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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상장주식 대주주 범위 확대…개미 폭락장 예고에도 정부 ‘온도차’

대주주 범위 10억→3억 확대...개인투자자들 연말 순매도 행렬 예고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내년 4월부터 보유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범위가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된다.

 

올해 연말 ‘세금폭탄’을 피하기 위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증시 하단을 방어하던 개인투자자의 포지션 전환에 국내 증시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 기준 종목당 3억원 이상을 보유하는 투자자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내년 4월 이후 발생한 매매차익에 대해 최고 25%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 요건 강화가 동학개미를 ‘대학살’하는 움직임이라고 반발하며 청와대에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만 주무 부처별 입장이 갈리고 여당 내에서도 각기 다른 반응이 나와 혼선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 개미들, 투매장→폭락장 예고?

 

앞서 정부는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2018년 4월부터 15억원, 2020년 4월부터 10억원, 2021년 4월부터 3억원 등으로 단계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대주주로서 본인과 직계가족 등이 보유한 개별 종목 주식이 3억원이 넘을 경우 매매 차익에 대해 최고 25% 양도세가 부과된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부의 대주주 범위 확대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 13만3695명 시민이 동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양도소득세 대주주 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과도하다는 지점이다.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종목별 지분율(유가증권시장 1%, 코스닥시장 2%)과 연말 기준 보유액의 경우 본인은 물론 배우자,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을 포함한 특수관계인도 포함해 산출된다.

 

여기서 직계 존비속이 조부모, 외조부모, 손자까지로 지나치게 범위가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자녀와 손자 수가 많은 개인투자자라면 특수관계인이 10명 이상인 경우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 범위 확대에서 외국인은 예외로 분류된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목한다. 내국인 투자자 역차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 이번 대주주 범위 확대에서 외국인은 이중과세방지 조약에 따라 한국에 대주주 양도세를 낼 의무가 없다. 한국과 이중과세 조약이 체결된 곳은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 90여 개국이다.

 

문제는 한국 정부에 자국민에 대한 양도세 과세권을 줬거나 이중과세방지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다.

 

호주, 홍콩,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 국가 거주민은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지분율이 25% 이상인 경우만 대주주로 지정돼 양도세가 부과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차이를 두고 내국인 투자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 대주주 범위 확대가 개인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해 올해 연말 개인 자금의 움직임이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부부처 여전히 ‘혼선’…與 김병욱 "대주주 기준 확대 반대"

 

이런 상황에서 정부 부처별 입장이 갈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기준 확대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2017년 법 개정 시 단계별 시간표가 예고된 만큼 주식투자 과세에 대해서만 ‘조정’을 허용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또한 연말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대주주 범위 확대에서만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추경이 4차례나 편성되는 등 적자재정이 심각해진 만큼 기재부가 세수 증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을 손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대주주 범위 확대를 유예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7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대주주 자격 회피를 위해 올해 연말 많은 주식 매물이 나오게 될 상황을 우려하며 “주식시장 또는 주식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당 내에서는 의견이 나뉘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주주 범위 확대를 2023년까지 유예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말에 개인투자자의 순매도가 지나치게 급증할 거라는 우려가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행 대주주 과세방식은 연말 특정 시점의 주식 보유 금액 기준으로 과세대상 대주주가 결정되기 때문에 연말에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도를 유인하여 국내 주식시장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급격하게 초래한다”며 “세법 상 과세 대상 대주주는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직계존비속의 보유분까지 합산하여 산정하기 때문에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주주 범위 확대는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취지와 배치돼 개인투자자들의 조세저항이 우려된다”며 “자본시장활성화, 과세의 합리성,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자금의 증권시장으로의 유입,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도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특별한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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