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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KISTI의 과학향기] 심리학 다이어트의 사기극

“음식을 작은 그릇에 담으면 적게 먹는다. 군것질 거리를 꺼내기 어려운 곳에 두면 덜 먹는다.”

 

건강한 식습관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이 팁들은 코넬 대학의 영양학자 브라이언 완싱크의 연구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왜 과식을 하는가’ 라는 (Mindless Eating, 2006) 제목으로 출판된 저서의 저자이기도 한 완싱크는 지난 20년 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영양학적 정보를 제공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해왔다. 올해 13편의 논문이 학술지에서 철회되고 교수직에서 퇴출 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영혼 없는 식사법’을 논한 영혼 없는 영양학자

 

완싱크는 개인이 통제하기 힘든 환경의 영향 때문에 잘못된 식습관이 형성된다며, 이러한 ‘영혼 없는 식사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환경을 조성하고 바꿔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이 무엇을 먹을지는 레스토랑의 어느 자리에 앉는가에 결정됩니다. 창가에 앉으면 샐러드를 주문할 확률이 80 퍼센트 더 높아지고, 구석에 앉으면 디저트를 먹을 확률이 80퍼센트 더 높죠.”

 

방송에 출연한 완싱크가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연구결과를 설명하자 앵커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응했다. 이 영상은 CBS 아침 뉴스를 통해 미국의 국민에게 방영됐다.

 

이보다 더 널리 알려진 연구는 음식을 적게 먹기 위해서는 작은 접시에 담으라고 권고한 것이다. 같은 양의 음식도 작은 접시에 담게 되면 커 보이기 때문에 충분히 많이 먹었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논리이다.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되는 이러한 논리들이 왜 잘못된 것일까? 과학적 논리는 현실 사회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한 통계적 결과가 바탕이 된다. 완싱크는 통계 분석과 결과 보고 과정에서 사기극을 벌였다.

 

접시 크기 연구는 프로미식축구를 관람하기 위해 파티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에게 큰 접시 혹은 작은 접시를 무작위로 제공하여 접시에 담는 간식의 무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작은 접시를 받은 학생이 큰 접시를 받은 학생보다 간식을 적게 담았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남학생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싱크는 “작은 환경적 요인이 음식 섭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결론지었다. 남녀차이를 무시한 이 영혼 없는 연구자는 나아가 통제되지 않은 파티 현장에서 연구를 진행했음에도 학생들이 술을 섭취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체 논문에 언급하지 않았다.

 

2012년 출판된 또 다른 연구도 질타의 대상이다. 완싱크는 “흥미를 유발하는 이름을 붙이면 아동의 채소 섭취가 증가한다”라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8-11세 아동들에게 ‘엑스레이 투시 당근’ 과 ‘오늘의 채소’라는 이름표가 달린 당근을 제시하여 섭취량을 관찰했고, 자신의 가설이 잘 들어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뒤늦게 2018년 논문에서 당시 아동들이 3-5세였으며 글자를 읽을 줄 몰라 어른이 읽어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본래 연구의 일부분이 정정됐다. 이 과정에서 완싱크는 “2007-2008년에 못 보고 간과한 지점을 찾았다”라고 했을 뿐이다.

 

‘통계 사냥’과 사회과학의 신뢰도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완싱크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남겨 몰락을 자초했다.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데이터를 뒤지다 보면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다며, “멋진 데이터는 멋진 결과를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썼다.

 

이는 연구자들에게 실로 위험한 발언이다. ‘통계 사냥’ 혹은 ‘p값 사냥’(p-hacking)이라 부르는 이 행위는 연구자가 원하는 결과나 어떠한 유의한 통계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데이터를 재분석하는 것으로, 의도하지 않았던 결론을 이끌어내거나 주장해서는 안 되는 결론을 타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싱크 블로그에서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연구자들은 완싱크의 기존 연구를 재분석 했다. 그 중 암스테르담 레이덴 대학의 반 델 지는 완싱크의 42 편의 논문에서 크고 작은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들은 과거 25개의 학술지와 8권의 책에 무려 3700번이나 인용되었다.

 

최근 완싱크와 같은 사례가 사회과학계에서 빈출하고 있다. 연구가 반복검증되지 않거나 재분석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는 것이다.

 

아틀란틱 잡지사의 에디터인 제임스 햄블린은 완싱크의 행각이 ‘작게는 영양학과 사회 과학에 대한 불신을 낳고, 크게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전반적인 믿음을 흐린다’고 지적한다.

 

한편 메사추사스 암허스트 대학의 위트번 교수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한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 “연구자 사이에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결과물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학풍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학계의 자기검열을 통해 학자와 일반인들이 과학을 더 신뢰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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