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6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부가가치세 별도’는 항상 10%일까

 

(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계약서에서 ‘부가가치세 별도’, ‘VAT 별도’라는 표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거래당사자 사이에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사업자는 그 약정에 기하여 공급을 받는 자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계약을 하면서 “공급가액 합계: 50,0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이라고만 정한 경우, 부가가치세로 얼마를 지급해야 할까. 거래계에서는 마치 공식처럼 ‘부가세는 10%’로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 대법원은 거래당사자 사이에 ‘부가가치세는 별도로 지급한다’라고 약정하면서 지급할 금액을 정하지 않은 경우,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처음으로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다290485 판결

 

이 사건은 원고(공급자)가 건설업 부가가치율 30%의 적용을 받는 간이과세자인 개인사업자이고, 피고와 인테리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에게 “VAT 별도”로 기재된 견적서를 주었고, 그 후에 피고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의 돈을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한 사안이다.

 

보통은 부가가치세법 제30조에 따라 공급가액의 10%를 지급하는데, 간이과세자는 일반과세자와 과세표준과 세액이 달라서(부가가치세법 제63조), 원고가 간이과세자로서 실제로 납부할 금액은 공급가액의 10%보다 적은 금액이다. 그런데 이 사건의 원고는 피고에게 공급가액의 10%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원심 판결은, 부가가치세법 제30조가 ‘부가가치세의 세율은 10%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부가가치세 별도’라고만 기재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공사대금의 10%를 부가가치세로 지급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간이과세자인 원고가 공급받는 자인 피고에게 약정 공사대금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부가가치세 부담에 관한 약정이 ‘부가가치세 별도’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사업자가 공급을 받는 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거래당사자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형태의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존재하는 때에는 그에 따른 금액을 의미하고, 그러한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는 해당 거래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법령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의미한다.

 

(중략) 간이과세자인 사업자가 공급받는 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부가가치세를 따로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계산방법에 대해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형태의 약정이나 거래관행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간이과세자인 사업자는 공급을 받는 자에게 간이과세자의 납부세액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판결은 ‘부가가치세 상당액’에 관하여 판단한 대법원 최초의 판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젊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라고 해서야
(조세금융신문=손영남 편집국 부국장) 식당이나 술집 계산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일상과도 같다. 서로 내겠다며 다툼 아닌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그간의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달까. 주머니의 가벼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대범함(?)은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깔려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론 그런 훈훈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요즘의 젊은 친구들, 그러니까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층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먹지도 않은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MZ세대다. 누구보다 실리에 민감한 세대인 탓이다.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게 더 합리적인 일인 까닭이다.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낸다는 데 누가 뭐랄까. 근데 그게 아니라면 어떨까. 바꿔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이 먹은 것까지 자기가 내야 한다면 그 상황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그게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금의 연금 개혁안을 두고 MZ세대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는 현 상황이 딱 그 꼴이다. 어렵게 번 돈을 노후를 위해 미리 쟁여둔다는 것이 연금의 기본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