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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수몰 지구 _전윤호

 

수몰 지구 _전윤호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흘러 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詩 감상_양현근 시인

마음이 한 쪽으로 기우는 것
마음이 한 켠으로 쏠리는 것도
때로 지나치면 과부하가 걸리는 법이다
적당히 둑을 쌓고 넘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고
물길을 터줘야만 어느 한 순간 무너져 내리지 않을 터이다
예고없이 장맛비는 쏟아지고, 태풍이 몰아치는 밤이다
네게로 향하는 마음을 감당하지 못해
수문을 열어보지만,
언제 비가 그칠지, 언제 태풍이 끝날지 모른다
다만, 그때까지 허술한 마음의 댐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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