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 신한은행이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회장의 비자금 비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정상적인 은행의 감사 및 운영규정을 위반하면서 불법계좌 조회를 위한 별도조직을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기식 의원과 참여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배임 조사, 계좌추적 및 계좌조사 등은 1차적으로는 신상훈 전 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특정인을 겨냥해 은행이라는 공적조직의 기능과 체계를 초법적으로 변질시킨 것이 생생하게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영장 집행을 통해서만 가능한 계좌주척 등을 불법적으로 기획하고 자행한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비대위 문건 첫 장 상단 결재 사인은 ‘권세 권(權)’자의 약자로 권점주 부행장이 은행장을 대(代)신해서 했다는 의미한다. 비대위 소속 인사들의 실명은 비록 불법?비리 혐의에 연루된 의혹이 크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 익명 처리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최고위 인사들의 실명은 그대로 사용했다.
김기식 의원은 “지난 2010년 9월 2일 전격적으로 진행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신상훈 금융지주회사 사장(전 신한은행장)에 대한 신한은행의 고소 배경과 의도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라응찬 회장 비자금 의혹에 대한 금감원 검사(2010년 7월16일 발표. 8월 29일 현장조사 시작) 및 그 결과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 하면서 검찰의 수사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기획고소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무리한 기획고소의 증거를 사전, 사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고객, 거래기업, 직원 및 직원의 가족, 재일동포 주주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조회(배임관련 여신조사, 횡령 관련 계좌 조사라는 명목으로)한 것은 물론, 검찰이나 가능한 ‘계좌추적팀’을 만들어 계좌 조사를 넘어 계좌 추적까지 자행하였다.
김 의원은 “신한은행의 본부 내 영업, 감사, 인사, 홍보, 기획, 준법감시, 고객관리 등 주요 부서의 임원과 부서장들을 총동원한 조직을 만들어 운용함으로써, 현행 법령과 은행 정관 등에 따른 경영진 감시와 내부통제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며 “내부 경영진의 권력 다툼 과정에 공조직이 특정 경영진의(라응찬 신한지주 전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사유물처럼 운용되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 운영안은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 고소 직전에 기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2년 8월 신한사태 1심 재판과정에서 공개된 변상모 은행장 비서실장(비대위 구성원임)의 이동식저장장치(USB) 파일의 문건 중 ‘신문수(신한문화수호) 프로젝트 일정’ 등을 보면, 신한은행은 이미 고소 이전부터 당시 신상훈 지주회사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며 비대위 구성안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문건에서 B는 신상훈이며, 금융기관은 내부의 비리 의혹을 감사위원회나 감독원에 보고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인데 일정에 따르면 고소부터 먼저하고 이희건 명예회장이나 재일교포 주주, 감독원, 청와대(BH), 언론, 심지어 국정원에까지 최고경영자와 팀별로 역할 분담을 해 접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신상훈 사장의 이사 해임도 고소 뒤 3일 만에 이사회를 소집해 처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사회의 들러리 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비대위 운영안의 조직도를 보면, 당시 권점주 수석부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은행장 결제도 권점주 수석부행장이 대신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이백순 당시 행장이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은행장 비서실장이 15명의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2쪽에 나오는 ‘보고체계’에서 각 반장은 일일 활동 내용과 계획을 위원장에게 매일 보고하도록 되어 있으며, 위원장은 다시 보고사항 중 사안별 경중에 따라 당시 이백순 은행장에게 보고하며, 관련 내용의 대외 공유는 은행장 승인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이백순 은행장이 비대위 운영을 지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비대위 회의 결과 자료에 따르면 2010년 9월 3일, 즉 고소 다음 날의 회의 결과를 기록한 것인데, 여기서는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영업추진, 기관영업, 개인영업, 자산관리, 기업영업, 자금부, 해외영업부 등의 부부장급으로 3개의 업무추진팀을 추가하는 것으로 비대위 조직을 확장하고, 직원들 동요를 막는다는 취지로 확실하지도 않은 피고소인들의 불법·비리 의혹을 집합회의나 사내 방송을 통해 공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비대위를 통해서 내부 감시 장치의 독립성과 절차를 철저히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의 사업보고서에 첨부된 금융기관 내부감시장치의 개요를 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27조와 28조, 은행법 제23조의 2와 3의 각 항, 신한은행 정관과 상근감사위원 직무규정 등에 따라야 하고, 감사위원회와 상근감사, 또 이에 지휘를 받는 감사부서와 준법감시인의 철저한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비대위의 조직도를 보면 상근감사위원은 은행장이 주도하는 비대위 활동을 지원하는 구실을 하고 있고, 감사위원회와 상임감사의 지휘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는 감사부, 검사부, 준법감시실 등의 간부들이 집행경영진의 수족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실제로 신한사태 이후 금감원 검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신한은행은 감사위원회와 상임감사에 대한 보고 의무, 사전 승인없는 내부 조사 등이 드러났고 2013년 7월 금감원은 종합검사 결과 발표하면서 감사직무규정 위반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신한은행이 사업보고서에 첨부한 ‘내부감시장치와 기능에 대한 감사의견서’를 보면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며, 사외이사 2명과 상근감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및 의사회 의결을 집행하는 기구와 타 부서로부터 독립된 위치에서 은행의 업무와 회계에 대한 감사, 내부통제시스템 운영에 대한 감시 및 평가를 실시하며, * 상근감사는 경영진의 일상업무 집행에 대한 사전 ㆍ사후감사 및 일상적인 감사업무, 감사위원회가 지시하거나 별도로 결의하여 위임한 사항, 은행장 또는 감독기관이 의뢰하는 업무의 감사 등을 실시한다고 되어 있다.
또 *경영감사부와 검사부로 구성된 내부감사부서는 감사위원회 및 상근감사위원의 지시 또는 위임을 받아 본부 부서 및 영업점의 업무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며, 이를 위하여 종합검사, 부문검사, 상시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기획고소 사건에서는, 신상훈 사장 연루 기업에 대한 조사는 물론이고 신상훈 사장 가족 및 지인들, 가까운 재일동포 주주, 은행 내에서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직원과 그 가족들 등 고객의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조회한 사실(심지어 정관계 인사들 또는 그 동명이인들의 계좌를 불법적으로 조회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고)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사위원회 의결이나 상근감사의 지시나 요청이 생략돼, 비대위 활동이 총체적으로 은행의 내부통제장치를 무력화시켰다.
대부분 고소사건 이후 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 및 계열사에서 파격적인 인사 혜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라응찬 전 회장 비자금과 관련한 신한은행의 불법과 비리를 은폐하는 데 일조하는 동시에 기획고소를 통한 특정 경영인과 측근들 몰아내기에 기여한 공로로 논공행상식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불법과 비리를 자행한 인사들이 처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신한금융그룹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치지 못하면 금융기관의 투명성과 공공성, 그리고 금융산업의 발전과 국민을 위한 금융서비스의 개선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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