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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 새해 첫날에_김정수

 

 새해 첫날에 _김정수

 

새벽에 출근하던 아내가

사진 한 장 찍어 문자를 보내왔다

 

예쁘지? 저렇게 달 가까이 빛나는 별 첨 봐

 

환한 그믐달과 샛별이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더라?

 

처음 같이 목욕하던 때처럼

 

쑥스럽게 부끄럽게 마중하다가

 

개밥바라기와 비너스를 생각하다가

 

오늘도 갈 곳 없는 날 자책하다가

 

고마워! 추운데 잘 다녀오라는 답장도 못 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베란다에서 달달 벌벌 떨고 있다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날카롭게 차오르는 말과 상처 잘 여미는 일

 

젊은 날의 약속 희미해지는 순간까지

 

그냥 사는 일 남들보다 일찍 늙은 직장

 

진작 스러져 아득하고 아뜩해도

 

새해 아침 하늘욕조에선

 

신혼 첫날밤의 어둠이 빛나고 있다

 

―김정수 시집, 『홀연, 선잠』 (천년의시작, 2020)

 

[詩 감상_양현근 시인]

이 시는 새해의 첫 아침을, 거창한 다짐 대신 사진 한 장으로 엽니다.

새벽 출근길 아내가 보내온 달과 별, 

 

그 작은 빛이 집 안의 잠까지 조용히 흔들어 깨웁니다.

환한 그믐달과 샛별이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는 문장은,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하루를 살며시 닦아 주는 일임을 맑게 비춰 줍니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더라?”

 

이 질문에는 오래 함께 산 사람만의 온기가 묻어납니다.

기억을 더듬는 목소리인데도,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스며 있고,

 

처음 같이 목욕하던 때의 부끄러움을 떠올리는 순간,

관계는 늙어가는 대신 다시 수줍어집니다.

 

답장 한 줄 못 보내고 베란다에서 떠는 화자의 모습은 애틋합니다.

그 떨림은 추위 때문만이 아니라,

 

고마움을 제때 건네지 못한 마음이 안에서 달달 떨리는 탓이겠지요.

 

시는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는 일을 아름답게만 꾸미지 않습니다.

날카롭게 차오르는 말을 삼키고, 생긴 상처를 다시 여미며,

 

젊은 날의 약속이 희미해질 때까지도 그냥 살아내는 일의 무게를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끝은 밝습니다.

 

“새해 아침 하늘욕조”라는 말 속에서, 하늘은 차갑고 높은 곳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씻고 지나온 날들을 담아두는 커다란 그릇이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신혼 첫날밤의 어둠마저 빛난다고,

 

오래된 시간 속에서도 아직 반짝이는 것이 있다고, 조용히 말해줍니다.

달과 별이 서로를 씻겨 주듯,

 

우리도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새해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조금 더 따뜻한 쪽으로 걸어갈 수 있음을,

 

이 시는 아주 작게, 그러나 오래 오래 속삭입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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