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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세제개편] ‘소득세 감세’ 고소득자는 조금 더 많이, 저소득자는 찔끔

연봉 1억2000만원 이하는 54만원 감세
연봉 7000만원 이하 서민들은 8~18만원 찔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서민보다 고소득 근로자를 위한 소득세 감세를 추진한다.

 

소득세는 단계별로 세금 부담이 높아지는 누진체계다. 과세표준을 2단계 이상 낮추면 저소득자는 상대적 혜택이 낮아지고, 고소득자일수록 무조건 더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정부는 2022 세제개편안을 통해 연봉 7000~1억2000만원이 가장 큰 감세혜택을 보도록 하위 과세표준 2개 구간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이미지=셔터스톡]
▲ [이미지=셔터스톡]

 

◇ 고소득자 혜택 클 수밖에 없는 개편안

 

소득세는 최고세율에 바로 연봉 곱해서 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연봉 4억원에 세율 40% 곱해서 세금을 1억6000만원 내는 게 절대 아니다.

 

연봉에서 기본공제를 깎고 나머지 소득금액에 세율을 곱한 후 세액공제를 빼서 최종 세금을 결정한다. 보통 기본공제를 통해 깎는 금액은 30% 정도 된다.

 

예를 들어 연봉을 3.5억원을 받고 소득공제를 빼고 과세표준 소득이 3억원이 나왔다면 소득 3억원에 최고세율 38%를 적용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봉을 금액별로 쪼개 6%, 15%, 24%, 35%, 38%를 각각 적용한 것을 모두 더해 산출세액을 구한다.

 

예를 들어 연봉 3억원 중 1200만원은 6%, 6%를 적용한 1200만원을 뺀 나머지 2억8800만원 중 3400만원에는 15%, 나머지 2억5400만원 중 4200만원에는 24%, 나머지 2억1200만원 중 6200만원에는 35%, 그리고 남은 1억5000만원에 38%를 적용한다.

 

이렇게 소득 전체에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소득을 단계별로 쪼개서 세율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기에 하위 1200만원선, 4600만원선 과세표준을 낮출 경우 과세표준 4600만원 이하들, 즉 연봉 7000만원 초반 이하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이상 고소득자들도 고루 혜택을 본다.

 

또한, 과세표준 2개 이상 구간을 하향 조정하면, 적용되는 세율이 큰 고소득자가 무조건 더 감세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22 세법개편안을 통해 ▲세율 6% 구간 종말점을 과세표준 소득 1200만원에서 1400만원 ▲세율 15% 구간 종말점을 과세표준 소득 46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밀어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 추산에 따르면, 연봉 3000만원인 사람은 8만원 감세 혜택이 나오지만, 연봉 7000만원(과세표준 4600만원선)인 사람들은 18만원, 연봉 7000~7800만원인 사람은 54만원의 혜택을 본다.

 

 

기재부는 고소득자란 비판을 피해보려고 연봉 1억 2000만원 이상에 공제캡을 씌웠다. 1인당 50만원씩 받던 근로소득세액공제를 20만원으로 줄인 것이다. 그래도 소득세 감세로 연봉 1억 2000만원 초과자들이 누리는 감세혜택은 24만원이다. 

 

정부는 이번 소득세 감세가 중산층 감세 성격이 있다고 하는데 양극화가 극심한 한국에서 중산층 정의를 평균에 따라 끌어 올리다보니 발생하는 착시다.

 

2020년 국세통계를 통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 87%가 연봉 7000만원 초반 이하선이다. 이번 소득세 감세를 통해 54만원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최소한 상위 13%에 해당되는 ‘상대적 고소득자’들이다.

 

기재부 직원들조차 상당수가 18만원 감세 받고, 고급 간부(과장급) 정도가 54만원 혜택을 본다.

 

저소득자일수록 혜택을 더 주고 고소득자에게는 혜택을 적게 주려면 박근혜 정부 때처럼 하면 된다.

 

감세를 저소득자는 20만원, 중산층은 10만원, 고소득층은 5만원 식으로 세액공제로 하면 된다. 기간 제한을 둬서 고물가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세액공제를 주는 식으로 하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가 고민하던 방안이다.

 

그런데 기재부가 이렇게 안 하는 이유가 있다. 저소득자는 소득세가 나와도 몇 만원 안 되는데 거기에 십만원 단위로 세금을 깎아주면 세금이 0원 이하인 면세자가 늘어난다. 기업계와 학계는 2014년 이후 면세자 비중을 인위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정부를 계속 비판해왔다.

 

정부는 몇 년 간 저소득자는 세금도 안 내냐는 비판을 두려워 항구적으로 상대적 고소득자에 더 감세 해주는 아주 이상한 감세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대놓고 조세정의를 거스르는 꼴이다.

 

 

◇ 서민에 중산층 숫자 섞은 착시 통계

고소득자 비판 의식한 듯

 

용산 대통령실과 기재부의 연막은 또 있다.

 

기재부는 이번 2022 세제개편을 통해 개인들에게 향후 4년간 3.4조원의 감세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소득층은 1.2조원, 서민과 중산층을 함께 묶어서 2.2조원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연봉은 3925만원이고, 기재부가 넣은 중산층은 7850만원이다.

 

기재부는 3000만원 이하 서민들의 7배, 7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3배에 달하는 소득세 감면을 받는 중산층을 굳이 서민과 묶어 통계를 뽑았다. 고소득자 감세란 비판을 피하려 한 모양새로 의심된다.

 

게다가 숫자가 얼마 안 되는 고소득자가 1.2조원 감세효과를 본다는 것은 1인당 혜택은 고소득자일수록 많다는 것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본지>는 이와 관련 설명을 듣기 위해 3일간 기재부 소관 부서에 연락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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