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9 (금)

  • 흐림동두천 -1.8℃
  • 맑음강릉 10.2℃
  • 흐림서울 2.5℃
  • 흐림대전 2.6℃
  • 구름조금대구 2.9℃
  • 구름많음울산 10.3℃
  • 구름많음광주 7.7℃
  • 구름많음부산 13.4℃
  • 흐림고창 10.1℃
  • 맑음제주 15.1℃
  • 흐림강화 1.1℃
  • 흐림보은 -1.0℃
  • 흐림금산 0.5℃
  • 흐림강진군 5.6℃
  • 맑음경주시 4.3℃
  • 구름많음거제 9.0℃
기상청 제공

난민에게 허위 조서작성 요구…태평양, 국가배상소송 1심 승소

난민심사 불공정·중과실 관련 첫 국가배상 판결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법무법인 태평양이 난민 면접조서를 허위로 부실작성하게 한 법무부와 소속 직원들에 대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난민을 대리해 1심 승소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08단독(이정권 부장판사) 재판부는 이집트인 A씨가 대한민국과 법무부 소속 공무원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공동으로 A씨에게 37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공무원들은 난민 심사를 하면서 허위로 면접 조서를 부실 작성하게 해 탈락시켰다며, 이는 국가사무를 맡는 공직자로서의 의무를 위반하였기에 이들에게 일을 맡긴 대한민국 역시 A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공무원의 부당한 난민 심사에 대한 첫 민사적 책임을 물은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A씨는 이집트 출신 인권운동가로서 2016년 한국 입국 당시 난민 인정을 신청했으나, 난민 심사 면접 통역관과 출입국·외국인청 조사관이 난민면접 조서에 거짓 사실로 바꿔써서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았다.

 

이후 면접 조서 조작 등 정황이 드러나 난민 불인정 처분이 취소되고, 재면접을 통해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받자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소속 변호사(김성수·문병선·유재규·신혜원)와 공익법률지원단체 동천(권영실)의 대리로 2018년 9월 국가 대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시작됐다.

 

태평양·동천 변호인단은 서면 작성을 비롯해 당사자 본인신문, 증인신문 등 3년 2개월에 걸쳐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전반에 관여하며 치열한 공방 끝에 승소를 이끌었다.

 

이들 변호인단은 모두 공익활동 차원에서 자발적 무료 법률대리에 참여했다.

 

김성수 태평양 변호사는 “신속심사 제도의 문제점에 관한 별도의 판단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선 현장에서 더욱 책임감 있고 공정한 난민심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씨도 “이 소송은 단순한 배상 사건이 아니라 난민 인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각을 바꾸기 위한 투쟁이었으며, 소송에 열정적으로 임해준 태평양·동천 변호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는 2001년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200여명의 전문가들이 7개 분과위원회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재단법인 동천과 함께 법률구조 활동, 공익법제도·정책개선 및 입법지원활동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이란 소년’ 김민혁 군 부자의 무료 법률 대리를 맡아 난민 불인청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를 이끌기도 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