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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신간] 양현근 시인, 일곱 번째 시집 『시간의 우물』 출간

기억과 존재의 경계를 길어 올리다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시인 양현근의 일곱 번째 시집 시간의 우물이 도서출판 시산맥을 통해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기억’과 ‘존재’가 형성되는 경계의 지점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개인의 회상을 넘어 공동체의 시간과 장소에 축적된 기억의 윤리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시간의 우물』에서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고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다. 양현근 시인은 시간을 고이고 침전되는 공간으로 사유하며, ‘우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부재와 현존, 망각과 기억이 맞닿는 지점을 시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시집에서 기억은 개인의 내면에 갇힌 심리적 현상이 아니라, 장소와 습관, 노동과 기다림 속에 축적된 공동의 감각으로 확장된다. 시 속의 우물은 과거를 복원하는 장치이자, 지금의 삶을 다시 비추는 깊은 매개로 작동한다.

 

문학평론가 황정산은 시집 해설에서 “존재는 경계에서 태어나고, 기억은 경계에서 굳는다”고 평하며, 『시간의 우물』이 선택한 기억의 복원 방식에 주목한다.

 

그는 “이 시집은 사소한 것들의 윤리, 낮은 자리의 노동, 공동체의 시간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저장되고 굳어지는지를 보여준다”며, 기억을 ‘나’의 소유물로 한정하지 않고 “살아온 세계가 남긴 공기로 확장한다”고 분석했다.

 

기억과 존재가 서로를 동시에 만들어 가는 관계라는 해설은, 이 시집의 시적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인식으로 읽힌다.

 

시집에 수록된 69편의 시는 유년의 풍경과 가족의 서사, 사라진 장소와 사물들을 차분히 호출하지만, 감상적인 회귀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시인은 독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무엇을 지키며 무엇을 버려 왔는지, 자신을 지탱해 온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삶의 구조 속에서 어떤 기억이 굳어 왔는지를 되묻는다.

 

이 질문들은 명확한 해답을 요구하기보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여운으로 남는다.

 

『시간의 우물』은 그 질문들에 대해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를 우물가에 세워 둔다. 물은 어둡고 깊지만, 시는 말한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 다른 시간의 물속에서 다시 반짝인다.”

 

이 문장은 이 시집이 끝내 지키려는 믿음이자, 독자가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하나의 위로로 기능한다.

 

양현근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오래 걸을수록 단추와 실밥 같은 작고 낮은 것들이 먼저 말을 건넨다”며 “도시의 소음과 들의 적막 가운데서 길어 올린 물 한 바가지에는 지나치며 놓친 이름들과 손의 온기, 그리고 다시 걸어가야 할 길이 함께 일렁이고 있다”고 이번 시집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일상의 미세한 감각과 낮은 자리의 풍경을 시의 중심에 두어 온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1998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한 양현근 시인은 『수채화로 사는 날』 『안부가 그리운 날』 『길은 그리운 쪽으로 눕는다』 『기다림 근처』 『산벚나무가 있던 자리』 『별을 긷다』 등 다수의 시집을 통해 서정에 기반한 시 세계를 꾸준히 구축해 왔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24년에는 《시선 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 『시간의 우물』은 그동안 축적해 온 시적 성과를 바탕으로, 기억과 존재의 관계를 한층 더 깊고 절제된 언어로 밀고 나간 작품이다.

 

개인의 기억이 공동의 시간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포착한 이 시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며 오래 남을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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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상속세제 개편 논의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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