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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세금은 글로벌 기준과 추세를 벗어나면 안 된다

(조세금융신문=홍기용 인천대 교수, 전 한국세무학회장)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어긋난 세금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구기구(OECD)의 회원국이며, 세계무역규모가 6위권으로써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런 국가의 세금제도가 조세경쟁에서 밀리면 국가경쟁력도 흔들리게 되어 장차 국민후생과 국가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벗어난 대표적인 세금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이다. 특히 법인세는 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글로벌에 부합해야 하는 대표적인 세금이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이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의 최고세율은 27.5%(지방소득세 포함)로써 OECD 38개국 중 10위권인데, 2017년에 20위였다는 점에서 지난 5년 동안 급격히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투자유인이 약화되고 기업경쟁력은 뒤떨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특히 핵심 전략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경쟁국인 대만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우리나라보다 7.5%가 낮은 20%라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조세경쟁에 밀리고 있다. 미국도 최고세율을 종전 38.91%(연방세율 35%)에서 25.61%(연방세율 21%)로 인하하였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법인세율 인하는‘부자감세’라며 법인세를 오해하고 있다. 이는 잘못된 정치적 프레임에 의한 접근으로 볼 수밖에 없다. 법인세는 부자감세 등 소득재분배의 역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4단계 누진세율을 갖고 있지만, 미국 등 대다수의 OECD국가는 1단계 단일세율이라는 점이다. 즉 법인세는 부자와 빈자의 개념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감세 혹은 부자증세의 소득재분배는 법인세가 아닌 소득세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법인으로부터 받는 대주주의 배당금은 초과누진세율의 더 높은 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법인세율 인상은 오히려 대주주보다 소액주주가 불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법인세의 납세의무자는 형식적으로 법인이 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 중소업자, 근로자, 투자자 등이다. 법인세 인하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당시의 국내외의 경기상황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종국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의 향상에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종합부동산세는 OECD국가 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세금이다. 부동산의 미실현보유이득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또다시 종합부동산세를 추가과세하는 것은 글로벌 추세에 어긋나는 것이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 7.2%(농어촌특별세 포함)는 재산 박탈의 재산권 침해의 수준으로 심각하다. 1세대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특례는 오히려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된다.

 

예를 들어 각자 고가 1주택씩 갖고 있던 미혼자가 결혼한 후에 그중 한 주택을 5년 이내에 매각하지 않으면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고, 그 반대로 결혼 후 각자 고가 1주택씩 갖고 있다가 이혼하면 종합부동산세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도 OECD국가 중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는 곧 임대차시장에 세금이 전가되어 임차인의 부담으로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은 국제경쟁력의 주요 정책지표이 되기 때문에 국내사정만을 고려해서 마음대로 정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어긋나지 않는 조세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부합하는 조세는 국제경쟁력을 높여 국민후생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프로필] 홍 기 용

•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회장역임)
• 한국감사인연합회 명예회장(회장역임)
• 한국복지경영학회 명예회장(회장역임)
• 한국세무학회 고문(회장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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