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 (토)

  • 흐림강릉 29.4℃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반쪽짜리 고위직 재산공개 제도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가 유명무실이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고액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재에 착수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재산공개에 대한 사회 각계의 ‘껄끄러움’ 때문이다.

 

공시가격부터가 문제였다. 국토부가 이 공시가격을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서 정하는 지 밝힌 적은 없다. 개별이 아닌 특정 지역의 실매매가 역시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원칙은 무엇일까.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을 보면, 공시가격을 만들 때 부동산 감정평가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하게끔 되어 있다. 시세를 반영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했다고 평가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고액 부동산일수록 그렇다.

 

공시가격 외에도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부자 프렌들리’ 정책은 ‘이 껄끄러운 부’의 차익을 벌렸다. 과세표준에서 토지는 70%, 주택은 60%만 세율을 반영하는 제도인데 주로 고가의 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이 혜택을 향유했다. 그 빈자리는 기업과 서민들이 채워야 했다.

 

껄끄러움의 정서 안에는 공직자는 가난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시선도 작용했다. 공직자든 뭐든 정당하게 축적한 부라면, 세금을 잘 내는 부라면, 오히려 장려하는 게 이치에 맞다.

 

언론의 조명도 미미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 도입된 지 25년된 제도다. 김영삼 대통령의 첫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1호 제도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기사는 흔치 않다. 관보라는 제한적인 수단을 통해 공개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오로지 그 이유 때문인지 언론 스스로에 대해 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시가격 제도 개편과 토지공개념 도입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공직자 윤리위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직자들도 껄끄러움을 떨쳐 내야 한다. 공직자들은 어찌됐든 국민을 위해 국가의 일을 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인’들이다. 그들이 고통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어디서 공정함과 투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고통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인 나 자신이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하는 바이다.”

 

1993년,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첫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격동과 혼동을 이기는, 통통정정기기직직학학(統統政政企企職職學學)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작년 12월에 느닷없이 터진 비상계엄, 그리고 탄핵, 대선, 그에 따라 벌어진 국민 간의 분열과 혼란은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을 격동의 아수라장으로 내몰리게 했다. 이 여파로 경제는 곤두박질, 어려워진 민생과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모든 국민들의 마음 속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새까맣게 타고 들었다. 누구를 만나던 정치 얘기 끄집어내면 서로 얼굴을 붉히고 가족 간에도 정치 얘기로 언쟁이 높아지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화기애애보다는 앙앙불락의 분위기가 드세다. 드디어 새로운 정치권력을 선택하기 위한 대선의 여정이 바야흐로 끝나 엄정한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새정부가 들어섰다. 새정부의 과제는 무엇일까? 독립투사인 김구 선생은 평소 얘기한 나의 소원으로 첫째 독립, 둘째도 독립, 셋째도 완전한 독립이라 천명했다. 이 시국에 우리 국민들의 소원도 첫째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안정된 민생이라 천명하고 싶을 정도로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안전과 소득이 대내외적의 변수로 인해 앞날을 가름하길 힘들 정도로 암울하다. 온갖 학자와 정치가들이 짖어대는 경제회복의 전략을 보면 하늘의 뜬구름 잡는 미사여구의 입방아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