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은행권 사외이사에 국가기관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어 관피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기정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13개 시중은행1)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외이사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전체 사외이사 140명중에서 교수 출신이 52(37%)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국가기관 경력자가 모두 49명(35%)이나 되었다.
특히, 경제부처, 금융위·금감원, 한국은행 등 출신 인사가 31명이나 포진하고 있어, 관피아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관 경력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SC은행으로 전체 12명 중 7명(58%)이었고, 경남은행이 전체 9명 중 5명(56%)으로 그 뒤를 이었다. 13개 은행 중 SC, 경남, 국민, 부산 은행 등 4개 은행은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씨티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하였으며,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등 장관 출신 인사들마저 사외이사에 임명되고 있었다.
경제관료 및 금융감독 당국 인사들이 퇴직 후 사외이사로 가면서, 관치금융과 로비의 통로가 되고 사외이사 제도의 도입취지는 퇴색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부산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새로운 금융관련 투자기업을 세울 때 거쳐야 하는, 금감원의 ‘금융투자업인가’ 외부평가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평가과정에서는 제척사유에 해당되어 재직 중인 은행과 관련된 안건에서 배제되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외부평가 위원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외부평가위원을 소개하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성이나 독립성과 별개로,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통령경제제도비서관, 조폐공사사장까지 역임했던 강희복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우리금융지주와 광주은행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으며, 한국은행 출신의 이병윤 사외이사는 전북은행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동시에, 부산은행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사업상 중요한 비밀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외이사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은행들에서 동시에 또는 비슷한 시기에 재직한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경남은행 김종부 사외이사의 경우, 창원 제2부시장 재임 당시, 창녕부군수 시절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에서 ‘자격정지 2년’ 판결을 받아 권익위로부터 해임권고를 받고 자진 중도사임 한 일이 있었다. 전문성에 대한 판단 이전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이 사외이사에 임명되는 것이 적절한 가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는 더 심각했다. SC은행의 경우, 총 12명의 사외이사 중 SC금융지주 이사경력을 가진 사외이사가 7명이나 되었다. 전북은행의 경우 사외이사 중 4명은 삼양사의 이사와 상무, 삼양홀딩스 부사장, 삼양제넥스 상임감사 등의 경력을 가진 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금융지주회사나, 최대주주 기업 및 관계사와 관련된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채우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장치라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관피아 문제와 더불어, 내부 임원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수 있다.
2011년 이후 최근 3년 동안 13개 은행 중에서, 부산, 신한, 외환, 전북, 하나은행 등은 주로 내부 계열사의 퇴직 임원들을 고문, 자문역, 자문위원 등의 이름으로 위촉하여 고액의 연봉과 그랜저급 이상의 차량, 그리고 사무실까지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형태의 전관예우는 5개 은행 전체 47명이나 되었다.
게다가 고문, 자문역, 자문위원 중에도 국가기관 경력을 가진 인물 4명이 포함되어 있어 은행권 곳곳에 관피아가 포진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강기정 의원은 “실질적으로 경영진에 의해 선임되는 현 사외이사제도하에서는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면서, “사외이사 추천위에서의 경영진 배제, 사외이사 인력뱅크 법제화, 일정 수 소액주주에서 선임 등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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