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사선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의 남은 과제로 금융권 성과주의 문화 확산으로 꼽으면서 금융권 임금체게 개편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가운데 사실상 호봉제 중심인 현행 은행원 임금체계를 개인별 성과를 더 많이 반영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산업 근로자들의 보수체계 문제는 다른 산업에 비해 급여수준이 높으면서도 실적에 따른 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성과평가보다는 연차가 늘수록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 비중이 높아 최근처럼 경기가 어렵고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금융회사가 경기여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
한국금융연구원이 5일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노동생산성 및 비효율성을 제고할 여지가 많다"며 “국내금융산업의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 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권에 고령·저상과자에 대한 관리체계 개선과 직무급에 대한 직원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권은 '성과급' 식으로 성과보상제도를 일부 도입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국내은행의 ROE는 2005년 18.4%에서 지난해 4.05%로 하락했음에도 이익경비율은 2006년 46.3%에서 55.0%로 오히려 늘어났다.
그는 직무급 "현체제에서 성과급 지급률 조정만으론 저성과자 관리에 한계가 있다"며 "기본급에 유연성 없이 성과급만 늘리면 오히려 추가재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직무급 비중을 확대해 임금 경직성을 줄이되 실질적인 근속기간은 확대하고 절감된 재원으로 신규고용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세대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가치에 기여해야 한다""며 "외부 충격에 대한 은행 완충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 전체 실적에 성과 연봉이 일정부분은 연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은행들의 성과평가 방식을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성과평가시 장기성과 비중을 높이고 관대화 경향을 줄이는 등 평가의 공정성과 수용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개선 방안으로 성과평가에서 직원 육성, 신규고객 발굴, 자산건전성 관리 노력의 비중을 확대하고 성과지표(KPI)에 사업단위 및 거래 특성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산업 임금체계의 현재와 미래' 주제발표를 통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의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안정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층 고용 여력의 확대와 비정규직 최소화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강하고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은행산업 임금체계는 단일 호봉제가 지배적"이라며 "2000년대 초중반 성과연봉제 추진에 따라 부분적으로 성과 연봉제가 도입됐으나 개별성과급제도가 아닌 집단성과급 형태도 도입돼 성과 평가의 결과가 급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며 “경기변동의 예측 가능성 약화, 경기변동 주기의 단축, 국지적 금융위기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등을 고려하면 금융산업의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의 기본급 임금체계는 호봉급 비중이 지배적(63.7%)이다. 직능급(36.6%), 직무급(35.1%) 비중도 적지 않으나 기본급 체계에 직능 또는 직무급을 전면 적용하는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호봉제에 부가해서 활용하고 있다.
권 교수는 금융 및 보헙업의 임금체계는 연공형 호봉제를 기반으로 하면서 형식상 연봉제와 내용상 성과배분제를 결합한 '혼합호봉제'의 형태로 고과에 따라 호봉이 상승하는 경우는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업은 지난해 호봉제 도입비율이 91.8%로 전체산업 60.2%에 비해 높고, 연봉제 비중도 53.5%로 전체 산업대비 두 배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90%가 넘는 호봉제와 호봉이 늘어감에 따라 임금상승률 또한 높다는 점이다. 전체 산업의 평균 근속년수가 6.0년인데 반해 금융 및 보험업은 10.8년으로 더 높은 편이다. 특히 7개 시중은행은 남성 기준 근속년수 18.6년에 연평균 급여는 1억100만원 수준이다. 전 산업의 임금 수준이 100이라면 금융업은 2006년 129.7에서 2014년 139.4로 상승했다. 전 산업평균 대비 40% 가량 높은 셈이다.
이에 따라 호봉이 높아질 수록 임금도 그에 비례해 올라가는 체계가 '고연령' 인력이 늘어난 상황과 결부되며 은행의 인건비 부담을 높인다고 권 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일부 은행은 책임자급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지난해 기준 7개 시중은행 일반직원 6만6192명 중 책임자급이이 4만185명으로 평균 60.7%인데 KB국민은행의 책임자급 비중은 69.4%로 신한은행(55.8%), 우리은행(55.4%)이나 구 하나은행(45.6%) 보다 높았다. 올해 9월 통합한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기준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이 비중이 45.6%, 69.3%로 차이를 나타냈다.
권 교수는 “은행업은 타산업에 비해 장기근속자 비중이 높고 기본급의 연공형 특성으로 인해 임금의 하방경직성이 높다”며 “임금체계 근본적 개선 없이는 중고령 인력의 고용안정, 청년 신규고용 창출 및 비정규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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