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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트럼프의 철강·상호관세 위협에 이례적 '경고 성명'

집행위 "유럽 이익 보호하기 위해 부당조처에 대응"
트럼프 '508조 적자' 주장도 반박…2018년 철강분쟁 재현될 수도

 

(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예고에 '경고 성명'을 내고 강력한 대응을 선언했다.

 

1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EU 수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통보는 없었다면서도 "(현실화 시) 유럽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 이익을 부당한 조처에서 보호하기 위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정적' 상황에 대한 입장 표명을 극도로 꺼리는 집행위가 트럼프 행정부의 세부 계획이 발표되기도 전에 경고 성명을 낸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집행위는 "특히 대서양 무역·투자관계를 통해 구축된 EU와 미국 간 생산 사슬을 고려하면 관세 부과는 비합법적(unlawful)이며 경제적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관세는 본질적으로 (미국인에 대한) 세금"이라며 "기업 비용이 증가하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경제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글로벌 시장의 효율성·통합성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행위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도 시종일관 강경한 어조였다.

 

올로프 질 EU 무역담당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함께 '상호관세'도 예고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 행정부가 밝힌 잠재적 조치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對)EU 무역적자가 3천500억 달러(약 508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질 대변인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대EU 상품 수출액은 3천465억 유로(약 519조원), EU 상품 수입액은 5천23억 유로(약 752조원)이었다. 상품 부문에서는 미국의 적자액이 1천558억 유로(약 233조원) 정도라는 것이다.

 

반면 서비스 부문에서는 미국의 대EU 수출액이 3천964억 유로(약 594조원), 수입액은 2천924억 유로(약 438조원)로 오히려 미국이 1천40억 유로(약 156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를 합산하면 미국의 EU 상품·서비스 무역적자 규모는 518억 유로(약 78조원)가 돼 트럼프 대통령의 3천500억 달러 적자 주장과는 차이가 크다.

 

질 대변인도 "수치에서 볼 수 있는 양측 경제가 꽤 상호 보완적"이라고 주장했다.

 

유럽 주요국도 '대서양 무역전쟁' 촉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EU와 함께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총선 TV토론에서 트럼프 관세에 대한 EU 차원의 대책이 있는지 묻자 "우리는 EU로서 1시간 안에 조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TF1과 인터뷰에서 유럽이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유럽이 보복할 것인지 묻는 진행자 말에 "물론"이라며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이런 조처를 했고, 우리는 이에 대응했다. 우리는 다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뉴올리언스행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중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상호관세 방침도 공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3월에도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EU는 강력히 반발하며 위스키·청바지·오토바이 등 60억 달러(약 9조원) 규모에 해당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며 광범위한 무역분쟁이 촉발된 바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부터 양측은 한시적 무관세 조처에 합의하고 철강 관세 해소를 위한 일명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A) 협상에 착수했으나 매듭을 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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