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4 (수)

  • 흐림동두천 4.4℃
  • 흐림강릉 7.5℃
  • 연무서울 4.0℃
  • 흐림대전 5.3℃
  • 구름많음대구 6.0℃
  • 구름많음울산 7.6℃
  • 연무광주 6.7℃
  • 맑음부산 8.1℃
  • 맑음고창 7.9℃
  • 구름조금제주 12.0℃
  • 흐림강화 4.6℃
  • 흐림보은 3.5℃
  • 구름많음금산 5.5℃
  • 맑음강진군 9.1℃
  • 구름많음경주시 6.6℃
  • 맑음거제 7.3℃
기상청 제공

[시론] 나고야 의정서와 글로벌 종자전쟁

(조세금융신문=양현근 시인) ‘살아 있는 쇠똥구리 50마리를 구해오면 5000만원을 지급합니다.’ 환경부는 지난 2017년 말 이런 입찰공고를 낸 바 있다. 쇠똥구리 한 마리에 1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어렸을 적에 흔하게 보던 쇠똥구리가 이제 돈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생물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례다.

 

1993년 발표된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f Biological Diversity)과 이의 실천적 내용을 담은 ‘나고야 의정서’가 2010년 채택됨에 따라 생물자원 보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총회에서 채택됐으며 2014년 10월 평창총회에서 발효됐다. 한국은 2017년 참여국이 됐으며, 올해까지 전세계 126개국이 비준했다. 나고야 의정서는 쉽게 말하면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다.

 

참여국은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을 이용해 각종 제품을 만들 경우 그 나라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로열티를 받고 자국의 생물자원에 대한 사용을 허용할 수도 있다. 다양한 생물자원은 더 이상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이 아니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생물자원이 곧 국가 부(富)의 원천인 셈이다.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의약품 등 바이오산업이 주요 적용 대상으로 꼽힌다. 바야흐로 글로벌 종자전쟁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생물자원이 다양하고, 김치, 된장 등 전통 발효음식이 많아 미생물 등 각종 생물 및 유전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한국이 보유한 식물 종자 등 유전자원 수가 미국과 중국 등에 이은 세계 5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종자전쟁에서 비교적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등 K균주를 기반으로 한 K바이오가 세계의 표준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준비상황은 어떠한가. 바이오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 지 3년이 되었으나 이에 대한 정부 및 기업의 대비는 미흡하기 그지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올해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해외 유전자원 의존도는 약 48.5%에 달하며, 이중 상당수가 국내 유전자원으로 대체를 원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2020년 11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된 바 있다. 천연물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 건강식품, 화장품 등의 핵심 원료인 추출물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해외 원산지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이에 따른 로열티 금액도 수천 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바이오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앞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산업의 원천소재인 생물자원에 대한 세계각국의 확보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고유한 유전자종 및 유전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식량주권 없는 농업 선진국이 공염불이듯 바이오 자원 없는 바이오 강국도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아울러, 진정한 바이오 강국은 생물주권과 유전자원의 독립으로부터 시작된다. 코로나19는 국내 바이오산업에 대한 육성 필요성을 일깨워 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생물 유전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보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유전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 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프로필] 양현근

• 시인

• 전)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은행감독국장·기획조정국장

• 전) 금융감독원 외환업무실장

• 조선대 경영학과, 연세대 석사, 세종대 박사과정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공정의 사닥다리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며칠 전, 새로 전입한 사무관들과 조용한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어떤 말을 전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두 가지만을 강조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 그리고 돈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새로 만든 조언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내가 사무관이던 시절 같은 과에서 근무하셨던 한 선배 사무관께서 해주신 말씀이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지만, 공직의 시간을 오래 지날수록 그 말은 점점 더 분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날, 나는 그 말씀을 그대로 후배들에게 전했다. 인사는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이고, 돈을 멀리하라는 말은 공직자의 판단을 흐리는 유혹과 거리를 두라는 경고였다. 공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항해이기에,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지 않으면 어느 순간 되돌아오기 어려운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덧붙여 이런 이야기도 했다. 너무 경쟁하듯이 하나의 사다리만 오르려 하지 말고, 각자의 사닥다리를 각자의 속도로 차분히 오르기를 바란다고. 레드오션처럼 한 방향으로 몰려 달리다 보면, 사닥다리가 무너질 수도 있고 병목현상 속에서 누군가는 추락할 수도 있다. 성과와 평가
[초대석] 정재열 관세사회장 "마약· 특송·외화 밀반출 등 국경관리...관세사가 앞장"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1976년 관세사 제도가 처음 생길 때 우리나라 수출액이 80억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1조 3,0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 10위권 무역 강국이 됐죠. 지난 50년이 우리 존재를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국가 무역 안전망의 ‘재설계’ 기간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 강남. 빌딩 숲 사이로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날, 기자는 한국관세사회 회장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냉기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온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했다는 소식이 무색할 만큼, 정재열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 미소 뒤에는 창립 5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온 수장으로서의 고뇌와 확신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마주 앉은 그는 차 한 잔을 건네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해 온 한국관세사회의 발자취를 차분히 되짚었다. 그의 시선은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100년’을 향한 다짐 속에서, 혁신을 향한 굳건한 의지는 또렷이 전해졌고, 그 울림은 강남의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녹이기에 충분했다. 80억 달러 수출국에서 1.3조 달러 무역 강국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