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 윤인성 어디 갔다가 오시나요 어디서 뭘 하고 이제 오시나요 친구들 만났다고 할 건가요 건하게 술 한잔했었다고 또 둘러 될 건가요 옷깃에 묻은 립스틱 자국은 또 뭔가요 당신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 어디 있다가 오시나요 어디서 잠자고 이제 오시나요 동창회 갔었다고 할 건가요 진하게 옛 추억에 취했다고 또 둘러 될 건가요 옷깃에 나는 여인의 향기는 또 뭔가요 당신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사람. [시인] 윤인성 경북 영양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 신뢰가 깨지게 되면 온전한 관계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그것이 부부이든, 연인이나 친구 관계이든 말이다. 물길 속은 알아도 사람 한 길 속은 모른다는 것처럼 그만큼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관계를 끊고 살 수는 없으니 더 좋은 관계를 위해 서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 한 해의 절반인 6월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시인/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
그곳에 어머니가 계신다 / 윤인성 이른 아침 동틀 무렵 부엌으로 가 가마솥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놓고 까칠한 보리쌀 섞어 밥 지으시며 따듯한 도시락 함께 준비하신다 거친 밥 먹일 수 없어 당신 입에 되새김 질 하시어 아이들 입에 넣어 주시며 언제나 행복해하신 어머니 우물가에 모여든 동네 아주머니들 자식 이야기와 남편들 흉봐가며 속이 후련하다는 듯 그렇게 수다 떠시는데 빙그레 미소만 지으시며 물 길어 오신 어머니 더럽혀진 옷가지 커다란 함지박에 담아 빨래터로 바삐 가시어 저 위쪽 한편에 자리 잡고 쪼그려 앉아 대한 추위 꽁꽁 언 얼음도끼로 깨트리며 갈라 터져 시린 손 호호 녹으라 불어가며 산더미 같은 빨래를 방망이질 하신 어머니 연년생 동생들 추위에 차가워진 어머니의 작은 젖을 움켜쥐고서 허겁지겁 빨아먹을 때 일에 지친 몸을 벽에 기대고 곤히 단잠 청하셨던 어머니 언제나 그곳에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신다. [시인] 윤인성 경북 영양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대구경북지회)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정월 대보름이 되면 어릴 적 깡통에 불을 피워 뱅뱅 돌리던 쥐불놀이 했던 추억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밤에 몇몇 집
어버이날 / 윤인성 눈에 밟힌 고향 집 뜰 앞에 짙은 보랏빛 제비꽃이 담벼락 한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소녀처럼 수줍게 피고 있습니다 샛노랗게 터트린 개나리 향기가 지천에 한들한들 흩날릴 때 참새 떼는 여기저기 쏘다니며 봄꽃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양지바른 아버지 산소에 인정 많던 새빨간 할미꽃이 놀러 와 “영감 잘 계셨소?” 인사하는데 꽃술에서 슬픈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있습니다 고향 내려온 흰나비 한 쌍이 나풀나풀 손잡고 다가서서 카네이션 바구니를 묘지에 놓아 드리며 어버이날 두 분께 큰절로 인사 올립니다. [시인] 윤인성 경북 영양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대구경북지회) [시감상] 박영애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그런 만큼 다른 달 보다 서로 챙겨야 할 기념일도 많고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시간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5월을 맞이해 윤인성 시인의 ‘어버이날’ 시 한 편을 소개해 봅니다. 살아계실 때는 잘 모르다가 돌아가시면 왜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못 한 것만 생각나는지 가슴이 미어지고 슬퍼집니다. 살아생전 좀 더 잘해드렸다면 하는 아쉬움과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더 깊은 그리움으로 자리합니다. 이제
갈 망 / 윤인성 어느새 만추는 맹 년을 기약하고 꼭두새벽부터 추운 겨울이 길목에 접어들 때 세차게 몰아치는 된바람은 이 몸 시리도록 꽁꽁 얼려놓는다 창가에 서서 저 멀리 강기슭 갈대숲을 넋이 나간 듯 멍하게 바라볼 때 후려치는 매서운 된바람이 갈꽃을 송두리째 족족 훑어가니 허전함은 무지하게 파고든다 어느덧 내 고된 삶도 갈꽃처럼 된 바람에 휘둘린 머리칼은 한 가닥 두 가닥 털려 버리고 도끼빗처럼 듬성듬성 비워지니 이마는 유리 광이 난다 갈대가 된바람에 호되게 얻어맞아서도 매년 봄을 손꼽아 기다리듯 반백의 서러움을 위로받고 파릇파릇한 젊은 뜰에서 새싹 틔울 날만 다시금 갈망하고 있다. [시인] 윤인성 경북 영양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좋은 시, 낭송시 선정 [시감상] 박영애 추운 겨울보다 더 추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렸다. 혹여 기침하거나 열이 나고 감기 증세가 보이는듯하면 두려움에 떤다. 어느새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영역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흔드는 것이 바이러스뿐이겠는가? 세월을 먹으면서 주름은 늘고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가다 보면 어느 사이 멈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