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4 (수)

  • 구름많음동두천 -2.6℃
  • 맑음강릉 3.3℃
  • 맑음서울 1.3℃
  • 구름많음대전 -1.7℃
  • 흐림대구 -0.9℃
  • 구름많음울산 1.4℃
  • 구름많음광주 0.8℃
  • 구름많음부산 3.9℃
  • 구름많음고창 -2.2℃
  • 구름조금제주 3.3℃
  • 맑음강화 -3.6℃
  • 구름많음보은 -5.1℃
  • 구름많음금산 -3.9℃
  • 흐림강진군 -0.1℃
  • 구름많음경주시 2.4℃
  • 흐림거제 1.8℃
기상청 제공

[전문가 칼럼] 사람을 위한 ENTJ도시, 코펜하겐 디자인 전략

 

(조세금융신문=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세계적으로 ‘사람 중심 도시’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곳이다. 단순히 교통체계를 잘 갖춘 도시가 아니라, 도시 전체가 걷기와 자전거, 그리고 사람의 관계를 우선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흔히 도시를 MBTI 성격유형에 비유한다면, 코펜하겐은 배려심 많고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ENFJ형’에 가까울 것이다. 자기만의 독창성을 지니면서도 타인의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도시, 바로 코펜하겐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교육과 산업, 일상 속에 스며든 지속 가능성

 

우선 교육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환경과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하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이 일상이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가 도시의 안전한 도로 설계를 신뢰한다. 도시 차원의 친환경 정책은 교육과 직접 연결된다.

 

 

 

 

단순히 교실에서 기후 변화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일상적 이동 자체가 환경교육이 된다. ‘지속 가능한 행동’이 특별한 활동이 아닌 삶의 기본값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가 도시를 다시 설계할 때 더욱 친환경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디자인·환경 산업의 허브 역할을 한다. 덴마크 특유의 실용적이면서도 미학적인 디자인 정신은 가구, 건축, 패션 산업 전반에 스며 있다. 코펜하겐의 디자인은 화려함보다 기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한다. 자원을 절약하고,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며, 동시에 사람의 감각과 생활 동선을 존중한다.

 

이 도시가 배출한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심플하지만 사람 중심적’이라는 공통된 미학을 공유한다. 나아가 ‘그린 산업’은 코펜하겐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었고,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수도를 목표로 삼는 도전 역시 산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 디자인이 만드는 공동체의 미래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도시 공간 자체가 살아 있는 디자인 교과서다. 시청광장에서 자전거가 도로의 주인공이 되는 장면, 항구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전환한 ‘하버 배스(Harbour Bath)’, 폐산업 공간을 공원으로 변신시킨 ‘슈퍼킬렌(Superkilen)’ 같은 프로젝트는 도시 디자인이 어떻게 공동체의 일상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곳의 디자인은 단순한 미관을 넘어 ‘참여’를 이끌어낸다.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의 공간을 쓰고, 놀이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은 곧 민주주의적 실천이 된다.

 

 

 

 

미래도시적인 측면에서 코펜하겐은 기후위기 대응의 선두주자다. 자전거 전용도로 네트워크, 해상풍력발전단지,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 모델’을 보여준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코펜하겐은 실험실이자 교과서로 기능한다. 도시계획은 더 이상 건물과 도로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지구적 책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이 도시가 증명한다.

 

결국 코펜하겐의 콘셉트는 “도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명제다. 이 명제를 실현하기 위해 코펜하겐은 교육에서부터 산업, 디자인, 미래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사람’과 ‘환경’에 맞추어 조율한다. 이러한 일관성은 세계 각지의 도시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가 여전히 지배적인 많은 도시들과 달리, 코펜하겐은 사람의 속도, 사람의 관계, 사람의 삶의 질을 도시 운영의 핵심으로 둔다.

 

코펜하겐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소박한 디자인과 정책의 집합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게 만들었다. 도시의 MBTI를 묻는다면, 코펜하겐은 분명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성격’으로 답할 것이다. 도시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하나의 인격체처럼 다가올 때, 우리는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코펜하겐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프로필] 장기민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

•(현)서울창업기업원 기업경영위원장

•(현)한국경영환경위원회 위원장

•인하대학교 경제학, 도시계획학 박사

•국민대학교 디자인학 석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초대석] 정재열 관세사회장 "마약· 특송·외화 밀반출 등 국경관리...관세사가 앞장"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1976년 관세사 제도가 처음 생길 때 우리나라 수출액이 80억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1조 3,0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 10위권 무역 강국이 됐죠. 지난 50년이 우리 존재를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국가 무역 안전망의 ‘재설계’ 기간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 강남. 빌딩 숲 사이로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날, 기자는 한국관세사회 회장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냉기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온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했다는 소식이 무색할 만큼, 정재열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 미소 뒤에는 창립 5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온 수장으로서의 고뇌와 확신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마주 앉은 그는 차 한 잔을 건네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해 온 한국관세사회의 발자취를 차분히 되짚었다. 그의 시선은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100년’을 향한 다짐 속에서, 혁신을 향한 굳건한 의지는 또렷이 전해졌고, 그 울림은 강남의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녹이기에 충분했다. 80억 달러 수출국에서 1.3조 달러 무역 강국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