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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서울시 민간위탁 조례 의사절차 적법…그러나 뒤틀린 정치가 남았다

의사진행상 형식적 법적하자 있다고 보기 어려워
헌재, 심의권 침해 인정해도 가결 법안은 유효
승자독식 선거구조, 보수적 헌재 결정
민의 반영할 선거구조 보완 필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과거 헌재 결정상 서울시의회 민간위탁사업비 검증 조례 개정안 가결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치적 도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사법으로 의정을 막은 전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3월 7일 통과한 서울시의회 민간위탁사업비 검증 관련 조례 개정안(이하 쟁점 개정안)은 종전의 회계사‧세무사 이원 검증 체제를 회계사 단일 검증안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세무사회는 서울시의회가 반대토론 여지를 주지 않고, 여야 합의 없이 의사절차를 진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알려진 사실과 자치법규 내 규정을 볼 때 이날 본회의 개의-당일 상정 대상 안건 목록 전달-안건 상정 선포-본회의 심의-표결까지 형식상 절차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국회법, 지방자치법, 서울특별시의회 회의 규칙 등에서는 의사진행의 주체인 의장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회기 내 본회의 개의일시와 개의시각은 의장이 양당과 협의하여 정하지만, 본회의 당일 안건상정을 무엇으로 할지는 의사진행 주체인 의장 재량으로 결정한다.

 

실제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2월 양당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각 시의원에게 회기 중 본회의 일정과 시각에 대해 사전통보했다.

 

어느 본회의 일정‧시각을 정하는 시점에서 어느 날, 어떤 안건이 상정될지 모두 정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에 추후에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장이 특히 쟁점이 큰 조례 개정안의 경우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안건 상정 일정을 논하는 경우가 있고, 실제 그러한 관행이 존재하지만, 자치법규상 의장이 재량으로 협의 없이 결정할 수 있다.

 

3월 7일 본회의의 경우 개의가 이뤄진 오후 2시 각 시의원에게 100여 개의 안건 상정 목록이 배부가 이뤄졌고, 쟁점 개정안의 상정 소식 역시 이때 참석 시의원들에게 알려졌다.

 

쟁점 개정안의 경우 당일 마지막 처리 안건이었고, 개의 1시간 50분 후인 3시 50분에 쟁점 개정안에 대한 안건상정 선포 및 표결 개시로 이어졌다.

 

표결 개시 직후 반대토론 신청이 있었으나, 시의원 표결이 시작되었던 시점인 상황에서 의장이 수용하지 않음으로 반대토론 없이 표결, 의결됐다.

 

 

◇ 하자 있는 의사진행이라도 표결 무효 어려워

 

3월 7일 서울시의회의 형식상 적법한 의사진행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는 건 의장이 시의원들이 반대토론을 할 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장은 의사진행을 담당할 뿐 표결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고, 시의원들은 본회의에서 법안을 심의할 수 있고, 찬반토론도 할 수 있다.

 

다수결 원리에 따라 토론 신청을 무제한으로 허용하지 않는데, 한 명의 의원 반대만으로 표결진행을 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표결 직전까지만 신청을 받는다.

 

실질적으로 본회의 심의는 상당수 형식적으로 진행되곤 하는데, 여야 합의로 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법안은 위원회 심사결과를 존중해 가결되는 방향으로 표결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세비로 생활비 및 여러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회 의원은 별 지원을 받지 못하기에 생업을 겸하며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의장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여러 의정 사정을 감안해 시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원활한 의사진행을 하기 위함이다.

 

3월 7일 본회의의 경우 의장이 본회의 개의 시점에 당일 상정안건을 공지했고, 쟁점 조례 개정안이 회의 개시 후 110분 후에 상정되었다고 하나, 110분 동안 100여 개 법안이 1분여 단위로 하나씩 처리되었다.

 

이날 상정된 다른 조례 개정안이 쟁점 개정안보다 특별히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고, 시의원들이 상정 안건에 집중해야 하는 정치적 의무가 있기에 110분을 쟁점 조례안 반대토론 신청을 위한 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의장이 쟁점 개정안 상정 선포 후 심사자료를 서면 배부하고 즉시 표결 개시를 선언했는데, 상정 선포부터 표결 개시까지 불과 십여 초밖에 안 되는 여유밖에 없었다. 모 시의원이 표결 개시 선언 후에야 반대토론 신청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 의장이 쟁점 조례안임을 인지하고도 반대토론이 있는지 묻지 않고, 바로 표결을 진행하는 등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고 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결된 법안 선포를 무효라고 주장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의장은 어디까지나 의사진행을 담당할 뿐 가결 여부는 당일 재석 의원들의 표결에 의해 결정한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보수적으로 판단해왔다.

 

 

헌법재판소 96헌라2에서는 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 일시를 알리지 않은 경우 명백한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 침해라고 보았지만, 표결에 하자가 없는 한 가결된 법안 선포는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 다만, 기각 및 각하가 6, 인용이 3으로 의견이 갈렸다.

 

헌법재판소 2009헌라7에서도 적법하게 신청한 토론절차를 무시하여 표결을 진행한 것에 대해선 토론 무시행위는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 침해가 맞지만, 표결이 적법하게 진행된 법안의 가결 선포행위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2025년 상황이 과거와 같다고 할 수 없으나, 법조계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관이며 그중에서도 헌법재판소는 더욱 보수적이다.

 

 

◇ 그릇된 전례, 정치적 흉터

 

남은 건 정치적 흉터뿐이다.

 

회계사회와 세무사회는 민간위탁사업비 검증 조례 관련 다툼을 겪었다. 양측의 사정을 들어보면 서로 이유가 있다.

 

2021년 12월 서울시의회는 회계사만 할 수 있었던 서울시 민간위탁사업비 검증업무를 회계사와 더불어 세무사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회계사만 쓰면 비용이 많이 들어 대다수의 영세한 비영리법인 검증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세무사를 쓰면 검증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취지가 덧붙었다.

 

반대 측에서는 비록 적은 사업비라고 해도 세금 들어가는 일에 대해선 가능한 엄중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다수의 찬성표로 이어지진 못했다. 남은 건 시행뿐이었다.

 

그런데 해당 조례는 3년의 송사 끝에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못하고 폐지됐다.

 

해당 조례 개정 직후, 금융위원회는 그 검증업무가 회계감사 영역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서울시장에게 조례를 다시 의결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장은 해당 요구를 수용하여 서울시의회에 재의요구를 했다.

 

2022년 4월 서울시의회에서 다시 의결한 결과 기존 조례를 유지했으나, 이번엔 서울시장이 해당 조례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 및 대법에 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년간 강제표류해야 했다.

 

결국 2024년 10월 대법원이 누구에게 검증을 맡길지는 지방의회 재량이라며 족쇄를 풀었지만, 대법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에 여야 구성이 뒤바뀐 서울시의회가 현 여당 주도로 해당 조례 개정을 추진, 지난 3월 7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다시 회계사 단일 검증으로 돌아가는 쟁점 조례안이 가결됐다.

 

회계사‧세무사 검증 조례안은 두 번 시의회를 통과하고도 시행 한 번 못 해보고 폐지된 셈이다.

 

 

◇ 제도를 위한 사람 vs 사람을 위한 제도

 

서울시민 입장에선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검증하는 것, 검증 비용에 가성비를 따지는 것 모두 중요한 문제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으며, 법은 원래 쓰다가 고쳐 쓰는 것을 반복하게 되어 있다. 지방의회와 의사 절차는 이 수정 기능을 활용하는 장치이다.

 

과거 세무사에게 검증을 맡겨본 적이 없었으나, 세무사 역시 세무회계 전문가이고, 회계사를 썼을 때보다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다. 검증 대상별로 검증 난이도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서울시민의 혈세 지출을 줄일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만일 써보고 효과가 없으면, 회계사 단일 검증으로 바꾸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하는 것 역시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계사‧세무사 검증 조례는 시의회에서 적법하게 가결 선포되었음에도 지자체장이 송사로 묶어 시행을 중단시키고, 여야가 바뀐 시의회가 후속 개정으로 폐지한 선례를 만들어 버렸다.

 

이는 법적 안정성 및 지방의회 의정, 정치 등의 측면에 있어 대단히 좋지 않다.

 

사법으로 의정을 뒤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앞서 예시로 든 헌재 결정도 숙고할 필요가 있다.

 

법안 심의권 침해를 인정하는 경우라도 표결은 의회 안에서의 문제로 두어야 한다는 취지는 의회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에서 올바른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은 집권 중요성을 강조하여 오히려 의회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게 한다.

 

소선거구 제도를 취하는 한국에서는 승자독식과 사표 발생으로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됐고, 그 형태가 지방의회 회의규칙에도 남아 있어도 소선거구 제도 그 자체는 그래도 버티고 있다.

 

그리고 2025년 서울시의회에 정치적 흉터가 남아버렸다. 이 흉터는 지울 수 없다.

 

흉터를 반면교사로 삼을지 아니면 활용 기회로 삼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후자를 선택할수록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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