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법무법인 태평양이 난민 면접조서를 허위로 부실작성하게 한 법무부와 소속 직원들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난민을 대리해 1심 승소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08단독(이정권 부장판사) 재판부는 이집트인 A씨가 대한민국과 법무부 소속 공무원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A씨에게 3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공무원들은 난민 심사를 하면서 허위로 면접 조서를 부실 작성하게 해 탈락시켰다며, 이는 국가사무를 맡는 공직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였기에 이들에게 일을 맡긴 대한민국 역시 A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의 부당한 난민 심사에 대한 첫 민사적 책임을 물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A씨는 이집트 출신 인권운동가로서 2016년 한국 입국 당시 난민 인정을 신청했으나, 난민 심사 면접 통역관과 출입국·외국인청 조사관이 난민면접 조서에 거짓 사실로 바꿔써서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았다.
이후 면접 조서 조작 등 정황이 드러나 난민 불인정 처분이 취소되고, 재면접을 통해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받자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소속 변호사(김성수·문병선·유재규·신혜원)와 공익법률지원단체 동천(권영실)의 대리로 2018년 9월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시작됐다.
태평양·동천 변호인단은 서면 작성을 비롯해 당사자 본인신문, 증인신문 등 3년 2개월에 걸쳐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전반에 관여하며 치열한 공방 끝에 승소를 이끌었다.
이들 변호인단은 모두 공익활동 차원에서 자발적 무료 법률대리에 참여했다.
김성수 태평양 변호사는 “신속심사 제도의 문제점에 관한 별도의 판단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선 현장에서 더욱 책임감 있고 공정한 난민심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씨도 “이 소송은 단순한 배상 사건이 아니라 난민 인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각을 바꾸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소송에 열정적으로 임해준 태평양·동천 변호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는 2001년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200여명의 전문가들이 7개 분과위원회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법률구조 활동, 공익법제도·정책개선 및 입법지원활동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란 소년’ 김민혁 군 부자의 무료 법률 대리를 맡아 난민 불인청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를 이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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