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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쪽짜리 고위직 재산공개 제도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가 유명무실이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고액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재에 착수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재산공개에 대한 사회 각계의 ‘껄끄러움’ 때문이다.

 

공시가격부터가 문제였다. 국토부가 이 공시가격을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서 정하는 지 밝힌 적은 없다. 개별이 아닌 특정 지역의 실매매가 역시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원칙은 무엇일까.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을 보면, 공시가격을 만들 때 부동산 감정평가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하게끔 되어 있다. 시세를 반영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했다고 평가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고액 부동산일수록 그렇다.

 

공시가격 외에도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부자 프렌들리’ 정책은 ‘이 껄끄러운 부’의 차익을 벌렸다. 과세표준에서 토지는 70%, 주택은 60%만 세율을 반영하는 제도인데 주로 고가의 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이 혜택을 향유했다. 그 빈자리는 기업과 서민들이 채워야 했다.

 

껄끄러움의 정서 안에는 공직자는 가난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시선도 작용했다. 공직자든 뭐든 정당하게 축적한 부라면, 세금을 잘 내는 부라면, 오히려 장려하는 게 이치에 맞다.

 

언론의 조명도 미미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 도입된 지 25년된 제도다. 김영삼 대통령의 첫 국무회의에서 발표된 1호 제도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기사는 흔치 않다. 관보라는 제한적인 수단을 통해 공개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오로지 그 이유 때문인지 언론 스스로에 대해 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시가격 제도 개편과 토지공개념 도입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공직자 윤리위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제도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직자들도 껄끄러움을 떨쳐 내야 한다. 공직자들은 어찌됐든 국민을 위해 국가의 일을 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인’들이다. 그들이 고통을 감당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어디서 공정함과 투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고통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인 나 자신이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하는 바이다.”

 

1993년,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첫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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