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5 (목)

  • 구름많음동두천 8.8℃
  • 맑음강릉 11.3℃
  • 맑음서울 9.9℃
  • 구름많음대전 10.1℃
  • 연무대구 10.4℃
  • 구름많음울산 12.7℃
  • 맑음광주 12.0℃
  • 구름많음부산 12.4℃
  • 구름많음고창 10.7℃
  • 구름많음제주 12.8℃
  • 구름많음강화 7.5℃
  • 구름많음보은 8.9℃
  • 구름많음금산 10.2℃
  • 맑음강진군 14.4℃
  • 구름많음경주시 13.4℃
  • 구름많음거제 12.5℃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통곡물 vs 가공품’…고대 작물 ‘엠머밀’, 품목분류 쟁점은?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고대 밀 품종인 엠머밀(emmer wheat, 파로)의 수입을 둘러싸고 품목분류 분쟁이 벌어졌다. 수입업체는 “껍질 제거 가공을 거치지 않은 통곡물”이라며 관세가 없는 품목번호로 신고했지만, 세관의 판단은 달랐다. 세관은 이를 ‘껍질을 벗긴 곡물’로 판단해 관세를 부과했다. 업체는 이에 불복해 관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관세청은 세관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엠머밀, 수입 통관서 품목분류 논란

 

쟁점이 된 물품은 ‘차세대 슈퍼푸드’로 알려진 엠머밀이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10가지 고대 작물’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엠머밀 약 50톤을 사료 원료로 수입한 업체는 “별도 가공 없이 껍질째 수입됐다”며 관세율이 낮은 HSK 1001.90-9020호(사료용 밀)로 신고했다. 해당 호로 분류될 경우 한·EU FTA 협정관세율 0%가 적용돼 관세 부담이 없다.

 

그러나 통관 과정에서 세관은 엠머밀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이미 껍질이 대부분 제거돼 있다고 판단하고, 품목번호를 HSK 1104.29-1000호(기타 가공한 곡물)로 변경했다. 제1104호로 분류되면 기본관세율 5%가 적용되고 FTA 특혜도 제한된다. 세관은 업체에 과소 납부된 관세와 가산세를 추징했다.

 

◆ 곡물 분류 기준, ‘껍질 유무’ 및 ‘가공 정도’

 

농산물 품목분류에서 곡물은 ‘껍질 유무’ 및 ‘가공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품목번호와 관세율이 적용된다. 겉껍질이 붙은 상태의 통곡물은 제10류 곡물로 분류돼 대체로 낮은 세율이나 관세 특혜 대상이 된다. 하지만 별도 공정을 통해 껍질을 제거하거나 정제한 곡물은 제11류의 가공 곡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이 매겨진다.

 

대표적 사례가 메밀이다. 껍질째 수입하면 관세율은 3%에 불과하지만, 껍질을 벗긴 상태로 들여오면 기본세율 기준 800%가 넘는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이처럼 동일한 곡물이라도 껍질 제거 유무에 따른 품목분류 차이로 관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업체 “과피 남아 있는 통곡물…제10류 분류 타당”

 

업체는 심사청구 과정에서 “수입 엠머밀은 단순 탈곡만 거쳤으며, 별도의 껍질 제거 공정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낟알의 과피가 여전히 붙어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가공 곡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HS 해설서 제1104호 (3)항은 “과피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가공을 거친 곡물은 제11류로 본다”고 규정한다. 업체는 이를 근거로 과피가 제거되지 않았던 쟁점물품은 제1001호(밀의 낟알)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엠머밀 품종의 특성을 근거로 제시했다. 스펠트밀이나 엠머밀은 현대식 콤바인으로 수확할 경우 탈곡 과정에서 최대 70%까지 겉껍질이 저절로 떨어진다. 이는 품종 특성일 뿐 별도 가공을 거쳤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껍질 제거 가공이 없었던 곡물을 제11류로 분류하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업체는 강조했다.

 

업체는 해설서의 다른 사례도 들었다. HS 해설서 제1003호(보리), 제1004호(귀리)에는 “탈곡·키질 공정으로 외피가 벗겨진 경우 제10류에 분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 세관 “탈곡만으로 불가능…껍질 제거된 가공품”

 

세관은 엠머밀이 전형적인 ‘겉밀’ 품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겉껍질이 낟알에 단단히 붙어 있어 단순 탈곡만으로는 분리되지 않으므로, 껍질이 제거된 상태로 수입됐다면 이는 당연히 별도 공정을 거쳤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관세율표 제10류 주 제1호 (나)목은 “껍질을 벗긴 곡물이나 그 밖의 가공한 곡물은 이 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세관은 이를 근거로 “겉껍질이 벗겨진 곡물은 원칙적으로 제10류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세관은 또 “분류는 어떤 기계를 썼느냐가 아니라 최종 물품의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즉, 콤바인을 사용했든 도정기를 거쳤든 껍질이 제거돼 있다면 곧 가공품이라는 의미다.

 

세관은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이탈리아 수출자는 포장명세서에 이미 제1104.29호로 기재했으며, 일본 관세당국도 동일 품목을 HS 1104호로 분류한 사례가 있다. 세관은 이를 국제적으로도 동일하게 인식되고 있는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 관세청 “껍질 제거 확인… 세관 처분 타당”

 

관세청은 심사청구에서 세관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다. 관세청은 “수입 엠머밀은 이미 껍질이 제거된 상태였으며, 이는 단순 탈곡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제10류가 아닌 제11류의 ‘그 밖의 가공 곡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관세청은 특히 ‘껍질’과 ‘과피’의 개념을 구분했다. HS 체계에서 두 용어는 명확히 달리 쓰이고 있으며, 업체가 제시한 ‘껍질=과피’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과피가 남아 있더라도 겉껍질이 제거됐다면 이미 가공 곡물이라는 판단이다.

 

중앙관세분석소 역시 해당 물품을 “껍질이 제거된 낱알상의 엠머밀”로 분석한 결과를 제출했다. 결국 관세청은 세관이 최초 결정한 품목번호 제1104.29-9000호를 확정했다.

 

[참고 심판례: 관세청-심사-2024-11]

 

<유튜브 바로가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초대석] 정재열 관세사회장 "마약· 특송·외화 밀반출 등 국경관리...관세사가 앞장"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1976년 관세사 제도가 처음 생길 때 우리나라 수출액이 80억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1조 3,0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 10위권 무역 강국이 됐죠. 지난 50년이 우리 존재를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국가 무역 안전망의 ‘재설계’ 기간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 강남. 빌딩 숲 사이로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날, 기자는 한국관세사회 회장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냉기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온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했다는 소식이 무색할 만큼, 정재열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 미소 뒤에는 창립 5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온 수장으로서의 고뇌와 확신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마주 앉은 그는 차 한 잔을 건네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해 온 한국관세사회의 발자취를 차분히 되짚었다. 그의 시선은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100년’을 향한 다짐 속에서, 혁신을 향한 굳건한 의지는 또렷이 전해졌고, 그 울림은 강남의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녹이기에 충분했다. 80억 달러 수출국에서 1.3조 달러 무역 강국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