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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중국산 세탁기 모터, '전동기' 아닌 '원심펌프'?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세탁기 배수용 원심펌프 모터를 ‘전동기’로 보고 낮은 협정관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수입업체의 주장이 조세심판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판원은 세관의 분류 처분이 적법하다며 해당 물품을 ‘펌프’로 결정한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가산세 면제 거부 처분은 취소해 업체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 업체 "케이싱 빠져 펌프 기능 불가… 전동기로 봐야"

 

쟁점 물품은 세탁기나 식기세척기에 장착되는 배수용 모터 어셈블리다. 작은 전동기에 임펠러(날개바퀴)가 결합된 형태다. 이 부품에는 물을 밀어내는 펌프의 외곽 케이싱이 없기 때문에 수입업체는 이를 하나의 전동기로 보고 세관에 수입 신고했다.

 

해당 부품은 관세율표상 HSK 8501.10-2000호(전동기)로 분류돼 한-중 FTA 협정세율 2.4~4%를 적용받았다.

 

하지만 세관은 이 물품이 원심식 배수펌프의 핵심 부품이므로 펌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동기가 임펠러를 돌려 물을 이동시키는 구조인 만큼, 케이싱만 없을 뿐 사실상 완성된 펌프의 기능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수입업체는 쟁점 부품이 어디까지나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동력으로 바꾸는 전동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모터에 임펠러가 달려 있어 결과적으로 물을 배출하는 데 쓰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전동기 역할만 수행하므로 펌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입된 모터 어셈블리는 겉을 둘러싸는 케이스(케이싱)와 물의 흡입·배출구 등이 없는 불완전한 부품이라 국내에서 추가 부품을 조립하기 전까지는 펌프로서 기능이나 형태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세탁기 배수펌프 완제품을 만들려면 수입된 모터에 플라스틱 케이스와 흡입·토출구 등을 끼워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업체에 따르면 이 조립 비용은 제품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 세관 "펌프 핵심 구성 일체… 미조립품도 완제품 분류"

 

세관은 쟁점 물품이 비록 케이싱 등 일부 부품이 빠진 미완성 상태라도 이미 펌프의 기본 형태와 본질적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맞섰다.

 

모터와 임펠러가 결합된 구조상 전원을 공급하면 임펠러 회전으로 물을 이동시키는 원심력이 발생해 배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수입 단계부터 본질적으로 원심펌프라는 주장이다.

 

세관은 "관세율표 해석에 관한 통칙 2호 가목에 따르면 미조립품이라도 완제품의 본질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 그 완제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며 "쟁점 물품은 오직 세탁기용 펌프로 사용될 뿐이고 케이싱을 나사로 조립하는 간단한 과정만 거치면 완제품이 되는 수준이므로 처음부터 펌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 분류 기준 변경에 ‘소급 과세’ 논란

 

쟁점 물품의 품목분류 기준이 중간에 바뀐 점도 갈등을 키웠다. 관세평가분류원장이 지난 2020년 유사 물품을 전동기로 본 반면, 2022년 5월 관세청 품목분류위원회는 같은 물품을 펌프로 결정하면서 분류 기준이 뒤집혔다.

 

이 결정에 따라 관세청은 해당 전동기 사전 회신 사례의 품목번호를 펌프 코드로 변경 고시했다. 이를 근거로 세관은 과거 수입분에 대해서도 자진 수정신고를 통해 세액을 추가 징수했다.

 

업체는 “이미 수입이 끝난 물품에 대해 뒤늦게 기준을 바꿔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소급과세 금지 원칙 위반을 주장했다. 자신들은 당초 관세당국의 기존 품목분류 결정(전동기)을 신뢰해 신고했는데, 뒤늦게 이를 뒤집어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행 관세법에는 변경 결과가 납세자에게 불리한 경우 소급 적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세관 측은 이번 과세가 소급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과거 유사 품목에 대한 품목분류 사전 회신들은 행정 해석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관세청의 2022년 변경 고시는 법규명령이 아닌 내부적 기준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처분을 소급과세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심판원 “펌프로 분류 타당, 가산세는 면제해야”

 

조세심판원은 양측 주장을 종합해 이 세탁기 부품의 품목분류는 세관 의견대로 ‘펌프’로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임펠러가 달린 모터 조립체는 케이싱만 없을 뿐 간단한 추가 조립을 거쳐 완성형 펌프로 기능할 수 있으므로 본질적으로 펌프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품목분류 변경 고시는 일반적 법규가 아니고 변경된 품목의 세율이 더 높아 납세자에게 유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소급과세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가산세에 대해서는 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심판원은 "쟁점 물품과 유사한 전동기 일체형 품목들을 관세청이 오랫동안 8501호로 취급해왔고, 관세평가분류원도 2020년에 해당 물품을 전동기로 회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청이 내부 지침 변경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잘못 분류된 것이므로 "납세자의 불완전 신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심판원은 "세관이 가산세 면제를 거부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취소 결정했다. 

 

[참고 심판례: 부산세관-조심-202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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