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3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시론] 정부의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안에 대하여

(조세금융신문=이동기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정부는 매년 해오던 것처럼 지난 7월 25일자로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는데, 그 중에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정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자신고세액공제 중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이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만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액도 축소하여 현재 세무대리인에 대해서는 300만원까지, 세무법인에 대해서는 750만원까지 인정하던 것을 각각 200만원과 500만원으로 그 한도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은 종합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에 대한 전자신고를 함으로써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양도소득세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만 제외하고 나머지 세목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표현대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축소하겠다고 하면서 그 개정 이유로 전자신고의 정착을 내세우면서, 2022년 기준으로 전자신고비율이 종합소득세가 99.5%, 법인세 99.6%, 부가가치세는 97.1%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만 보자면 주요세목에 대한 전자신고비율이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굳이 전자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세액공제혜택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전자신고세액공제가 전자신고를 하는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에게 불필요하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납세자연합회 등 각종 사업자 및 납세자 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폐지를 반대하는 논거로는 납세자의 입장에서 매년 세법개정으로 인해 신고를 위해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늘어나면서 신고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전자신고를 함으로써 행정비용이 줄어드는 반면에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의 전자신고를 위한 비용지출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로 각종 세금신고를 전자신고방식으로 하는 경우 신고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점검하고 시정하지 않으면 전자신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신고를 통해 거의 완벽한 세금신고서를 제출하게 됨으로써 납세자의 납세협력비용은 늘어나는 반면에 정부의 행정비용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에 대한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세금신고를 전자적 방식으로 하면서 소요되는 경제적‧시간적 비용에 대한 비용보전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자신고에 대한 지원제도가 아예 없어져서 많은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이 굳이 전자신고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서면으로 세금신고를 하게 될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그 많은 세금신고서를 과거처럼 수동으로 전산입력하고 오류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에 국세청에서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징세비용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 징세비용이 감소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처럼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의 전자신고를 포함한 납세협력비용도 있음을 유념해서 전자신고세액공제 등의 지원을 통해 선진세정이 유지‧발전될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프로필] 이동기 세무사/ 미국회계사

• 현)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 전)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전)신안산대학교 세무회계과 겸임교수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통화 주권 넘보는 스테이블코인, 한국은 준비됐는가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한국 정치가 마침내 디지털 자산에 손을 댔다. 그것도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서 산업 진흥과 생태계 육성까지 겨냥한 ‘판 뒤집기’ 수준의 입법이다.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제도화 시도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 정립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금융위원회를 통한 인가·등록·신고제 도입 ▲스테이블코인 사전 인가제 ▲불공정거래 금지 및 이용자 보호 ▲자율규제기구 설립 등을 담았다. 단순한 제도 마련을 넘어, ‘한국형 디지털금융 패러다임’의 설계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이다. 현행법상 민간의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 발행은 법적 공백에 놓여 있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법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 준비금 적립, 도산 절연, 환불 보장 등 안전장치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통화 주권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에는 꽤나 위협적인 메시지다. 민 의원은 이 법을 “규제가 아니라 가드레일”이라고 표현했다. 규제를 통해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