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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1 (토)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징_박정원

 

_박정원

 

누가 나를 제대로 한방
먹여줬으면 좋겠다
피가 철철 흐르도록
퍼런 멍이 평생 지워지지 않도록
찡하게 맞았으면 좋겠다
상처가 깊을수록
은은한 소리를 낸다는데
멍울 진 가슴 한복판에 명중해야
멀리멀리 울려 퍼진다는데
오늘도 나는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서쪽 산 정수리로 망연히
붉은 징 하나를 넘기고야 만다
징채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제대로 한번 울어보지도 못하고
모가지로 매달린 채
녹슨 밥을 먹으면서

 

詩 감상_양현근 시인

징소리는 제 몸의 상처가 깊을수록
가슴속에서 길어 올린 소리로 멀리 퍼져나간다.
상처 없이 완성되는 삶이 어디 있으랴
징채도 한 번 제대로 못 잡고, 그렇다고
목청껏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는
붉은 징 같은 삶이 곧 서민들의 삶 아닐까 싶다.
언젠가 가슴 한복판에 명중하는 징소리를
꿈꾸며 오늘도 처마 밑에 쭈그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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