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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1 (화)

[양현근 시인의 詩 감상] 꽂이다 꽃이다

 

꽂이다 꽃이다 / 임기정

 

 

박람회가 열리는 호수공원

꽃은 나를 보려 하고

나는 꽃을 보러 간다

꽃은 나에게 미소 주고

나는 꽃에게 웃음을 준다

우린 그렇게 꽂혀, 꽃이 된다

엉덩이 묻은 흙 털어내듯

그렇게 한 잎 두 잎 떠난다

서로 할 말 있듯

뒤 돌아 보며 매년

그냥,

그렇게

 

 

[詩 감상] 양현근 시인

 

마음이 꽃에 닿아 꽃이 된 순간

 

꽃은 나를 보려 하고 나는 꽃을 보러 가는,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다정한 호응의 풍경입니다. 박람회가 열리는 호수공원의 소란함 속에서도 시인의 시선은 꽃과 나 사이의 내밀한 교감에 머뭅니다. “우린 그렇게 꽂혀, 꽃이 된다”는 고백은 대상에 마음이 깊이 박히는 순간, 주객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마침내 하나로 피어나는 존재의 전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합일의 순간은 영원히 머물지 않습니다. 묻은 흙을 털어내듯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에서는 만남 뒤에 남는 필연적인 여운과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듯 멀어지는 장면은 끝내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남긴 채 헤어지는 우리네 인연의 뒷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매년 / 그냥. / 그렇게”라고 툭 던지는 담담한 마무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그냥’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겹겹의 사연을 다 풀어헤치는 대신, 시인은 그저 내년에도 다시 ‘꽂히고’ 또 ‘피어날’ 운명적인 재회를 묵묵히 기약할 뿐입니다. 비록 척박한 현실이지만, 흩어지는 꽃잎 너머로 따뜻한 내일을 꿈꾸는 시인의 긍정적인 시선이 묻어납니다.

 

꽃이 피고 지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마음을 툭 건드리며 꽂혀오는, ‘그냥’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뭉클하게 차오르는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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