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최근 중남미를 공식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고지대인 동시에 빈민가였던 콜롬비아의 메데인(Medellín) 지역을 직접 둘러보았다. 메데인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코무나13’이라는 초고층 에스컬레이터 도입으로 빈민가 이미지를 벗고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는 곳이다. 메데인은 20세기 마약과 살인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던 악명 높은 도시였다. 박원순 시장은 이곳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이 보여준 슬럼화 막는 도시경제
아파트 주거 형태가 보편화된 한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인구수대비 더 많은 집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또한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현상 또한 막을 수 없어서 구도심에서부터 도시의 슬럼화가 시작되고 있다.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부산광역시 영도구는 슬럼화가 진행돼 빈집만 1만 4000곳을 넘어섰다고 한다.
반면 이미 관광지가 된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낡은 집들을 벽화 등 문화적 요소들로 채우며 도시재생에 성공한 케이스이다. 허름한 동네에 문화가 채워지니 그 주변에도 비슷한 부류의 다양한 상점들이 생겨났다. 감천문화마을은 지하철도 에스컬레이터도 없지만 도시재생에는 성공했다. 때문에 이곳은 주거지역이었던 형태가 상업화로 변모되고 있다.
서울시가 꿈꾸는 애매한 도시재생
중남미지역 콜롬비아의 메데인을 둘러보던 박원순 시장은 한국의 경우를 빗대어 “부산 감천마을은 관광객이 많을지라도 지역주민을 위한 시설이 별로 없는데 여기(메데인)는 청소년 운동 시설도 많다”며 “지역주민들이 행복해야 관광객도 찾아온다”고 말했다. 또한 “삼양동이나 수유리에도 주민을 위한 모노레일이나 엘리베이터 등을 놓고 벽화 같은 것이 그려지면 얼마든지 관광 마을이 될 수 있다”며 서울 산동네의 도시재생을 기대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시이자 수도인 서울. 개발의 무게가 강남으로 치우쳐 발전의 불균형이 극명한 곳이지만, 슬럼화를 걱정할 만한 구역은 아직 없다. 대부분의 서울 구도심지역은 조합원과 당국간의 마찰 때문에 개발이 늦어지고 있을 뿐 대부분이 재개발을 꿈꾸고 있다. 삼양동, 수유리를 비롯한 강북지역 주민들도 이는 마찬가지. 하지만 도시에스컬레이터설치가 현실화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앞선다.
서울시는 수유리, 삼양동을 유명 관광지로 발전시킬지, 주민이 행복한 주거지역으로 발전시킬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아직 없어 보인다. 산동네의 특성상 촘촘하게 밀집된 가옥구조의 지역이 관광지가 되어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지면 상업관련 수요는 증대되는 반면, 주민들의 불편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홍콩의 경우 고지대와 도심을 연결하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 주변 가득 들어선 상업시설들이 이를 방증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도시단위의 큰 규모와 계획을 가져야만 가능한 사업이다.
한번 실행하고 나면 주변 재개발은 당분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역주민들이 행복해야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말한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역으로 많은 관광객 때문에 지역주민이 행복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수유리, 삼양동에 설치될 에스컬레이터가 지역주민의 행복을 위함인지 아니면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도시재생 사업인지를 서울시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프로필] 장기민(슈페이스)
• 디자인경제연구소, 도시디자인연구소 대표
• 전)디자인링크, 브라운아이디어소울 대표
• 2009년 경향닷컴 하반기 유망브랜드 대상 디자인광고부문
• 인천광역시 명예사회복지공무원
• 부천시청 홍보실 시정소식지 기자
• 한양대학교 이노베이션대학원 산업디자인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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