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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2026년 탄소세금 납부 시작 - CBAM, 기업 재무의 문제로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2025년의 마지막 달력은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의 ‘전환 기간’ 종료를 알리는 경고음과 같다.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 배출량 ‘보고’에 그쳤던 전환기간이 끝나고 2026년 1월 1일부터는 실제 ‘비용’을 지불하는 본시행 단계가 시작된다.

 

많은 국내 수출 기업들이 지난 2년간 CBAM을 그저 번거로운 ‘환경 규제’나 ‘행정 서류 작업’ 정도로 여겨왔다. 만약 지금도 그렇게 인식한다면, 2027년도 재무제표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CBAM의 본질은 환경보호라는 명분 뒤에 숨은 강력한 ‘신(新)무역장벽’이자 사실상의 ‘탄소 관세’이다. CBAM의 본질은 환경규제가 아니다.

 

이 제도는 EU 산업 경쟁력 보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전략적 수단이다. 수출 기업이 이를 단순 환경 보고 체계로 이해하거나 컨설팅 문서만 준비한다면, 본시행 이후 실제 비용 정산 단계에서 대응 체계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특히 CBAM은 단순 탄소 배출 보고가 아니라 제품별 HS분류‧생산공정 정보‧공급망 원산지‧배출계수 데이터가 연결되는 통합 검증 체계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관세 신고 체계와 ESG 보고 체계가 처음으로 겹치며 통합 요구가 발생한다.

 

나아가 EU는 CBAM을 탄소 가격제와 연동하며 2026년 이후 적용 품목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터리, 화학, 전자 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CBAM에 대응하는 핵심은 세 가지다.

 

1. 신뢰 가능한 배출 데이터 체계 구축(ERP‧공정‧공급망 정보 연결)

2. 국가별 탄소가격‧감면제도 검증 및 반영

3. 원산지 및 HS 품목분류의 정확한 관리

 

CBAM은 환경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역 데이터 역량 전반의 문제다. 관세‧원산지 전문성과 ESG‧배출 회계 역량을 결합한 신종 복합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세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 수출입 세관신고 대행이 아니라 탄소 비용 리스크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 준비하는 기업은 비용을 통제하고 시장 신뢰를 얻는다. 늦게 대응하는 기업은 납부 부담뿐 아니라 EU 시장 접근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 CBAM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다. 지금 변화에 선제적으로 적응하는 기업과 국가만이 비용을 통제하고 시장을 지킬 수 있다.

 

◇‘관세’로 변모한 환경 규제

 

전통적 관세는 수입 물품의 가격에 특정 세율을 곱해 부과한다. CBAM 역시 마찬가지다. EU로 수입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수소, 전기 등 6대 품목에 내재된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을 국경에서 정산한다.

 

부과 기준이 ‘가격’에서 ‘탄소 배출량’으로 바뀌었을 뿐, 국경을 통과할 때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점에서 관세의 속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EU FTA를 통해 어렵게 철폐하거나 낮춰놓은 관세장벽 외에, ‘탄소’라는 이름의 새로운 관세장벽이 더 높게 세워진 것이다.

 

문제는 이 ‘탄소 관세’가 기존 관세보다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 관세율은 FTA 협정이나 WTO 양허표에 따라 고정되거나 예측 가능하게 인하된다.

 

하지만 CBAM 인증서 가격은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의 주간 평균 경매가격과 연동되어 지속적으로 변동한다. 2025년 10월 기준 EU ETS 가격은 톤당 약 78~79유로 수준이지만, 향후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고’에서 ‘비용’으로

 

2026년 1월부터 발생하는 CBAM 비용은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실제 첫 인증서 구매 및 제출 시기는 2027년 8월 31일(최근 개정안 기준)까지로 연기되었다. 즉, 2026년 수입분에 대한 비용 정산은 2027년에 이루어지지만, 회계상으로는 2026년부터 발생한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비용은 ‘매출 원가’의 일부 또는 ‘판매관리비’로 계상되어야 할 명백한 현금 유출이다. 원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제품의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발전연구원(SGI)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한국 철강업계의 CBAM 부담액은 약 851억원으로 추정되며, 해당 규모는 주요 4개 철강사 영업이익(2조 2790억원) 대비 약 3.7%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향후 비용 증가 추세다. EU는 2026년부터 ETS 무상할당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2034년에는 유상할당 비중을 100%로 높인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34년 철강업계의 연간 CBAM 부담은 5500억원으로 영업이익의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집약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수익성에 미치는 타격은 더욱 가혹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껏 CBAM 대응을 환경안전팀이나 원산지관리팀의 실무로 미뤄 두었다면, 이제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경영진이 직접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CBAM은 더 이상 환경 리스크가 아니라, 당장 내년부터 현금 흐름을 좌우할 ‘재무 리스크’이다.

 

◇재무적 대응 전략

 

2026년을 맞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탄소’를 단순한 배출 규제가 아닌, 제품 원가를 구성하는 핵심 ‘재료’처럼 인식하고 관리해야 한다.

 

첫째, 정확한 ‘탄소 원가’의 산정이 시급하다

 

지금까지의 배출량 보고가 ‘대략적인 추정치’였다면, 이제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듯 정확해야 한다. 1톤의 배출량 오차는 그대로 금전적 손실로 이어진다. 공정별, 제품별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제3자 검증기관의 인증을 받는 내부 시스템 구축이 선결 과제이다.

 

2025년 5월 EU 옴니버스 개정안에서 신고자가 실제 배출량 또는 기본값(Default value)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나, 기본값은 대부분 실제값보다 높게 설정되어 있어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정확한 실측이 유리하다.

 

둘째, CBAM 비용을 예산 및 가격 정책에 즉각 반영해야 한다

 

2026년도 사업 계획과 예산 편성에 ‘CBAM 인증서 구매 비용’ 항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변동하는 인증서 가격 리스크를 수출견적과 판매가격에 어떻게 전가(Pass-through)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EU 수입업자와의 계약 협상에서 CBAM 비용 분담 구조를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공급망 전체를 ‘탄소 효율’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FTA 컨설팅의 핵심이 ‘원산지관리’를 통한 관세 절감이었다면, 이제는 ‘탄소 배출량 관리’를 통한 CBAM 비용 절감이 그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원재료를 조달할 때,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공급자가 아니라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저탄소 공급자’를 선택하는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공정 효율화 투자 등 근본적인 탄소 저감 노력이 장기적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탄소 원가관리, 새로운 경쟁의 규칙

 

2026년은 ‘탄소 무역’ 시대의 실질적인 원년이다. CBAM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당장 내년 1분기부터 발생하여 2027년 재무제표에 기록될 ‘현재의 부채’이다.

 

선제적으로 탄소 원가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급속도로 벌어질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정밀하게 관리하는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반면, 여전히 배출량을 ‘환경 보고서의 숫자’로만 취급하는 기업은 비용 부담으로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환경규제를 ‘사기’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조차 미국식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2024년 12월 공화당이 발의한 해외오염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 수정안은 EU CBAM과 유사하게 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등 6개 품목에 15% 이상의 관세를 명시했다. 환경 보호가 아닌 자국 산업 보호와 중국 견제라는 경제적 목적 때문이다. 영국 역시 2027년까지 CBAM 도입을 발표한 상태다.​

 

탄소 배출량이 곧 원가이고, 원가가 곧 경쟁력인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탄소 원가’를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내재화하는 것만이, EU를 넘어 미국‧영국 등으로 확산되는 이 새로운 무역 질서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전략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월드클래스 300, NCS워킹그룹 심의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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