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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이슈분석] 가산금리에 칼 댄 은행법…금리는 정말 내려갈까

법정비용 금리 반영 금지…보증기관 출연금은 부분 허용
‘풍선효과’ 차단 여부, 감독 집행과 은행 대응에 달렸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해온 관행에 변화가 예고됐다. 국회가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해당 비용의 금리 반영이 원칙적으로 제한되고, 대출금리 산정에 대한 법적 규율이 강화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조치가 실제 금리 인하로 이어질지 아니면 우대금리, 수수료, 대출 문턱 강화라는 결과를 낳을지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대출금리의 숨은 비용을 걷어내 차주의 부담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은행권과 야당은 비용 전가의 경로만 바뀌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오히려 대출 문턱이 높아져 취약 차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법 시행이 내년 6월로 예정된 만큼 향후 하위법령 설계와 감독 집행 강도, 은행들의 가격 및 영업 전략 변화가 실질 효과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은행 재량 컸던 가산금리, 규제 대상으로

 

국회는 지난 13일 본회의를 통해 은행이 대출금리 산정 시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은행법 개정안은 공포 6개월 후인 올해 6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은행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출금리 구성 요소 가운데서도 은행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동해온 가산금리에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통상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기준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코픽스(COFIX), 은행채 등 시장에서 형성된 금리 흐름에 연동되는 반면 가산금리는 은행의 목표이익, 자본 및 유동성 비용, 신용 및 운영 리스크 비용, 업무원가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차주 입장에서는 가산금리의 산정 근거를 체감하기 어렵고, 특히 고금리 국면에서 은행의 이자이익이 확대될수록 가산금리의 불투명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간 은행권은 은행연합회 자율규제인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을 근거로 법정출연금 등을 법적비용 항목으로 가산금리에 반영했다.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자율규제의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금리 산정 항목 중 일부를 반영 금지 또는 상한 제한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는 금리라는 시장 가격 구성요소를 입법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금리 산정 과정을 감독 및 제재의 틀 안으로 편입한 조치로 해석된다.

 

◇ 법정비용은 빼되, 보증기관 출연금은 부분 허용

 

은행법 개정안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으로 은행은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 법적 비용을 반영할 수 없다. 여기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교육세법 개정으로 늘어난 금융 및 보험업자 교육세율 인상분 역시 대출금리 반영이 금지된다.

 

법정비용을 차주에게 사실상 전가하는 방식을 차단하겠다는 정책 취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만 보증기관 출연금의 경우 전면 금지가 아니라 부분 제한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일부 보증기관 출연금은 해당 법률이 정한 출연요율의 50%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미만까지만 가산금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같은 법정비용이라도 성격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되는 구조다.

 

이 부분 허용 구조를 두고 정책적 딜레마가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보증기관 출연금은 정책금융과 중소기업 및 서민 금융공급을 떠받치는 재원인 동시에 은행 입장에선 대출 공급과 연동해 발생하는 ‘준조세’ 성격의 비용이다. 이에 대출금리에 보증기관 출연금 반영을 전면 금지할 경우 대출 공급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출연금은 대출이 늘어날수록 함께 증가하는 구조여서 은행 입장에선 사실상 준조세로 인식된다”며 “차등 설계를 둔 것은 금리 인하 취지와 정책금융 지속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은행법 개정안 놓고 여야 시각차

 

은행법 개정안은 고금리 시기 확대된 중소기업 및 서민의 이자 부담 완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는 동안 각종 비용을 금리로 얹어 차주에게 전가해왔다는 비판을 제도적으로 바로잡겠다는 논리다.

 

실제 해당 법안을 주도한 여당은 법정비용의 가산금리 제외가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를 내비쳤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필리버스터에서 “은행이 예금보험료와 법정출연금 등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대출자에게 떠넘겨온 갑질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은행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위반하며 금융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고 있다. 금리 산정 원칙을 법률로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가격 통제로 시장이 왜곡되고, 비용 전가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대출 접근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반대 토론에서 “‘효과는 미지수’, ‘대출 문턱을 높인다’는 부정적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토론과 심사도 없이 개정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임 있는 모습이냐”고 반박했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 단계부터 이견이 컸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과 필리버스터 종결을 거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법안의 취지와 적용 범위를 둘러싼 추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 숫자로 본 영향…2조원대 손실 vs 0.2%p 인하 효과

 

현재 은행권이 가장 민감하게 고민하는 대목은 수익성 측면이다. 은행권 추산으로 4대 시중은행이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서 제외할 경우 매년 손실규모가 2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교육세율 인상분까지 금리에 포함시키기 어려워지면서 세 부담 확대에 금리 산정 제한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증권가 분석에서도 은행법 개정에 따라 은행 이익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법 개정안으로) 교육세를 대출금리에 전가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은행 이익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법인세율 인상분까지 반영할 경우 예상 부담 규모는 은행지주사 순이익의 약 3.0% 수준으로 그만큼 증익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법정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면 대출금리가 약 0.2%p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은행 수익성에 대한 증권가의 우려와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효과 추정 간 인식 차이는 곧 ‘실제 인하 체감’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진다. 대출금리 0.2%p 인하가 차주에게 의미 있는 절감으로 다가오려면 은행이 목표이익, 리스크 프리미엄 등 다른 금리 항목을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상쇄하지 않아야 한다.

 

결국 이번 규제는 항목을 금지할 뿐 최종금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의 대응 전략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 금리 규제의 이면…풍선효과 우려도

 

은행법 개정안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풍선효과’가 거론된다. 법정비용을 가산금리에 싣는 길이 막히면 은행은 수익 방어를 위해 다른 경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대표적으로 우대금리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폭을 줄이고, 각종 부대수수료를 손보며, 대출 한도 및 심사 기준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 경우 금리는 낮아진 듯 보여도 실질 부담은 다른 형태로 옮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도 이 같은 관측이 전해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로 상품 구조와 금리 산정 방식이 달라 가산금리 영향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가계대출 여건이 점차 더 경직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은행법 개정안의 취지가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지만, 결과적으론 취약한 계층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이 법정비용과 세 부담을 고정비처럼 흡수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 여신 포트폴리오를 저위험·고신용 위주로 재편하려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담보력이 약한 차주에게는 대출 조건 악화로 체감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포용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익성과 비용 구조를 조이는 규제를 동시에 진행하면 현장에서 정책 목표와 여건 사이 간극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규제 및 비용 요인이 동시에 겹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 확대를 주문하는 동시에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 부담을 높이는 규제가 겹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공급이 쉽지 않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 은행법 개정 이후 세 갈래 시나리오

 

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싼 향후 전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

 

먼저 금융당국이 우대금리 축소나 수수료 인상 등 우회 전가를 면밀히 점검하고, 은행이 평판 리스크를 의식해 금리 인하분을 일정 수준 반영하는 경우다. 이 경우 정책이 목표한 ‘체감 인하’에 근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법정비용 항목은 빠지지만 은행이 목표이익 및 리스크 프리미엄 조정, 우대금리 재설계로 금리 인하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는 경우다. 차주는 일부 상품에서만 제한적 인하를 체감하고, 전반적인 금리 수준은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비용 부담과 총량 규제가 겹치면서 은행이 대출 공급 자체를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다. 금리가 내려가도 물량 조절이 강화되면 중·저신용자와 한계차주 중심으로 자금 접근성이 악화돼 사실상 ‘대출 절벽’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결국 이번 은행법 개정의 성패는 일부 금리 산정 항목을 금지했다는 측면보다는,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메우는지에 달려 있다. 은행이 금리, 우대, 수수료, 대출 심사라는 네 가지 조정 수단을 어떻게 조합할지 금융당국이 이를 어떤 기준으로 감독할지 나아가 하위법령이 보증기관 출연금 반영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향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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