였다. 사건 장소에는 ‘ㅏ’ 형태의 교차로가 있었고, 위 교차로 3색 신호등에는 유턴 지시표지 및 그에 관한 보조표지로서 ‘좌회전 시, 보행신고시 / 소형 승용, 이륜에 한함’이라는 표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가 없기 때문에 이 사건 표지에 좌회전시 유턴하도록 되어 있는 부분은 신호체계와 맞지 않았고 이 사건 신호등을 바라보고 운전할 때 왼쪽으로는 좌회전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이 사건 표지는 도로구조와도 맞지 않았다.

 

A씨는 위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변경되자 유턴을 하였는데, 맞은편 도로에서 직진 및 좌회전 신호에 따라 직진 중이던 차량과 충돌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후 A씨 및 A씨의 부모는 표지관 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도로관리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2다225910 판결]

 

당시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표지에 이 사건 신호등의 신호체계 및 이 사건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들어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유를 들어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1)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하자’는 공공의 목적에 공여된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는 영조물의 설치자 또는 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아울러 그 설치자 또는 관리자의 재정적‧인적‧물적 제약 등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영조물이 그 설치 및 관리에 있어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을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영조물 이용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는 것으로 족하다.

 

(2) 위 표지는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소통을 확보할 목적으로 설치된 교통안전시설이므로 그 내용이 설치 장소의 구조나 상황, 신호체계에 부합되어야 함이 원칙이고, 특히 위 표지는 도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자(이하 ‘운전자’라고 한다)로 하여금 어떤 신호가 켜져 있을 때 유턴을 할 수 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하는 유턴 보조표지이므로 그 표지의 내용으로 인하여 운전자에게 착오나 혼동이 발생하는 경우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더욱 그러한데, 위 표지의 내용으로 인하여 운전자에게 착오나 혼동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 표지의 내용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우전자의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이 사건 표지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위 표지에 따르면 좌회전 신호이거나 혹은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이해되지만, 위 교차로에는 좌회전할 도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신호등에도 좌회전 신호가 없었으므로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라면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 유턴을 할 것으로 보인다.

 

(4) 위 사고 이전에 위 표지가 잘못 설치되었다는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고 위 표지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위 표지에 위 신호등의 신호체계 및 위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거기에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된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 론]

 

영조물 하자와 관련한 과거의 판례들은 대부분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면 하자를 인정하는 방향이었는데, 이 사건 대법원은 국가배상법 제5조에서 정하고 있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의 의미와 관련하여 영조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단순히 물적으로 갖추진 못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영조물의 설치자 또는 관리자가 그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 아울러 그 설치자 또는 관리자의 재정적, 인적 제약까지 모두 살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고 영조물 이용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정성까지 하자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아 주관적인 요소 등도 폭넓게 고려요소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기상이변 등으로 예상하지 못한 도로침수 사고나 인명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는데 관리주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프로필] 임화선 변호사

•법무법인(유)동인 구성원 변호사

•한국연구재단 고문변호사

•중부지방국세청 고문변호사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사법연수원 34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나침반]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