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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반값’으로 식탁 점령한 수입 삼겹살 원산지는?

축산농가 피해 예방으로 삽입한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사실상 ‘무용지물’


(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 한 달에 3~4번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는다는 직장인 김준호 씨(31)는 우연히 메뉴판에 나타난 삼겹살의 원산지를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국내산인 줄 알았던 삼겹살이 알고 보니 수입산이었기 때문이다.


# 직장인 김진희 씨(37)는 매주 금요일이면 마트에 들려 삼겹살을 산다. 지갑이 얇은 김 씨는 국내산에 비해 저렴한 수입산을 주로 산다. 김 씨는 “생삼겹살의 경우 수입산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국내산과 맛 차이가 없다”며 수입산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는 돼지고기다. 국립축산과학원의 ‘2017 축산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49.5kg이다. 이 중 돼지고기 소비는 24.1kg으로 집계돼 한국인이 섭취하는 고기의 절반은 돼지고기로 나타났다.


돼지고기 중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부위는 단연 삼겹살이다. 지난해 3월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돼지고기 소비실태’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로 선호 비중이 61.3%에 달했다. 2위인 ‘목살(32.8%)’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삼겹살은 대형마트 등 일선 소매점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부위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육류 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고기 판매에서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형마트 54%, 농협매장 44%, 백화점 41%, 정육점 34%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인의 ‘삼겹살 사랑’에 발맞춰 수입량 또한 크게 증가했는데,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냉장 삼겹살과 냉동 삼겹살 수입량은 각각 1만2840톤, 12만4169톤으로 10년 전에 비해 32%, 20%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겹살 수입이 증가한 것은 국내산 삼겹살이 ‘금겹살’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격이 급등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입 삼겹살 수요가 늘어난 점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국산 냉장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039원이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수입산 냉장 삼겹살의 100g당 평균가격은 1250원, 냉동 삼겹살은 990원으로 국내산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가 먹는 수입 삼겹살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삼겹살의 수입은 ‘신선 또는 냉장한 것’과 ‘냉동한 것’으로 구분돼 통계가 나온다. 우리가 흔히 ‘생삼겹살’이라고 부르는 상당수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고 있다. ‘냉동삼겹살’은 독일, 칠레,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EU(유럽연합)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기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수입산 생삼겹살은 멕시코, 냉동 삼겹살은 스페인산으로 나타났다. 최근 ‘무한리필’을 내세워 인기를 얻고 있는 상당수 고깃집 또한 생삼겹살은 멕시코와 캐나산을, 냉동삼겹살은 독일, 칠레 등 EU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A관세사는 “지난 2011년 7월 한·EU FTA 잠정 발효 이후 EU산 냉동·냉장 삼겹살에 붙는 관세는 10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했다. 발효 전인 2010년 EU산 냉동삼겹살 점유율은 약 75% 수준”이라며 “4년 후에는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만큼 앞으로 EU산 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냉동 삼겹살의 수입량은 12만4169톤으로 냉장 삼겹살(1만2840톤)보다 9배 이상 많다. 2016년 기준으로 냉동 삼겹살의 87.3%가 EU로부터 수입됐다. 한·EU FTA 6년 차인 지난해 냉동 삼겹살의 관세율은 11.3%이며,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2021년에는 EU산 삼겹살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EU FTA 발효 6년…‘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는 정부 ‘헛발질’


EU산 냉동 삼겹살에 대한 관세 양허 유형은 ‘10년 균등 철폐’이다. 25%의 높은 관세율은 매년 점차 인하돼, FTA 이행 10년 차부터는 무관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 기간에 일정 물량을 초과해 수입되는 경우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적용된다.


국책연구소 B연구원은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해 “EU의 많은 회원국은 양돈 선진국”이라며 “EU산 삼겹살의 관세가 점진적으로 낮아질 경우 국내 돼지 사육 농가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한·EU FTA 부속서3에 삽입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협상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조세금융신문의 취재결과 드러났다.



위의 <표3>은 HSK 0203.10-1000(신선, 냉장한 삼겹살), HSK 0203.19-9000(신선, 냉장한 돼지고기 기타부위)에만 적용된다. 쉽게 말하면 ‘생삼겹살’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삼겹살’의 수입은 총 1만2840톤으로 멕시코(5620톤), 캐나다(3388톤), 미국(1978톤), 칠레(1478톤) 등 4개국에서 주로 수입되고 있다. 이들의 수입량 합계는 97%에 달한다. 바꿔 말하면 EU의 수입량은 3% 미만이라는 것이다.


한·EU FTA 협상이 체결될 당시인 지난 2011년 이들 4개국의 ‘생삼겹살’ 점유율은 95%로 나타났다. FTA 체결 당시에도 전체 수입량의 약 5%에 해당하는 ‘생삼겹살’ 물량만이 EU로부터 수입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표3>의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물량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관세사는 “한·EU FTA에서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는 사실상 의미 없는 조항”이라며 “‘냉동 삼겹살’을 주로 수출하는 EU를 상대로 ‘생삼겹살’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얻어낸 것은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C관세사는 이어 “EU산 ‘냉동 삼겹살’의 관세가 점차 줄어들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농가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며 “국내산과 수입산의 차별화 정도가 다른 품목에 비해 현저히 낮은 삼겹살 품목의 경우 국내 생산은 점차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가 국내 양돈농가를 보호하려는 의도였다면 ‘생삼겹살’이 아닌 ‘냉동 삼겹살’에 적용되도록 협정이 체결됐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4년 8월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러시아는 EU산 돼지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같은 시기 유럽에서는 돼지 사육두수가 늘어나자 EU 회원국들은 우리나라로 수출 길을 돌렸다.


이로 인해 2013년 8만톤 수준이던 EU산 냉동 삼겹살 수입물량이 2014년 9만7000톤으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에는 11만7551톤으로 2013년 대비 40% 이상 폭증했다. 이 같은 수입량 증가에도 정부는 냉동 삼겹살에 대한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할 근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B연구원은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설정된 면이 있다”며 “추후 EU와의 FTA 개선협상이 진행될 경우 발동이 불가능한 ‘농업 긴급수입제한조치’ 기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B연구원은 이어 “한번 늘어난 수입량은 떨어지지 쉽지 않은 만큼 수입 다변화 조치와 더불어 국내산 삼겹살의 유통 및 수급 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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