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망 / 윤인성
어느새
만추는 맹 년을 기약하고
꼭두새벽부터
추운 겨울이 길목에 접어들 때
세차게 몰아치는 된바람은
이 몸 시리도록 꽁꽁 얼려놓는다
창가에 서서
저 멀리 강기슭 갈대숲을
넋이 나간 듯 멍하게 바라볼 때
후려치는 매서운 된바람이
갈꽃을 송두리째 족족 훑어가니
허전함은 무지하게 파고든다
어느덧
내 고된 삶도 갈꽃처럼
된 바람에 휘둘린 머리칼은
한 가닥 두 가닥 털려 버리고
도끼빗처럼 듬성듬성 비워지니
이마는 유리 광이 난다
갈대가
된바람에 호되게 얻어맞아서도
매년 봄을 손꼽아 기다리듯
반백의 서러움을 위로받고
파릇파릇한 젊은 뜰에서
새싹 틔울 날만
다시금 갈망하고 있다.
[시인] 윤인성
경북 영양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좋은 시, 낭송시 선정
[시감상] 박영애
추운 겨울보다 더 추운 코로나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렸다. 혹여 기침하거나 열이 나고 감기 증세가 보이는듯하면 두려움에 떤다. 어느새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 삶의 영역을 흔들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을 흔드는 것이 바이러스뿐이겠는가? 세월을 먹으면서 주름은 늘고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가다 보면 어느 사이 멈춰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인가에 대해 열망도 갈망도 꿈도 다 잊은 듯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을 의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화자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힘들고 어렵지만 꿋꿋하게 적응해가면 죽었다 피기를 반복하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린다. 겨울에 죽은 듯 보이지만 봄이 되면 또다시 푸른 새싹이 돋아나 자라는 것처럼 지금 화자의 모습은 젊었을 때보다 볼품없고 나약하지만 다시 열정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그 갈망이 멋진 꽃으로 피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길 바란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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